[까막별] 활공

바다 밑에서 별들의 노래를 듣던 나는 이제 밤하늘을 나는 고래야
글 입력 2024.12.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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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공700.JPG

[illust by EUNU]



아주 오래전

두 발로 땅을 디디며 나누었던

서늘한 온기들을 기억해


희미한 날들을 뒤로 하고

바다에 뛰어들었던 때도


어제만을 사랑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내일만을 사랑했다면

볼 수 없었을

 

바다 밑에서

별들의 노래를 듣던 나는 이제

밤하늘을 나는 고래야


*


먼 옛날 고래의 조상은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서식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오래전,

제 마음속 깊이 잠든 바다를 만나기 위해

머무르던 곳을 떠나 먼 여행을 떠나왔어요.

 

거친 바다는 저를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저는 더욱 단단해졌고,

바다는 끝내 저를 새로운 땅에 데려다주었어요.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준 존재랍니다.

 

매일을 어둠 속에서 밤을 지새우던 나의 바다를

저는 여전히 기억합니다.

 

지닌 색이 너무도 어두워 함부로 찾을 수 없지만,

언젠가 또다시 길을 잃었을 때

한 번 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한 마리의 고래가 되어

별들의 바다를 비행합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태그.JPG

 

 

[박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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