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그 겨울 따듯한 온기처럼 다가온 재쓰비 [음악]

도무지 너를 모르겠다면 네 옆의 나를 믿어
글 입력 2024.12.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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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1일, 거리마다 사랑과 우정이 넘쳐나던 그날 가요계에 의문의 그룹 ‘재쓰비’도 사랑을 품고 데뷔를 알렸다. 비범한 조합, 의아한 등장, 의외의 진심까지, 모든 것이 놀라운 것투성이였다. 심지어 팬들이 그들을 부르는 호칭은 괴물신인도 아닌 ‘신인괴물’. 별명까지 남다르다.

 

근데 대체 이 그룹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 삼인방은 이 가요계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걸까. 아리송한 의문만 가득한 가운데 공개된 뮤직비디오 속에서 재쓰비의 멤버 셋은 정말 환하고 예쁘게 웃고 있었다. 어두운 가운데서도 작게나마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반짝임에 홀려 이 별들이 태어난 이유를 찾고 싶었다. 이들은 왜, 어떤 연유로, 어떻게 뭉쳐 데뷔까지 이르게 된 걸까.

 

 


재쓰비, 어쩌다 마주친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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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쓰비의 멤버는 재재, 가비, 승헌쓰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 가요계에서 정말 찾아보기 힘든 혼성 그룹인 것은 물론, 이상할 정도로 업계를 잘 아는 기묘한 신입이다. 그럼 과연 이 셋은 어쩌다가 뭉치게 됐을까. 어쩌다가 무대 옆이나 뒤, 아래가 아닌 맨 앞에 서서 조명을 받겠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뉴미디어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 삼인방의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두말할 것도 없이 막대한 에너지다. 사람들의 이목을 휘어잡고, 언제 우울했냐는 듯 웃게 해줄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 인터뷰를 하면서, 퍼포먼스를 짜면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관계에 있어서 이 셋은 언제나 에너지 공급자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그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재재는 언제나 아티스트의 사이드에 서서 그들이 하고 싶은 말들이 대중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게 해주는 전달자였고, 가비는 무대 위에서 그들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화려한 날개를 달아주는 창작자였다. 더불어 승헌쓰는 그들이 세상에 내놓은 콘텐츠를 승헌쓰만의 방식으로 소비하고 재창작하며 새로운 웃음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러니 한 번쯤 저 무대의 정중앙에 서서 자기 본연의 목소리를 내보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 함성을, 내가 준 에너지에 걸맞는 대중들의 에너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건 너무나도 빛나고 값진 기회일 거라고. 재쓰비의 도화선과도 같았던 재재의 전화는 그 마음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재쓰비가 무대 옆도, 뒤도 아닌 중앙에 설 수 있었던 이유


 

그러나 연습생도 아니고, 엔터사에 속한 것도 아닌 이 셋이 할 수 있는 건 많이 없었다. 적은 제작비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상황. 이 미궁 속에서 갈피를 잡아줄 수 있는 건 오롯이 이들 셋이 겪어온 경험과 직관뿐이었다. 다행히 이들의 주변에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이어진 것만 같은 귀중한 인연들이 있었다. 단순히 인복이라고 하기에는 꽤 깊고 세심한 관계들이 줄줄이 엮여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이 관계를 잘 갈고 닦아온 이들의 또 다른 결실이 빛을 볼 때가 된 것이다.

 

그렇게 작곡에는 모노트리의 황현, 작사에는 김이나라는 굵직한 이름들이 붙을 수 있었고 프로듀싱에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제아가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재쓰비의 안무는 세븐틴, 투어스, 트와이스의 안무를 제작했던 최영준 안무가가 제작을 맡았다. 케이팝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면서 이 이름들을 안 들어본 리스너는 없을 정도의 라인업이다.

 

이 외에도 재쓰비는 청하, 태연, 이사배, 스트레이키즈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조언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당연히 출연료를 주고받는 비즈니스로 엮인 사이이니 Win-Win 관계가 없겠냐만은 그런 시선으로만 이들의 마음을 단정 짓기에는 어렵다.

 

이들 또한 대중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면서 그들에게 환호와 에너지를 받고 싶어서 이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셋이 앞에 나서서 좋은 에너지를 옆이나 뒤가 아닌 앞에서 직접 전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마음을 건드려 버린 이상, 그들은 조금이라도 진심이 담긴 피드백을 선사하려고 했을 것이다.

 

좋은 마음이 모여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교과서적인 사례는 생각보다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 어려운 선례를 만들기 위해 좋은 마음들이 모였다는 것, 그것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이들의 진심이다. 각자의 목표는 조금씩 다 다른 곳에 있어도 그걸 달성할 수 있는 힘이 하나둘 모이다 보면 그게 바로 ‘시너지’가 된다. 목표가 달라도, 힘을 합칠 수 있다. 바로 이들처럼.


 

 

내가 사랑하는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너와의 모든 지금


 

그렇게 이들은 천천히, 그들의 이야기를 위한 한 발 한 발을 디뎌 나갔다. 여느 신인 아이돌처럼 괴산 고추 축제와 영동 추풍령가요제라는 지역 행사를 돌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담은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

 

 

 

 

말도 안 되게 싱그러웠어

뭘 해도 됐던 그 나이엔

이유 없이도 특별했었지 그땐

그게 난 그리운 거야 아마

그 모든 시간 속에 날

여전히 기억해

 

 

아련하면서도 정석적인 케이팝 멜로디를 따라가는 노래의 도입부는 그에 걸맞게 그리운 과거들을 그려낸다. 어리고 풋풋하고 용감하던, 그렇기에 세상에서 가장 찬란했다고 여겨지는 그 시간. 돌이켜보면 별것 아니었어도 되돌아가고 싶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조금은 먹먹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답하게 되는 시간.

 

모두가 전부 다른 길을 걸어왔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느끼는 감정들은 비슷하다. 그 이유는 그 길과 시간에 상관없이 당장 내가 지나가고 있는 현실과 그 뒤에 닥쳐올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 당연하다는 것을 알지만, 불안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불안함에 그 알 수 없는 미래만 신경 쓰다 보면 또 현재를 놓치고 미약한 과거를 남기게 된다. 앞도, 뒤도 위태롭게 느껴진다면 제일 들여다보아야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내게 언제의 나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

날 알아보고 날 믿어주는

너와의 모든 지금

 

 

재쓰비는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과거에 살지 않는다. 미래에도 살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가 이어져 미래가 되고, 현재가 만든 미래는 곧 과거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라는 말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라는 말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된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나는 지금의 나’라는 말은 참 스스로에게도 하기 어려운 말이다. ‘지금의 나’는 언제나 부족해 보이고, 아직 모자란 것 같은데 시간은 계속 흐르니 지금의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자만에 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시야를 넓게 가지면, 이런 나라도 알아보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지금’은 과연 아무런 가치도 없을까. 별것 아닌 것 같았던 그 과거들이 그리운 것도 사실은 그때의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건 지금 현재가 지나가며 쌓여가는 과거에도 변함이 없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었어

지나간 모든 순간들

 

이루지 못한 그 모든 꿈을

또 한 번 모아서

안되면 그냥 웃어버리고

또 하면 되지 뭐

 

 

그렇게 지나고 보니 과거가 눈부신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나날들도 눈부실 것임을 안다면, 막상 두려울 건 점점 없어 보인다. 재쓰비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그 지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무조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안돼도 그냥 웃어넘기고 또 하면 될 뿐이라고 위안을 준다. 언뜻 보면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한 말이라고 느껴질지 몰라도, 이 말을 뱉는 목소리의 주체가 재쓰비이기에 의미가 있다.

 

재쓰비 멤버들은 각자 확고한 사회적 자아와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건 그만큼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을 때 져야 할 리스크나 감당해야 할 관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업만큼이나 진심으로 임한 이 프로젝트 속에서 ‘안되면 그냥 웃어버리고 또 하면 되지 뭐’라는 가사를 뱉기까지에는 엄청난 용기와 다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뱉어주었기에 대중들에게는 그 말이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됐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정말 웃어버리고 넘길 요량으로 새 시도를 다짐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Stay in what you believin'

넌 너를 그냥 믿어

도무지 너를 모르겠다면

네 곁에 나를 믿어

 

 

그렇게 이들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끊임없는 용기와 믿음을 준다. 지금껏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도, 앞으로 함께할 수많은 이들에게도. 걷게 될 줄 몰랐던 이 길에서 웃고 있는 나의 지금이 빛나 보인다면 여러분의 지금도 빛나고 있는 거라고 증명하고 있다.

 

더 나아가 너 자신을 믿지 못하겠으면 ‘너를 믿는 나’를 믿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삶의 지지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딘가 믿고 기댈 구석이 있다는 건 존재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재쓰비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음을 이번 활동을 통해서 느꼈을 것이다. 이 가사에는 그 위안과 든든함을 같이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떤 마음보다도 반짝이며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닿았을 것이다.

 

 

 

이 겨울이 유난히 시리다면 재쓰비를 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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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겨울은 유난히 따뜻한 반면, 어떤 겨울은 유난히 시린 법이다. 그럴 때 생각나는 건 역시 손에 쥘 수 있는 따뜻한 무언가가 아닐까. 오랜 겨울 많은 사람들의 손난로를 담당했던 캔 커피처럼 재쓰비가 이번 겨울 추위를 많이 타는 누군가에게 있어서 그런 캔 커피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김이나 작사가가 이 곡의 가사를 쓰기 위해 재쓰비 멤버들에게 각각 낸 숙제가 있다. 가장 무모하고 반짝이던 때를 떠올려서 보내달라는 숙제였다. 그중에서 김이나 작사가가 보고 울컥할 뻔했다는 재재의 글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우리들의 지금이 언제 끝나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하루이기를 바라며.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고 무작정 자신감 있던 때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너무 요원해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잊고 싶은 건지 잊기 쉬운 건지 그런 때는 저에게 늘 찰나였지만, 그 순간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것들이 모여 지금의 무모함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 때를 묻는다면 지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꿈꿔도 좋구나 인생의 청사진이란 걸 그려도 괜찮구나 느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예전엔 눈을 감으면 칠흑같은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어둠 속에 내려오는 한 줄기 빛이 더 밝게 보입니다. 혼자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별다른 계기없이 그것을 느끼고 또 깨닫게 됐습니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저지르고 보니 이루어집니다. 막상 가보니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천지에 널렸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고 흘러가는 하루가 아깝지 않습니다. 당장 내일 이 세상에서 사라진대도 괜찮은 하루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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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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