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려운 음악은 없다. -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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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클래식을 새롭게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 첫걸음은 바로 이 책이 되어야 한다.
클래식은 늘 어려운 예술이라는 편견을 품고 있었다. 가볍게 접근하기 어렵고, 반드시 배경지식이 있어야 향유할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 저자는 ‘그저 액세서리를 고르듯이 순간 나에게 어울릴만한 음악을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음악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유럽 고전주의 음악을 후대에 계승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통해, 고전 음악에 들어찬 여러 감정과 그의 생애를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다. 총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악보 같은 이 책은 목차를 하나씩 읽으며 넘길 때마다 베토벤의 삶과 철학을 음미하게 된다.
특히 베토벤의 겪었던 수많은 고통과 고난은 그가 얼마나 강인하고 굳은 심지를 가졌는지 짐작하게 한다. 어린 시절 베토벤은 지나치게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성인이 된 후에도 잦은 시련을 겪었다. 고작 스물여덟살의 나이에 난청을 겪으며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음악가가 되기도 했다.
베토벤은 이 모든 감정을 자신의 음악에 담으면서 꿋꿋하게 이겨 나갔다.
그러나 괴로움의 호소로 시작하는 이 유서는 이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짐하는 각서로 반전한다.
[나를 붙드는 것은 예술, 오직 예술뿐이었다. 나의 예술적인 재능을 모두 드러내기 전에는 '죽음'이 천천히 다가왔으면 좋겠다. 죽음이여 올 테면 와 보라. 나는 용감하게 그대를 맞이할 것이다.]
- <일생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p.103
궁정 악장으로서의 삶이 아닌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피아노 협주곡 2번, 내림나장조, Op. 19’, 난청에 굴복하지 않고 죽음에 용감히 맞서는 용기가 담긴 <영웅>, 절망과 혼돈의 전쟁 상황에서 출정을 나가는 벗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긴 <황제> 등 베토벤은 매 순간 그가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음악에 담았다.
특히 이 책은 각 장에 포함된 작은 절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들으면서 읽는 베토벤’이라는 코너를 통해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짧게 소개하고 있다. 네모난 QR코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으며 베토벤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눈으로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읽고, 귀로는 그가 쓴 수많은 명곡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베토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만족했던 것은 나의 클래식 세계가 보다 확장되었다는 점이다. 드디어 나에게도 <비창>이라는 ‘베토벤 최애(最愛 ·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곡’이 생겼다. 이제껏 <비창>의 일부 멜로디만 조각조각 들어봤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1악장부터 2악장, 3악장까지 천천히 깊게 음미하며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비창>은 아주 매력적이고 당돌한 곡이었다. 일반적인 피아노 소나타는 빠른 1악장, 느린 2악장, 다시 빠른 3악장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비창>의 1악장은 굉장히 섬세하고 느린 템포의 ‘그라베’로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 전 까진 전혀 알 수 없었던 사실이었다.
베토벤은 일반적인 틀을 깨며 자신의 강점을 당당히 드러냈다. 저자의 말대로 베토벤은 아주 강한 '젤브스트페어트라우엔Selbstvertrauen', 바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곧 베토벤만 할 수 있는 음악을 창조해 냈다.
게다가 <비창>이라는 표제는 오역된 표현으로, 실제로는 ‘비장(悲壯 · 감동적이고 감격스러운) 소나타’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숨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가 잘 아는 <엘리제를 위하여>에도 이러한 뒷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저자가 말해주는 깨알 같은 뒷이야기들은 이 책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었다.
이 책에 수록된 베토벤 best 25곡은 우리 인생의 여러 지점에서 꺼내 듣기 좋은 곡들이었다.
클래식은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나의 상황과 감정에 맞추어 그저 마음으로 느끼면 되는 음악이었다. 아직도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베토벤과 그의 음악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어려운 음악은 없다. 클래식 음악, 재즈, 트로트를 다 포함해서 세상에 어려운 음악은 없다.
- <일상에 한번은 베토벤을 만나라> p.182
[김효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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