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이 이제는 두터운 외투로 몸을 꽁꽁 싸맨 채 집을 나선다. 바람막이와 코트, 스웨이드 재킷과 블루종 사이에서 어떤 외투를 입고 나갈지 고민하는 매일 아침 음악까지 고민할 여유가 없다면 이 글에 집중하길 바란다.

 

밴드 음악은 여름의 전유물이 아니다. chill 한 사운드의 밴드 음악은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차가운 공기와 페어링 할 때 진정한 면모를 드러낸다. 쌀쌀한 날씨, 듣기 좋은 세 밴드의 곡을 추천한다.

 

 

 

1. jisokur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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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는 2022년에 데뷔하여 해당 년도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을 수상했다. 멤버는 총 다섯 명, 지소쿠리(vocal, guitar), 홍비(bass), 빈(keyboard), 신제로(guitar), 문산수(drum)로 구성된다. 지소쿠리클럽은 본인들을 캠핑록/피싱팝의 선두주자라 선언한다. 캠핑록/피싱팝은 서프록 장르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따온 명칭이다.

 

서프록은 휴양지에서 서핑하며 듣는 음악이다. 지소쿠리클럽은 이 서핑록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캠핑과 낚시를 음악과 결합하여 캠프록/피싱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음악의 지평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장르가 독보적인만큼 사운드 또한 빈티지하고 자연 날 것의 사운드를 표방한다.

 

이들은 멋부리기보다 늘 자연스럽고 편안한 재미를 추구하고 싶다는 점에서 스쿨밴드, 아마추어한 동아리를 표방하는 것이다. 2019년, 보컬 지소쿠리가 솔로로 데뷔한 후 총 10개의 앨범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1) I Love u..r shoes


2023년 7월에 발매되었다. 느긋한 드럼 베이스의 차분함 속 카우벨 느낌의 타악기 사운드가 매력적이며 그 위에 얹어지는 허스키한 보컬과의 조화가 매우 부드럽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소쿠리클럽의 음악 중 끈적하게 늘어지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들을 좋아하는데 재즈 특히 Lo-Fi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위 곡은 사운드만으론 알 수 없지만 알고 보면 귀여운 사랑 노래로 화자의 수줍은 마음을 고백한다.

 

 

I love.. I love I love your shoes

시답잖은 얘기 말고 너를 좋아

 

 

화자는 셔츠를 좋아한다는 둥, 신발이 마음에 든다는 둥 줄곧 딴소리만 하며 둘러대는데 심지어는 “사실은 준비한 하고 싶은 말은.”이란 문장이 앞선 딴소리들에 묻혀 안개처럼 모호하게 들린다. 결국 마지막까지도 고백의 말을 끝맺지 못하고 끊겨버리는 게 인상적이다.

 

 

 

 

2) She’s not straight

 

2024년 9월 8일, 발매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신곡이다. 마찬가지로 느긋한 기타와 드럼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으로 피크닉을 떠나온 것처럼 여유롭고 매력적으로 빠져든다. 전체 영어 가사로 아마 가사를 해석하지 못한다면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Mystery of Love’를 듣는 것처럼 평온하고 신비로운 이탈리아 소동네의 오솔길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사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Everytime I ask out on a date
Maybe I'm the reason she found her identity

 

 

화자의 안타깝기도, 우습기도 한 고백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다수의 청자들은 그녀가 이성애자임에도 화자를 떼어놓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까지 바꿨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물론 “Maybe I'm the reason she found her identity which is good for her”이라는 가사를 통해 화자조차도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걸 상상해 볼 수 있다. 차갑고 견고한 철벽에 의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던 청춘의 스토리를 낭만적인 사운드 위에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2. Tuesday Beach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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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데뷔한 혼성그룹으로 김예담(보컬), 우성림(기타), 조용준(베이스), 배도협(드럼)가 자신들의 음악적 감성을 발산하고 있다.

 

김예담은 싱어송라이터로 보컬과 기타, 작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팀 리더 우성림은 작·편곡을 담당한다. 조용준은 마찬가지로 베이스와 함께 작사, 작·편곡을 도맡아 하고 있고 드러머 배도협은 타 아티스트나 유통사, 음반기획사 등과 대외적 미팅을 진행한다. 함께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 멤버 중 한 명인 김성민은 김예담의 친오빠로 음악 전공이 아닌 사진 전공 출신이다. 그는 전공을 살려 팀의 아트디렉터 역할을 하며 앨범커버와 공연포스터, 컨셉 이미지를 작업하고 있다.

 

이들은 밴드 이름처럼 화요일 날 해변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신들의 음악 안에 담아내고자 한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바이브와 풍부한 사운드를 선보이면서도 끝나지 않는 레트로의 감성을 전달한다. 데뷔 앨범으로 EP 1개를 포함하여 10개의 싱글 앨범을 보유하고 있다.

 

 

 

 

1) Endless shine

 

22년에 발매된 세 번째 싱글송으로 김예담의 담담하면서 매력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티비씨 자체가 Mild Hidh Club(대표곡으로는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자주 듣게 되는 Homage가 있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 만큼 드림 팝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드러나지만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강조되지는 않는다. 언뜻 들으면 일반적인 인디풍의 발라드 음악 같기도 하지만 뭉근하게 늘어지는 기타와 신스 사운드가 독특한 바이브를 풍긴다.


 

나 언젠간 그 사람에게도 잊혀질까요

길 잃은 나의 발끝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얼어붙은 날 더 가까이, 뜨겁게 안아줘요

 

 

곡 소개에서 티비씨는 해당 노래에 대해 “이미 다 지나버린 시간이지만 그 추억 속에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잃었던 나를 되찾길 바란다.”라고 코멘트 했다. “Endless Shine”은 이미 이별한 인연도, 끝나버린 관계도, 지나간 시간 속에 버려진 추억들도 전부 마음속에 남아 꺼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전한다. 단절된 관계에도 끝나지 않는 애정은 괴롭지만 가늘게나마 이어지는 기억이 때론 이유 모를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2) Sunset

 

첫 번째 EP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화요일 해변가의 하루를 담은 Ep.1 [Tuesday Beach Club]은 그들이 생각하는 해변을 시간적 구성으로 풀어내며 Mary를 통해 포문을 열고 Sunset으로 마무리된다. 그들의 의도에 맞게 노래를 듣고 있으면 태양이 바다에 녹아드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잔잔하지만 후반에 가서는 조금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타와 건반, 드럼이 듣는 이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손을 댄다. 어쿠스틱 악기에 전자음이 가미되면서 깊이 있는 사운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특히 브릿지 이후 리버브 효과가 강하게 적용된 보컬과 악기들이 공간감을 만들어내면서 일종의 에코처럼 곡의 아련함을 배가한다.


 

I wanna hold the feels you gave me that all

We don't like to feel pains what made us bleeding out

 

 

가사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슬픔을 그린다는 점에서 위의 Endless Shine과 맥을 같이 하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애처롭게 붙잡는 듯한 Endless Shine의 화자와 달리 Sunset의 화자는 조금 더 자주적이고 능동적이다. “There's no more love and hopeful things forever”라고 말하지만 서로를 사랑했던 과거에 대한 직관성이 매우 뛰어나다.

 

서로의 사랑이 영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연인에게 상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그(녀)가 느꼈던 사랑은 진실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화자는 온전히 고통받고,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3. Midnight Jogging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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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데뷔로 앞선 밴드들보다는 1년 늦게 모습을 선보였으나 필드에서는 이미 이름을 알린 멤버들로 구성되었다고 전해진다.

 

멤버는 강지원(Vocal, Keyboard, Guitar), 김상우(String), 문지혁(Flexindoor, Synthesiser, Sound Effect), 이찬진(Keyboard, Mixing)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럼, 베이스, 기타 등으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밴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그만큼 팝, 얼터너티브, R&B/Soul, Chill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해석한다. 각박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자유로운 영혼들이 서로를 만나게 되면서 미조클로 재탄생하고 그렇게 얻어낸 자유를 음악적으로 풀어내는데 그만큼 경쾌하면서도 정제되지 않은 바이브가 드러난다.

 

현재까지 싱글 앨범 2개, EP 앨범 1개를 발매했으며 1 to 10이 데뷔 싱글 앨범이다.

 

 

 

 

1) Start Button

 

2023년 11월에 발매된 포크/블루스 장르의 곡으로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자랑한다. 보컬 강지원의 깔끔하면서 맑은 목소리가 굉장히 상쾌하게 느껴진다. 모든 악기들이 적절히 분배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키보드와 현악기의 사운드가 가장 두드러지며 특히 높은 음역대에서 빛을 발하며 곡의 밝은 분위기를 형성한다.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맑고 투명하게 느껴지며 여유로운 시원함과 미미한 청량감이 느껴진다.


 

You tell me it's beyond me, I'll find a way it work

 

 

태양계와 궤도의 움직임에 비유하여 관계에 대한 한계와 희망을 전달한다. 화자는 상대방에게 귀속되거나 아예 벗어나고 싶다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지만 정작 실제로는 이도 저도 아닌 채 상대의 주변만 빙빙 돌고 있다. 상대도 그것을 알면서 “You say I can’t go past beyond you”라고 말하는데 아무도 화자가 상대의 영향력 안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상대에게 나도 너처럼 빛날 거야, 난 네 궤도를 벗어날 거야,라는 화자의 선언은 상대에게 계속 끌려 돌아오면서도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귀여운 투정으로 보인다.

 

 

 

 

2) Keep Stereo

 

EP 1 [Pulse, Raw]의 앨범 수록곡 중 첫 번째로 만들어진 곡이다. 찬진과 상우가 늦은 밤 놀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로 가이드를 만들었고 멤버들이 가이드에 여러 아이디어를 더하며 완성된 곡으로 특히 애착이 가는 곡이라고 한다. 2분 5초의 매우 짧은 곡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밴드 특유의 알찬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스트링은 타 사운드에 비해 낮은 사운드로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맑은 보컬이 고음역대를 화사하게 잡아주면서 서정적인 바이브를 극대화한다.


 

We're like suit and tie, the black and white, mysterious

Even if I take all the world still you're mysterious, Keep Stereo

 

 

가사에서는 관계를 둘러싼 혼란과 매혹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suit and tie, the black and white, mysterious"라는 구절에서 '슈트와 타이'는 두 사람이 어울리면서도 동시에 단조롭고 이분법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점을 암시한다. 흑백의 대비는 명확하면서도 단절감을 주며 관계에서 느껴지는 거리감과 경계가 강조되면서 그에 따른 신비로움이 극화된다.

 

화자에게 상대는 전 세계를 얻는다 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표현된다. 단어적 의미로의 스테레오는 ‘단단한, 고정적인’이라는 해석을 갖지만 음향 기기인 스테레오는 일반적으로 동시에 하나 이상의 스피커에 맞춰 데이터를 사용하는 2채널 재생 및 녹음이며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2개의 스피커가 사용된다. 이러한 배경을 두고 살펴보았을 때 화자는 상대의 신비로움에 매혹되면서도 신비로운 거리가 사라졌을 때 자신의 감정이 과하게 깊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변화로 혼란스러워질 것을 두려워하는 걸지도 모른다.

 

*

 

그럼 여기까지 인프피도 기 빨리지 않는(?) 가을 전용 클럽 노래들을 들어보았다. 따뜻한 실내로 돌아왔을 때도 귓가에 여운을 남기는 음악들. 이맘때만 느낄 수 있는 가을 감성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마음을 채운다. 어쩌면 이 음악들이 올가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꼭 들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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