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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계절의 향기로움을 담아내는 예술을 비단 문학뿐이 아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음악이 여름에는 바삭한 햇빛을, 겨울에는 시린 공기를 만들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믿는다. 최근에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음악이 내게 오랜만에 낭만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데뷔곡 입춘으로 단번에 주목받기 시작한 한로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단단한 음악 세계를 쌓아나가고 있다. 그녀의 음악 중 일부를 추천하고 감상을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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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데뷔곡 입춘은 청춘을 말하는 한로로 세계의 시작이자 토대를 노래한다. 그가 말하는 청춘은 명암을 반복한다. 마냥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순간을 솔직하게 노래한다. 불안함과 씁쓸함을 말하지만, 그의 가사는 힘찬 구석이 있다.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청춘을 상징하는 봄, 그 시작은 조금 쌀쌀하다. 꽃샘추위 속에서 너와 나의 시간이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기꺼이 나를 꺾어 피우라는 말이 그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말하는 메시지로 느껴진다.

   

소속사의 공식 소개 글 중 이런 문구가 있다. “누구보다 자신의 두려움이 크지만, 못지않은 용기로 한로로는 분연히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고 우리와 유대합니다.” 그의 음악적 메시지를 관통하는 이 문장으로 그가 어떤 아티스트로 거듭날지 기대하게 된다.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섬세함은 데뷔곡에서부터 날렵하다.

 

 

 

정류장


 

 

 

계절별로 발매된 네 가지 싱글 앨범 중 마지막 곡인 정류장은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푸른 앨범 커버에서 한로로는 눈을 맞고 있는데 그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 또한 아름답다.


이 노래의 영제는 The last stop of our pain. 정류장이란 원제목에 덧붙여진 설명 같은 표현을 본 후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안의 모든 게 다 녹아내릴 때

보이지 않던 게 하나둘 피어날 때

피어난 입김이 외롭지 않을 때

그럴 때 마침 일어설래요

 

 

무너져도 일어나세요. 라는 막연한 응원이 아닌 일인칭 시점에서 풀어내는 이 위로가 와닿는다. 슬픔 이후 우리 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변화가, 그 나름의 성장이 일어난다. 이전과 다른 내가 되는 그 겨울의 시간을 보내고 일어서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작은 위로를 건넨다.


한로로의 음악은 직접 손 내밀지 않고 함께 고통에 젖어 들거나 차분히 이 시간에 존재한다. 가사를 짚어가다 보면 그도 우리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청춘이라는 것이 문득 느껴진다. 겨울을 지나는 모두를 음악이 또 한 번 일으켜 세운다.

 

 

 

ㅈ l ㅂ


 

 

 

한로로가 말하는 집은 우리의 현실 그 자체이다. 이전 앨범 이상비행에서 한로로는 사랑과 상처에 대한 추상적인 감각을 말하곤 했기에 “집” 앨범의 묵직한 이미지가 색다르다. 변화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그 의외성은 오히려 신선함으로 느껴졌다. 그가 말하고 싶었다는 현실이, 곧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단어의 집합과 음악 자체가 강렬하고 직설적이다. 소화와 소생이란 말을 반복하며 우리에게 다툼과 절망이, 기쁨과 희망이 어떤 일인지 불쑥 보여준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정말로 느껴야 하는 감각은 기쁨이라고 부단히 외친다.

 

 

다툼 절망 소화 소화

기쁨 희망 소생 소생

다툼 절망 소화 소화

기쁨 희망 소생 소생

 

 

원래 청춘이란 계속 달라지는 그 자체 아닌가. 그 지점에서 한로로는 주저 없이 변화구를 던진다. 사랑이라는 가치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의 시점을 말하는 그의 음악은 빠르게 자라가고 있다.

 

특히 ㅈㅣㅂ이 수록된 앨범 “집”은 한로로의 음악적 성장이 돋보인다. 첫 곡인 귀가부터 마지막 곡 보수공사까지 한 권의 책처럼 집(세상)에 대한 아티스트의 시각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부디 이 앨범은 전체를 한 번에 들으며 즐겨보길 권한다.

 

한로로를 계절로 따지자면 초록빛 여름이 떠오른다. 동시에 여름을 닮은 그 천진함에 깊은 사유가 느껴진다. 그의 음악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평범한 고민을 음악을 통해 이름 붙여주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나 또한 같은 이십 대 청년으로서 그의 음악이 나타내는 청춘과 방황에 공감했다.

 

문학의 시대가 돌아온 2024년, 한로로의 음악도 문학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불완전한 순간을 음악으로 말하는 한로로, 그에 대한 기대를 품고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해 본다.

 

 

 

에디터 노현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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