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마이너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그리는 ‘마이너로 살아남기’의 의미를 말이다.
재희와 흥수는 사회적 약자로 통하는 자들이다. 우선, 재희는 여성이며, 흥수는 자신을 퀴어로 정체화한 인물이다. 재희는 사회적 통념이 허용하는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듯 둘의 비주류적 요소들은 재희와 흥수가 통할 수밖에 없는 구석을 공유하게 한다.
재희와 흥수가 가까워진 계기 또한, 흥수가 퀴어 남성이라는 것을 재희가 우연히 본 날에서 시작한다. 흥수는 재희와 거리를 두며 마음을 열지 않지만, 재희가 남학우들에게 메신저로 성희롱을 당하는 과정에서 ‘걸레’로 소문까지 나게 되고, 그 소문에 직면하여 당당히 맞서는 재희의 모습에 호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흥수는 남학우들만 참여하는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재희를 성희롱하는 남학우들을 보며, 비웃으며 남성 권력과 맞선다. 흥수는 남성이지만, 자신을 퀴어로 정체화하였기에 사회적으로 팽배한 기존 남성 권력과는 거리가 있다.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이성애적으로 여성을 사랑해야 하지만, 흥수는 그것과는 정반대로 동성인 남성을 사랑한다는 요소부터 흥수는 “정상”의 범주에 속하지 못한다. 흥수의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여성을 향한 폭력적인 시선 또한 이성애자 남성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남성 집단에서 흥수의 퀴어 정체성이 밝혀진다면, 흥수가 받게 될 시선과 처할 위치는 ‘뻔한 여자’, ‘헤픈 여자’, ‘걸레’ 같은 수식어를 단 여성과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된다. 흥수가 자신이 커밍아웃 당할까 매 순간을 노심초사하는 것 또한, 남성 집단에서 정한 “정상성”을 그 스스로 거스르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희는 남성 집단에 의해 멋대로 재단 당하거나, 산부인과 의사에게 살아온 삶 전반을 “그렇게 살아온 결과”로 축소 되기도 하며, 전 남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은 재희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에피소드나 사건들이라기보다, 현실의 여성들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거니와 실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들이다.
즉, 재희의 삶을 통해, 영화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공감과 사회적 감수성을 모두 챙겨나간다.
재희와 흥수는 이십 대 초반에 만나, 삼십 대까지 우정을 이어간다. 재희가 여러 상황으로 인해 힘들어할 때마다, 흥수만큼은 재희의 옆에서 재희가 온전히 재희일 수 있게 한다. 이는 연대이다.
재희와 흥수 모두 사회가 정해놓은 통념을 거스르는 자들로서 사회에서 거부당하거나, 틀렸다는 말을 듣고 살아왔기에 서로의 곁에서 안정감과 안전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는 것을 굳이 서로 언급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 그것이 재희와 흥수의 관계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에 마음이 동하여 벅참을 느낀 관객들은 굳이 재희나 흥수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의 감동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며, 자신이 마이너틱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 관객들이라며 누구든 공감 가는 감정선이 존재해서일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나이대별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마치 게임 퀘스트처럼 놓여 있고, 무엇을 어느 나이대에 수행하지 못할 경우, 마치 자신이 실패자나 낙오자가 되는 것만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이 아닌, ‘틀린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현 2030세대들은 전 세대들과는 다르게 사회적 감수성이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매체의 발달로 인해 어려서부터 다양한 삶의 형태를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여 포용력과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대도시의 사랑법>이 특히나 젊은 세대에게 호평을 받는 것 또한 한국 사회에서 정한 통념적인 여성상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재희와 퀴어 당사자인 흥수의 삶을 보았을 때, 그 나이대에 충분히 경험했을 법한 마이너적인 요소에 공감과 감동한 것 아닐까.
퀴어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삶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워 끌고 가는 <대도시의 사랑법>이 앞으로의 한국 영화계에 좋은 영향을 불어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