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자수로 빛을 수놓는 공예가 김정화의 세계

자수부터 전통까지, 김정화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10.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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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4.png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자수로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김정화 아티스트



-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예가 김정화입니다.

 

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예를 하고 있습니다. 공예품을 만든 뒤 그 안에 이야기를 담고, 누군가 그 공예품을 사용함으로써 그 뒷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나가며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작품을 전개하고 있어요.

 

공예가라는 단어는 예술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저는 실용성이 높은 생활 소품들을 주로 제작하여 실제로 많이 쓰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크기변환]01 정화 대표 이미지.jpg

출처 jeonghwa.gallery 이하 모든 이미치 동일

 

 

- 공예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달력을 뜯어서 청소기를 만들며 놀기도 했죠. 그 또한 종이라는 요소를 활용해서 다른 물건을 만드는 공예 활동이잖아요. 그렇게 취미로 시작하다 보니 도안을 그리기 위해서는 그림에 대해 알아야 했고, 그림을 알기 위해서는 또 그 구조도 알아야 했어요. 그렇게 다양한 물체에 대하여 많이 관찰하게 되며 다양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죠.

 

자수를 시작한 것은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한 이후였어요. 그 당시 사무직으로 회사에 다니며 바쁘게 일을 했었는데, 너무 힘든 스케줄을 반복하다 보니 몸도 많이 상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거든요. 바빴던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나니 저 스스로에 대해 조금 더 챙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를 위한 취미를 새로 가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서점으로 향했어요. 서점의 취미 코너에 들어가서 둘러보니 십자수 도서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십자수 서적도 사실 다양한 것이 있잖아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신 작가님들의 책도 있고, 도안들과 기법들을 다양하게 정리해 놓은 기법서도 있죠. 저는 이 중 어떤 책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타인이 이미 만들어낸 캐릭터를 통해 보다 쉽게 익히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제가 독학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지 말이에요. 그리고 결국 기법서를 골라서 자수에 대하여 독학하기 시작했어요.

 

어느 정도 기초가 쌓인 뒤에는 더욱 넓은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원데이 클래스를 몇 번 수강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향으로 자수를 배우고, 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수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즐겁고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다니게 된 것이 브로치를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였어요. 보통 브로치를 만든다고 하면 곰, 강아지, 고양이 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많이 만드는데 저는 물고기라는, 유독 눈에 띄는 주제를 정했어요. 그 후, 보다 다양하게 물고기를 표현하고 그걸 브로치로 만들며 아마추어 자수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크기변환]01 브로치 첫 작품_베타브로치.jpg

 


현재 작가님께서는 프랑스 자수 뿐만이 아니라 한국 자수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죠. 프랑스 자수로 시작해서 한국 자수로 넘어오게 된 계기에는 김택상 작가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로 알고 있는데.

 

맞아요. 당시 김택상 작가님의 전시를 지인과 함께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저의 가방에 제 작품을 달고 갔었죠. 그리고 작가님께 저의 작품을 보여드리며 ‘저는 이런 자수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프랑스 자수라고 하면 주로 둥근 원형 틀에 자수가 놓인 형태를 많이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을 브로치화 해서 갖고 다니고 있으니 김택상 작가님께서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전통 자수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전통 자수에 대해 검색하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 전까지는 한국 전통 자수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 전통 자수에는 어떤 기법들이 있는지, 어떤 작가님들이 활동하고 계시는지 등등 새로운 것을 알고 나니 너무 깊이 빠져버린 거예요.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니 전통 자수 수강을 신청해서 첫날 강의를 듣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수가 담아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작품과 함께 살펴봅니다.



- 이야기를 담는 자수를 제작하고 계신다고 소개해주셨어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계실까요?


제가 프랑스 자수를 했을 당시 ‘꿈꾸는 물고기’ 시리즈를 제작했었어요. 

 

저는 처음 공예를 시작했을 때, 정말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색의 물고기를 브로치로 만들며 발을 들여놓았어요. 그런데 계속 활동하다 보니 어느 순간 ‘메인 디자인’의 필요성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디자인을 시도했었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꼬리가 뾰족하게 세 갈래로 갈라진 물고기였어요. 이 물고기가 항상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었기에 꿈을 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꿈꾸는 물고기'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죠.

 

 

[크기변환]2017 꿈꾸는 물고기 초기 모델.jpg

 

 

이 '꿈꾸는 물고기' 시리즈는 정말 많은 분께서 사랑해 주셨던 시리즈인데, 제가 그 친구를 보낼 때 항상 ‘이 친구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름을 정해주시고 그 이름을 불러주며 함께 많이 여행해 주세요’라고 메모를 적어드렸어요. 그랬더니 정말 많은 분께서 꿈꾸는 물고기들을 소중하게 대해주시고, 함께 여행 간 사진도 저에게 보내주시는 거예요.

 

저에게는 그 경험이 정말 감동적이면서도 특별했어요. 단순히 제가 즐거운 공예를 넘어서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예가 된 거니까요. 그래서 그 기억에서 비롯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공예를 추구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꿈꾸는 물고기'라는 주제 안에서 색상, 종류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꿈꾸는 금붕어' 등으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크기변환]2019 꿈꾸는 금붕어 초승달꼬리 02.jpg

 

 

- 실제로 작가님의 작품 중에는 다양한 색상과 실루엣의 물고기들이 있어요. 아직 안 해보았지만 해보고 싶은 물고기 종류도 있을까요?


정말 많은데, 그중에서도 특히 베타 물고기에 대한 요청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요. 베타라는 물고 기 자체가 매우 예쁘고, 독특한 꼬리와 지느러미를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도 베타를 자수로 표현하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려움도 분명히 느끼고 있어요. 지느러미 부분의 섬세한 모양을 살려가면서도 외곽을 정리하는 것이 무척 힘들거든요. 그리고 그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적당한 크기를 유지하고, 베타만의 빛나는 비늘 색을 표현한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죠.


베타를 여러 번 시도해 봤는데 아직은 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서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어요. 제가 마음에 들어야 세상에게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계속 노력해서 베타를 포함해서 계속해서 다양한 물고기들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 '꿈꾸는 물고기' 외에도 다양한 소재로 작업을 진행해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저는 참새를 자수로 표현한 작품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맞아요. 팬지꽃 브로치를 판매하기도 했었고, 반짝이는 벚꽃을 만들기도 했었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나의 작은 참새’라는 이름으로 500원 동전 크기만 한 참새를 만들어서 판매한 적도 있죠.

 

‘나의 작은 참새’의 경우에는 크기가 작고 디테일이 있다 보니 만들기가 조금 어려웠던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찾아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매우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죠. 저도 참 아끼는 친구입니다.

 

 

[크기변환]04 2018년 나의작은참새.jpg

 


- 물고기를 만들 때와 다른 소재를 만들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아무래도 다를 것 같은데. 각각 어떤 부분에 집중하실까요?

 

우선, 물고기를 먼저 만들 때는, 물고기를 만들다 보면 실 자체가 한곳에 모이는 지점이 있어요. 물고기의 형태가 허리 부분이 가늘어지다가 꼬리가 펴지잖아요. 그 부분에 실이 많이 뭉치지 않으면서도 꼬리가 아름답게 펴질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많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또, 몇 년 전부터는 마감할 때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고 있습니다. 

 

물고기 외의 소재를 자수로 표현할 때는 그 소재가 너무 단순하게 표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구름을 브로치를 만들 때, 구름이라는 소재 단 하나를 단순히 가로 혹은 세로선으로만 표현하면 너무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구름의 모양을 조금 더 캐릭터화시켜서 알아보기 쉽게 하고, 그 안에 구름이 가질 수 있는 동글동글한 실루엣을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기법을 찾아 바꾸기도 해요. 구름은 참 다채로운 색채를 갖고 있으니, 회색빛으로 먹구름을 표현하고, 그 아래에 보석이나 비즈로 빗방울을 표현하는 등, 하나의 소재라도 심플하지 않고 예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 프랑스 자수 외에도 한국 자수 작품도 참 많이 제작해주고 계시는데, 작가님의 한국 자수 작품 중 소개해 주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옥색 진주낭'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일반적으로 진주낭을 만들 때는 붉은색 혹은 푸른색 계열이 많이 사용되어요. 실제로 유물이 그 색상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붉은 계열과 푸른 계열 외에도 예쁜 색이 참 많이 있잖아요. 저는 그 두 개의 색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옥색을 활용해서 진주낭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붉고 푸른 다른 진주낭 사이에서 저의 옥색 진주낭이 유독 돋보이게 되더라고요. 그 작품을 단체전과 졸업 전시에서 전시했었는데, 그 덕분에 당당하게 맨 앞에 진열해 놓을 수 있었던 작품이죠. 정말 뿌듯함이 컸던 작품이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크기변환]03 옥색 진주낭.jpg


 

- 작품이 정말 다채롭네요. 오래 자수 작업을 진행하셨다보니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대단해요.


물론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많죠. 새로운 것을 만들면서도 공예가 김정화의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익숙함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의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특히나 컬러에 정말 공을 많이 들이죠. 제가 채도가 높은 색을 좋아해서 그런 종류를 많이 사용해 작품을 만들거든요. 채도가 높지 않다면 대비감을 확실하게 주려고 하죠.

 

예를 들어 하나의 유물을 구현해 낸다고 할 때, 사실 현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컬러들과, 실제 유물의 컬러를 아무리 비슷하게 맞춰보려고 해도 100% 동일하게 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유물의 색채와 비슷하게 맞추고, 그 안에서 저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들을 첨가하는 편이에요. 도안을 조금 더 현대식으로 바꾸거나, 도안 변경이 어렵다면 탁한 색의 사용을 줄이는 등이요. 그래서 색을 메인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합니다.

 

 

 

김정화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듣는 한국 자수와 전통 이야기



-프랑스 자수와는 다른 한국 자수의 주된 특징은 무엇일까요?

 

유럽풍 자수를 주로 프랑스 자수라고 칭하는데, 한국 자수는 유럽의 자수보다 그 기법이 아주 적어요. 그런데도 서양의 것과 같은 회화적인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고, 동양의 기존 전통적인 문양에서 볼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한 이미지도 표현할 수 있죠. 많은 기법이 들어가지 않음에도 이미지들을 굉장히 섬세하게 나타낼 수 있는 기법이 존재해요. 저는 이 부분에 매우 많은 매력을 느꼈어요.

 

또, 서양의 기법과 동양의 기법이 만나면 새롭게 바뀔 수도 있고 서양의 것을 동양의 자수로 풀어내도 새롭게 변화할 수 있죠. 이 다양성이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수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해요. 제가 여러 번 단체전 전시에 함께했을 때 정말 남녀노소 각국의 다양한 분들이 오셨어요. 그리고 그분들께서 한국 자수 작품을 보셨을 때 ‘정말 예쁘다’는 말씀을 해주시죠. 그 중 몇몇 관람객분들은 알고 계시는 정보를 말씀해 주시며 작품을 감상해 주시기도 하시는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정보가 실제와는 다른 경우가 많아요. 그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며, 역시 현재 대중적인 것은 유럽 자수이기 때문에 한국 자수는 아직 친해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한국 자수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것을 계승해 나가시는 분들도 계시죠. 그리고 한국 자수를 통해 작가님만의 색과 기법, 모양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전달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언젠가는 한국 자수가 보다 대중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크기변환]2021 신사임당 초충도 병풍 제작중 봉숭아.jpg

 

 

- 오늘 한복을 입고 나오신 것도 참 인상 깊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한복인데, 원래 대한민국의 전통과 한복을 좋아하셨나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저도 처음부터 전통에 지극히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유럽 자수를 배우고, 이후 한국의 전통 자수에 관해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전통에 대해서도 알아가기 시작했죠. 자수를 하는 과정에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뵙고, 그분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사적으로도 다양하게 전통과 관련된 프로그램, 전시 등을 같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제가 전통에 빠져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즐거운 것을 저만 즐길 수는 없다는 마음에 행사 소식 등을 SNS에 올리게 되었죠. 한국 자수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니까, 전통 공예를 하는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전통문화의 노출도를 높여서 전통문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드리는 것이 일종의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말씀해주신 것처럼 전통문화의 진입장벽이 조금 높은 편이죠. 다수의 예술이 있음에도 전통 공예는 유독 그 접근성이 낮다는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최근에는 많은 관심을 두시며 그 범위가 더욱 넓혀지고 있는데, 이 변화를 아티스트님께서도 많이 느낄 수 있으실까요?


네, 확실히 많이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전통문화 커뮤니티 '교하'라는 모임의 자문으로 있으면서 함께 운영을 맡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은 분께서 다양한 소식을 들려주시기도 하고,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도 있죠. 그 과정에서 요즘 특히 젊은 분들께서 전통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문화재가 있다면 거금을 들여서 소장해 주시기도 하고, 고궁이나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전통문화 체험도 다수 참여해 주시기도 하거든요.

 

무엇보다도, 제가 많이 느끼는 것이 최근의 젊은 층들은 행동력이 정말 강한 것 같아요. 설령 잘 모르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관심이 생기면 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하고 참여하죠. 실제로 새로운 분야에 대해 접근하려면 무언가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겠다는 마음도 중요하지만,일단 참여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전통문화라는 분야에서 이런 행동력을 잘 드러내 주시고 참여해 주고 계시죠.

 

예전에는 전통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잘 알려지지도 않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적었는데 최근에는 너무 큰 인기에 ‘선착순’, ‘추첨제’까지 도입이 되는 것을 보고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긴 합니다.

 

 

- 작가님께서 최근 전통에 관한 이슈 중 가장 주의를 기울이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전통 중에서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한복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한복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정해진 틀이 있죠. 특히 궁궐에 입장할 때는 ‘한복에 대한 규정’이 있어요. 여성 한복은 치마와 저고리여야 하고, 비침이 없어야 하고, 길이도 어느 정도 길어야 해요. 남성 한복은 바지와 저고리여야 하고, 두루마기나 도포 같은 겉옷, 그리고 한국의 쓰개류로 갓도 쓴다면 더욱 좋죠. 그래야 한복으로 인정해 주고 무료 관람이 가능해요.

 

그런데 저는 이 규칙이 굉장히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생활한복 다양하게 한복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 모습들의 한복은 한복이 아닌 걸까요? 특히 서울에 가면 금박과 리본이 달린,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여 꾸민 한복들이 많아요. 제 생각으로는 그런 한복은 한복으로 인정되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한복은 한복으로 인정받지 못함이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옷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모습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발전해 오는 유동적인 것인데, 현대에 들어서서 그 과정 중 한 부분을 특정하여서 ‘이것이 한복이다’라고 정하고, 더욱 발전된 생활한복은 한복이라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에 저는 굉장히 큰 아쉬움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복의 범위가 넓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요. 그래서 한복에 대한 규모 자체가 넓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 그렇다면, 한국의 전통을 사랑하는 분들께 한국 전통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한복을 입고 다닌다는 것에 타인의 시선에 너무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는 한복을 입고 다니는 이유가 ‘한복 전통의 실용성을 보여주겠다’는 원대한 뜻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제가 좋아하니까’거든요. 예뻐서, 편해서 입는 거죠. 그래서 한복을 좋아하시는 분들께서 평소 한복을 입는 것을 타인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한복을 많이 입고 다녀주셨으면 합니다.

 

 

[크기변환]삼베안경집_옻칠리어님과 콜라보 02.jpg

 

 

 

마무리 지으며


 

- 현재 작가님께서 갖고 계시는 작가님만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말 여러 공예를 배워서, 제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넓히는 것이 현재 저의 목표예요. 그렇게 다양한 공예를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콜라보를 하여 더욱 색다르고 즐거운 작업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자수는 평면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다른 기법을 더하면 조금이나마 입체적인 표현이 가능해지거든요. 하지만, 이 또한 결국에는 평면적인 모습이 강해서, 저는 그보다도 더 입체적인 작업물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특히, 조선시대에서 궁중에서 만들었던 꽃을 주로 채화라고 하는데 그 채화 기법을 활용해서 자수에 꽃을 얹는다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크기변환]2024 채화2번째 작품 백매화.jpg

 

 

그리고 저만의 개인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이용해서, 자수 전에서 넘어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통합하여 보여드릴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 자수를 통해 담아내거나, 더욱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전통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전통에 대하여 알지 못했던, 일반인이었던 저도 현재 전통을 하고 있고 제 주변 사람들도 전통을 하고 있으니까요.

 

공예도 일반적인 이미지로는 행사에서 볼 수 있는, 큰 공예관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종이접기만 해도 그것도 공예거든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공예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공예예요.

 

그래서 저는 일반인이었으나 한국 전통 공예를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바탕으로 ‘전통과 공예라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단 하면 되는 것이다’라는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자수 활동을 하며 여러 번 활동명을 바꿔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저를 기억해 주시고, 계속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정말 그분들 덕분에 공예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 덕분에 한 발 더욱 나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자수 활동을 하며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뵌 덕분에 제가 더욱 더 성장할 수 있어서, 그분들과도 앞으로 계속 함께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저를 처음 뵙는 분들께서는 저보다는 저의 작품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시고, ‘어떻게 하면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질문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저에게 질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프레스 태그.jpg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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