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 < 카르멘 >, < 마술피리 > 등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배운 몇 가지 작품들, 소프라노 조수미, 광고 음악으로 유명해진 < 라 트라비아타 >의 ‘축배의 노래’ 정도가 생각날 것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 마술피리 >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흉내 내며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이들도 있을 테다.
오페라 < 라 트라비아타 > 중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
©국립오페라단
필자는 어릴 때부터 공연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나름 오페라를 많이 접해 본 편이지만, 유명 작품들을 몇 번 본 정도이지 오페라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다. 공연을 보는 것 외에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서도 있겠으나, 우리나라 오페라 시장이 크지 않기에 다른 장르들에 비해 오페라를 볼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몇 달 전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오니 어디를 가나 오페라를 원 없이 즐길 수 있어 놀라웠다. 오페라의 본 고장이 유럽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말이다. 도시마다 오페라 극장도 많고, 한 도시에서도 매일 저녁 여러 작품이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게다가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는 만 30세 이하라면 좌석 등급에 관계없이 10유로 내지는 15유로만 내면 오페라를 볼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이토록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니, 신이 나서 여가 시간은 거의 전부 오페라를 보는 데 쏟다 보니 어느새 자타공인 ‘오페라 광팬’이 되어 있었다.
오페라를 좋아하다 보니 이번 여름이 기다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의 여름에는 이탈리아의 마체라타와 토레 델 라고, 베로나,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독일의 뮌헨과 바이로이트, 영국의 글라인드본 등 곳곳에서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중에서도 오페라의 팬이 되기 전부터도 그 명성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던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일정에 맞춰 이탈리아에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136개국 41만 관객이 찾는 아레나 디 베로나
2024년 제101회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홍보 영상
©Fondazione Arena di Verona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펼쳐지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1913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중 한 명인 베르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이후 세계 최대의 야외 오페라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올해로 무려 101주년을 맞이했으며, 매년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진행되고 있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서기 30년에 지어진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으로, 약 2만 2천 명의 관객을 수용한다. 2024년 기준 총 50회의 공연에 41만 7천여 명의 관객이 찾았으며, 전체 관객 중 57%가 전 세계 136개국에서 온 관광객이었다고 한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 전경
©최민서 에디터
필자는 올해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마지막 3일인 9월 5일부터 7일까지 방문했는데, 베르디의 < 아이다 >, 로시니의 < 세비야의 이발사 >, 비제의 < 카르멘 > 세 작품이 공연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베로나 중심부의 브라 광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아레나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무려 2천 년 역사의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이라니, 그토록 오래된 유산이 이렇게 잘 보존되어 오늘날까지 공연장으로서 손색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보낸 세 번의 저녁은 그야말로 오페라의 진수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경험이었다. 고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 아이다 >는 1913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특별히 '아이다 1913'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무대를 그대로 재현해 냈으며, 거대한 피라미드와 조각상들로 꾸며진 무대는 마치 이집트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수백 명의 군인과 노예들이 등장하는 ‘개선 행진곡’ 장면에서는 그 규모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반부부터 비가 내려 공연은 두 차례 중단되었고, 결국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기도 전에 공연이 취소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2024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 아이다 1913 > 홍보 영상
©Fondazione Arena di Verona
2024년 9월 5일 우천으로 < 아이다 1913 > 공연이 취소된 후 텅 빈 아레나의 모습
©최민서 에디터
다음 날의 < 세비야의 이발사 >는 유머와 재치로 무장한 작품답게 이발사 피가로의 지략이 돋보이는 코미디였다. 피가로가 로시니의 유려한 음악에 맞춰 사랑의 음모를 꾸미는 장면들은 익살스러웠고, 거대한 장미와 나비를 형상화한 화려한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날의 < 카르멘 >은 강렬한 매력의 집합체였다. 자유롭고 대담한 집시 여인 카르멘과 그녀에게 빠져드는 돈 호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치명적인 갈등이 폭발적으로 펼쳐졌다.
2024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 세비야의 이발사 > 홍보 영상
©Fondazione Arena di Verona
2024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 카르멘 > 홍보 영상
©Fondazione Arena di Verona
< 아이다 >와 < 세비야의 이발사 >, < 카르멘 > 모두 경이로운 연출과 음악으로 아레나 디 베로나를 다시금 살아 숨 쉬게 만들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간 유럽의 여러 오페라 극장을 다녀 보았지만, 야외 원형 극장에서 2만여 명의 관객과 함께 하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석한 것은 다른 어떤 극장에서의 오페라 관람과도 비견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깰 수 있는 오페라에 대한 편견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그 명성이 자자한 만큼 기존 오페라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데, 공연을 보면서 이 페스티벌이 오페라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충분히 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 1. 오페라는 지루하고 어렵다?
모든 클래식 장르에 대해 그렇지만, 오페라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편견 역시 ‘지루하고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거대한 무대를 가득 채운 세트와 화려한 의상의 가수들, 그리고 수많은 코러스와 조연들을 보다 보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 극의 내용이나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무대와 의상, 소품 등 시각적인 요소만으로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대 앞에서 라이브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마이크 없이도 거대한 아레나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대단한 기량을 가진 가수들의 노래까지 더해지니, 두세 시간 내내 단 한 순간도 황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본 공연 외에도 < 카르멘 >에서는 3막과 4막 사이 무대 전환 때 플라멩코 무용수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무대 좌우의 돌출 무대에 나와 춤 대결을 펼쳤다. 뒤쪽에서 스태프들이 무대 장치를 옮기는 동안 정열적이고 리드미컬한 춤사위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아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편견 2. 오페라를 보려면 격식을 차려야 한다?
올해 4월 한 한국인 유튜버의 오페라 관람 복장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유튜버는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 방문한 영상을 게시했는데, 일부 시청자들이 그의 복장이 오페라 극장의 격식에 맞지 않아 부적절하고 예의에 어긋난다며 비난한 것이었다.
오페라 관람 복장으로 논란이 된 유튜버
©Instagram @hjl.e.e
이 사건으로 인해 오페라 관람 시 복장 예절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논란이 커지자 해당 유튜버는 다시 오페라 극장을 찾아 직원에게 관객의 복장에 관한 규정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직원은 특별한 드레스 코드가 없으며 짧은 반바지만 아니면 어떤 옷이든 상관없다고 답변했다. 이는 관련 인스타그램 릴스가 10월 1일 기준 총 650만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에 대해 가진 두 번째 편견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 유튜버의 복장을 지적한 이들이 아레나 디 베로나에 와 본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베로나에서는 대부분 아주 자유롭고 편안한 차림으로 공연을 관람한다. 베로나가 야외극장인 데다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규모 축제이기 때문에 특히 그렇지만, 일반 오페라 극장에서도 편안한 옷차림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물론 전통적으로 오페라를 보러 갈 때는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옷을 입는 경향이 있으나 일상적인 셔츠나 후드티를 입은 사람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오페라가 왕족과 귀족 계층만이 향유하는 고급문화였던 전통 사회도 아닌데, 공공장소에서의 상식적인 수준의 예의만 갖추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공연 중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편안한 차림이 다른 관람객들이나 출연진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사진의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여러 오페라 극장에서는 오페라 관람 시 정해진 드레스 코드가 없으며, 편안한 차림으로 와도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편견 3. 오페라는 비싸다?
오페라에 대한 마지막 편견은 티켓 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오페라는 과거부터 고급문화의 이미지가 이어져 오고 있어서인지, 티켓 값이 매우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물론 그 예상대로 대개 중간 이상 등급의 좌석들은 십만 원대에서 수십 만원대로 매우 비싸지만, 생각보다 십만 원대 이하의 좌석들도 많다. 또한 나이대에 따라 청소년·청년·노년층의 경우 할인 혜택을 받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예매할 수 있으며, 특히 유럽의 극장들에서는 30세 이하의 청년 혹은 학생을 대상으로 매우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024년 기준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는 가장 저렴한 좌석은 32유로, 한화로 약 4만 7천 원이었으며 총 11개 등급 중 4개 등급이 10만원 이하의 가격대로 판매되었다. 여기에 30세 이하 혹은 65세 이상 관객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었다.
필자는 가장 저렴한 좌석을 할인가로 약 3만 5천 원에 관람했는데, 가격이 이 정도라면 시야가 너무 안 좋은 것은 아닌지 의심될 것이다. 필자도 이번이 아레나 디 베로나의 첫 방문이었기에 시야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3일 간 공연을 관람해 보니 가장 저렴한 등급 중 일부 좌석들은 무대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웬만한 경우 시야가 충분히 좋았다. 오히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보여서 다음에 방문하게 되더라도 굳이 비싼 좌석을 예매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비싼 좌석일수록 무대와 가까우므로 무대 디자인이나 가수들의 표정과 동작을 자세히 볼 수 있지만, 아레나 디 베로나에는 자막 스크린이 무대 양 옆의 상단에만 위치해 있기 때문에 비싼 좌석에서는 자막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좌석 시야.
측면으로 치우쳐 있긴 하지만, 좋은 좌석보다 오히려 자막(상단의 파란색 화면)이 잘 보였다.
©최민서 에디터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오페라를 관람하며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뛰어난 음향과 공연 중 관객들의 태도였다. 가수들과 오케스트라가 마이크 하나 없이 공연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자연 음향만으로도 그 소리가 아주 멀리 떨어진 객석까지 전달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또한 엄청난 규모의 축제인 만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공연 중 입출입이 허용될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는데도 소란 피우는 사람 없이 일반 공연장보다도 정숙한 관람 분위기가 놀라웠다. 아마 모두들 무대의 규모와 출연진들의 기량에 압도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아레나 디 베로나를 가득 채운 관객들
©Fondazione Arena di Verona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한국 관객과의 만남
이러한 세계적 명성의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은 바로 올해 그 오리지널 팀이 우리나라에 상륙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잠실 KSPO DOME(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 투란도트 >가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과 작곡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이해 기념비적인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되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24 아레나 디 베로나 < 투란도트 > 내한 공연 포스터
©Fondazione Arena di Verona
필자는 내한 공연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공연이 한국에서도 기존 오페라 마니아층 외에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비록 아레나 디 베로나만큼 공연장 자체가 주는 특별한 경험은 없겠으나, KSPO DOME처럼 대형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색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쉽게도 베로나에서의 공연보다 국내 공연의 티켓 값이 비싸게 형성되어 있어서 ‘오페라는 비싸다’라는 편견은 깨지기 어려울 것 같다. 최저가는 5만 원으로 베로나의 최저가와 비슷하지만, 그다음 등급이 바로 10만 원대로 훌쩍 뛰어 13만 원, 18만 원, 25만 원으로 이어지고, 최고가는 무려 55만 원에 이르러 베로나의 최고가인 270유로(약 40만 원)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2024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 투란도트 > 홍보 영상
©Fondazione Arena di Verona
아레나 디 베로나 < 투란도트 > 내한 공연의 성패 여부에 관계 없이, 우리나라가 과거 얼마나 오페라 불모지였는지를 떠올린다면 격세지감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에서야 처음으로 오페라가 공연되었으며, 1962년 국내 최초의 전문 오페라단인 서울오페라단이, 1975년 국립오페라단이 창단되었다. 1993년 세종문화회관이 재개관하고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면서 오페라 공연들이 점차 활성화되었고, 2000년대 이후 해외 유명 오페라단들의 내한 공연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국내에서 오페라의 입지가 다져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단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이 시작된 이래로 100년만에 처음으로 해외 공연에 나선 것이라 한다. 세계 최대의 오페라 페스티벌이 처음으로 찾은 타국이 우리나라라니,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또한 현재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대구 오페라하우스,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이어 국내 네 번째 오페라 극장으로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립 중에 있어, 향후 우리나라 오페라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다.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우리나라는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인프라적 특성에 따라 유럽에 비해 오페라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오페라를 향유하는 인구가 정말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당연한 말이지만 단순히 음원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과 실제 공연장에서 관람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알고 보면 오페라가 당신의 취향일 수도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통계 결과에 의하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 오페라의 평균 티켓 가격은 37,211원이었고, 이는 중소극장의 뮤지컬(37,232원)이나 연극(리미티드 런, 32,607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 대극장의 뮤지컬(100,433원)과 비교하면 오페라는 오히려 가성비 좋은 혜자(?) 공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뮤지컬과 오페라는 둘 다 음악극 형태의 종합예술로서 쉽게 말해 음악의 장르만 다르다고도 할 수 있는데,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날이 갈수록 턱 없이 비싸져 기존 팬층마저도 떠나갈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뮤지컬 팬 중 클래식에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오페라 관람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오페라는 우리나라의 창작 오페라가 아닌 이상 외국어로 되어 있어서 가사의 직관적인 이해가 어렵고, 극의 길이가 긴 편이라서 진입 장벽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해학적인 장면들도 많고, 현대의 오페라는 영상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참신한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기회가 되면 한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누가 아는가? 당신도 어느새 필자처럼 오페라의 광팬이 되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