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기 누구 있어요? [게임]

우물 밑에서 릴리가 본 것은
글 입력 2024.09.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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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어느 봄날 밤, 알 수 없는 울음소리에 잠에서 깬 릴리. 홀린 듯 밖으로 나간 릴리는 창밖의 우물 앞에서 멈춰 섰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과 사정없이 떨어지는 빗방울 속 홀로 서있는 릴리. 그녀를 도와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 가엾게도 갇혀버린 자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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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시된 호러 인디 게임 릴리의 우물. 릴리의 우물은 점프 스퀘어나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아닌 ‘불편함’을 이용한 독특한 게임이다.

 

반복되는 절망을 이용한 스토리 라인과, 불쾌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훌륭한 연출을 보여준다. 익숙해지지 않는 게임과 끊임없는 긴장감이 굉장히 큰 자극으로 다가온다. 특이하고 새로운 공포에 아껴가며 플레이했던 릴리의 우물. 어쩌면 봄날 밤에는 달콤한 이야기보다 ‘오싹한 이야기’가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릴리의 우물은 고전 PC 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그래픽과 신경을 자극하는 음산한 배경 음악으로 시작된다. 보기 어려울 정도로 투박한 도트 그래픽은 그야말로 기괴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잘 보이지 않는 네모난 릴리의 모습은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자꾸만 눈길을 이끄는 릴리의 도전과 죽음 속에서는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일렁인다. 머리로는 그만뒀지만, 마음으로는 그만둘 수 없는 음산함과 기괴함.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온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심리적인 공포감이 가히 최고다.


릴리는 우물을 내려가기 위해 어떤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임 속의 릴리는 밧줄을 모으며 우물의 바닥에 닿으려 노력한다. 릴리는 수많은 죽음을 반복하며 우물을 내려간다. 추락하고, 부딪히고, 잡아먹히고. 잠에서 깨어난 착한 소녀 릴리는 단 한 번도 우물 속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긋지긋한 죽음 뒤에 맞이한 현실은 어쩌면 죽음보다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릴리의 우물에는 다양한 엔딩이 있다. 마지막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총 10개의 엔딩이 필요하다. 어떤 엔딩이든 멈춰서는 안된다. 릴리가 우물 속의 누군가를 구해내기 전까지는.

 

우물의 바닥과 가까워질수록 증폭되는 공포와 긴장감은 릴리, 그리고 플레이어의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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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에 걸맞은 탄탄한 개연성과 충격적인 결말을 자랑하는 릴리의 우물. 우물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하는 착한 릴리. 궁금증을 갖고 죽어야 하는 플레이어. 릴리를 부르는 우물 밑에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우물의 밑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분홍빛 머리칼. 그리고 릴리의 눈에 비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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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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