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툭 까놓고 이야기해봅시다 -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드라마/예능]

세상이 답답한 당신에게 선사하는 시원한 서바이벌 사상검증 예능
글 입력 2024.08.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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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나는 본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사실, 서바이벌을 떠나서 1박 2일, 무한도전 등 추억의 예능들이 종영한 이후로는 예능은 내 삶의 바깥으로 멀리 밀려났다. 덕분에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이 글의 주제인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가 예능과 담을 쌓은 필자의 삶에 홀연히 나타났다.


정치와 젠더, 빈부격차, 심지어 난민까지. 더 커뮤니티는 예능과 도저히 융화되지 않을 법한 사회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워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이는 주변 사람들의 추천과 더불어 나의 정주행을 유도해내는데 탁월한 효과를 내었다. 반신반의하며 1화를 재생한 나는 이틀 뒤 마지막 화를 볼 정도로 이 프로그램에 몰입했다.


참신함과 작품성을 동시에 잡은 사상검증구역:더 커뮤니티. 시청자의 마음을 쏙 빼놓은 더 커뮤니티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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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상 MBTI는? 특별한 사상검증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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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숨은 특징들을 하나씩 찾아나간다. 좋아하는 음식, 음악, 색깔 등으로 가볍게 말을 튼 뒤 점점 내밀한 부분까지 알아가며 친밀도를 쌓는 것이 우리가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하나의 이유이다.


그러나 깊은 대화를 나눠도, 심지어 상대방과 특별한 관계가 되어도 바깥으로 좀체 내비치지 않는 민감한 요소들이 각자에게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소중한 추억 일수도, 수치스러운 기억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마음속에 담아놓을만 하다고 참작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지니는 한 요소를 선뜻 내비치지 않은 채 가슴 깊은 곳에 꽁꽁 숨기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터부시한다.


그것은 더 커뮤니티의 주제와 맞닿아 있는, 개인의 정치성향과 사상이다. 같은 정치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모여 있다면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테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의 이념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고 그것을 쉽사리 들추기는 어려울 뿐더러 불쾌한 상황을 마주 할 수도 있기에 정치성향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대화 주제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더 커뮤니티에서 다룬 사상검증 테스트는 잔인하게도 개인의 정치성향, 넓게 보면 이념을 명료하게 수치화했다. 사상검증 테스트의 결과 표현 방식은 MBTI와 유사하다. 4가지 알파벳만으로 성격을 나타내는 MBTI처럼 사상검증 테스트도 4가지 알파벳만을 사용해 개인의 이념을 직관적으로 드러내었다.


사상검증 테스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테스트 참여자는 정치, 젠더, 계급, 개방성에 관한 질문을 답하고 그 결과에 따라 4가지 알파벳으로 구성된 사상코드를 부여받는다. 정치는 L(좌파), R(우파). 젠더는 F(페미니즘), E(이퀄리즘 –그러나 적합하게 사용되었는지 의견이 갈리는 용어이다-). 계급은 W(서민), U(부유). 개방성은 O(개방),C(전통). 예를 들어 우파에 페미니즘 성형을 지니고 전통성을 중시하는 부유한 자는 RFUC라는 코드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MBTI가 사람을 이해하는데 만능인 도구가 아니듯이 사상검증 테스트도 개인의 이념을 단순히 수치화한 것일 뿐, 생각을 온전히 들여다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나 이념 따위를 무겁게 다뤄 터부시하게 되는 세간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익숙한 MBTI의 형식을 빌려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는 점에서 사상검증 테스트에게 큰 가산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 커뮤니티, 게임의 의의


 

출연자들은 사상과 관련된 미션을 수행하며 자금을 얻고 각자의 이념대로 그것을 사용하고 싶었겠지만, 더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커뮤니티, 공동체이다. 자금은 대부분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사용되었다. 더 커뮤니티는 불순분자가 출연자들의 사상을 맞추고 출연자들은 자신의 사상을 숨기는 서바이벌 게임이지만 출연자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거대한 공동체다.


그렇다면 불순분자가 출연자들의 사상코드를 어떻게 맞출까 싶지만,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거대하고 개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동체 속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사상을 행동과 말로 여실히 뽐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코드가 밝혀지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자신의 이념대로 행동하다 탈락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공공의 하나된 목표, 즉 생존을 향해 달려가는 커뮤니티에 속한 개인은 거듭되는 미션을 통해 자신의 이념과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터놓게 된다.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 공금을 나눠가진 이민자를 돕는 참가자도 있고, 강경해보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을 때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반전을 선보이는 참가자도 존재한다.


미션을 통해 탈락자를 추리는 과정도 서바이벌 프로그램 애청자에게는 분명 흥미로운 지점일 것이다. 그러나 더 커뮤니티가 내세우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정치와 사상. 그리고 이념이 어떻게 작은 공동체 내에서 표출되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사상검증구역:더 커뮤니티를 적극 추천한다.


서로 생긴 모습, 하는 생각이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라는 포켓몬스터의 엔딩 노래가 생각나는 프로그램이었다.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살아야하는 건 불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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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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