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회용품 사용 별거 아니야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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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층 꺾인다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밖을 외출할 때면 마치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운 날씨를 몸으로 체감할 때면 기후 위기, 환경문제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지구가 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측면에서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는 행동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일이 있다. 하지만 배달 시장이 커지며 일회용품 사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한국은 플라스틱 사용량 다소비 국가이기도 하다.
다회용 컵을 사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하는 스타벅스의 예처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제도들이 우리 사회에 완벽하게 자리 잡지는 않았다. 몇달 전부터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지난 4월쯤 페스티벌을 방문하면서 일회용품 대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사실 그전까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평소 생활 반경에서는 일회용품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시각적으로 볼 기회가 없었다.
페스티벌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밀폐용기를 제외한 모든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했는데 F&B 부스를 이용하다 보니 많은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발생했다.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줄여보겠다는 페스티벌의 의도는 이해가지만 한편으로는 F&B 부스에서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을 나눠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편리한 다회용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페스티벌의 아쉬움을 가지고 여러 환경브랜드를 접하며 편리한 다회용품 사용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발견했다.
트래쉬 버스터즈
트래쉬 버스터즈는 일회용품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일회용품의 장점은 쓰고 버리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따로 시간을 내서 반납해야 하는 다회용품 사용을 어려워한다. 이때 트래쉬 버스터즈는 소비자들이 습관을 바꾸지 않아도 쉽게 재사용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지난 2019년 <서울 인기 페스티벌>에서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를 도입한 결과 기존에는 쓰레기봉투 350개 정도가 나왔다면 서비스 도입 후 쓰레기봉투가 8개로 감소했다. 트래쉬 버스터즈는 다회용기 정기 대여 서비스로 사내 탕비실, 영화관, 일반 음식점에 다회용기를 대여해 주기도 하고 축제와 같은 행사에서도 단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래쉬버스터즈는 It's not a big deal!이라는 슬로건처럼 다회용기를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다회용품 사용을 어려워하던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트래쉬 버스터즈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트래쉬 버스터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트래쉬 버스터즈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SNS로 공유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제품의 외관이다.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도 좋지만 사람들은 동시에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도 사진을 찍었을 때도 예쁘게 나오는 제품을 원한다. 이때 눈에 띄는 주황 컬러의 제품은 환경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힙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는 기업들의 ESG 경영 트렌드이다.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기업은 ESG 경영에 힘쓰고 있다. ESG란 기업의 성과를 측정할 때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제외한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등의 기업 성과도 고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트렌드의 영향으로 트래쉬 버스터즈는 쉽게 다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거대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여러 분야에서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는 이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소식을 접하게 되다 보면 어느 순간 환경에 좋은 제품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트래쉬 버스터즈는 다회용기 사용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유쾌하고 감각적인 '재사용 문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It's not a big deal!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 차원의 행동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회용품을 덜 사용하자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지코가 시작했던 아무 노래 챌린지가 지금의 당연한 댄스 챌린지 문화로 자리잡은 것처럼 문화는 천천히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아 커다란 변화를 야기한다.
트래쉬 버스터즈의 곽재원 대표는 축제 기획자로 일하며 행사마다 많은 양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배출되는 것을 보며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몇몇 축제에서만 트래쉬 버스터즈를 만나볼 수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축제에서 트래쉬 버스터즈의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트래쉬 버스터즈와 함께 지구를 지키는 한 걸음을 시작해 보기를 바란다. 모든 일의 시작은 처음이 어려울 뿐 하다 보면 어렵지 않은 일이 된다. It's not a big deal!
[임채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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