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리의 추억 - 캐드펠 수사 시리즈

추리 소설, 모두 긴장했던 추억이 있잖아요
글 입력 2024.08.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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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필자의 책꽂이에는 <셜록 홈즈 시리즈>가 꽂혀 있었다.

 

책 자체를 좋아했기에 다독을 즐겼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는 왠지 모르게, 읽을 때마다 긴장하였다. 서늘한 여름밤, 노란빛 불 아래 엎드려서 독서를 하던 중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일러스트를 보곤 소름이 돋아, 한참을 <셜록 홈즈 시리즈>를 기피하던 시절도 있었다. 유감스러운 것은, 반 년 쯤 지난 추운 겨울 아침에 다시 그 책을 읽었을 때에도 똑같이 소름이 돋았다는 것이며, 지금까지도 필자가 그 일러스트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추리 소설을 읽으며 탐정과 함께 범인을 찾아가는 경험을 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유명한 추리 소설로는 <셜록 홈즈 시리즈>, <괴도 루팡 시리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이 있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역시, 미스테리한 사건과 용의자들의 알리바이, 그리고 근거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사건의 진상을 알아가는 독자 참여형 스토리텔링이다. 필자는 추리 소설을 너무나도 좋아하여, 본인만의 추리 소설을 집필했던 유년의 추억이 있다. 그만큼 추리 소설은 한 번 읽으면 그 몰입감과 긴장감, 재미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장르이다.

 

보통 유명한 추리 소설의 집필 시기는 20세기 초반이며, 작중 배경 또한 집필하던 시기로부터 크게 먼 시점이 아니다. 그러므로 추리 소설 속 인물들은, 왜인진 모르겠으나, 콧수염을 기르고 양복을 입은 남성과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양산을 든 여성이 떠오른다. 현대적이면서도 묘하게 과거와 접목되어 있는 비주얼이다. 따라서 다른 복장, 다른 시기의 추리 소설은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추리 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특이하다.

 

 

캐드펠-수사-시리즈-표지-모음.jpg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작중 배경은 다름 아닌, 중세 시대 수도원이다. 필자는 몇 년 전, <장미의 이름>이라는 중세 수도원 배경의 미스테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기 전 조사해보니, <장미의 이름> 원작 소설의 작가 움베르트 에코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작가 엘리스 피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장미의 이름>보다는 조금 더 세밀한 묘사와 인물에게 집중하는 서사로 진행되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군상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는 특이한 직업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수도사이며, 약제사이며, 전직 군인이다. 이는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에 의한 것으로, 종교와 맞닿아 있던 중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한다. 동시에 작가를 투영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엘리스 피터 본인이 약제사이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던 군인이기에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 보다 작가의 내면을 담아낸 깊이가 존재할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본래 21권까지이나, 현재는 총 5편-<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수도사의 두건>, <성 베드로 축일>,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이 출간되었다. 앞서 언급하기도 했거니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종교적 색채가 가미되어 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종교에 대하여 강요하거나 혹은 '신의 뜻대로'(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개가 현대스럽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종교적 특징을 '참신함' 내지 '신선함'으로 받아들이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캐드펠 수사'의 날카로운 추리가 필요한 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인류애적 가치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사의 두건>은 독살 당한 영주의 사건을 파헤치는 메인 전개 속, '캐드펠 수사'의 전 연인이 등장한다. <성 베드로 축일>에서의 살인 사건은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열린 성 베드로 축일장을 위해 사람들이 협력하던 와중에 발생한다. 따라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단순한 '살인에 대한 추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관계와 그것의 이면에 집중하는 '가치'를 다루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오랜만에 추리 소설을 읽은 필자에게 정말 오랜만에, 긴장과 몰입을 선사해주었다. 마치 그 어린 시절, 조명 아래 섬짓 소름이 돋았던 순간처럼, 어느 순간 손에 땀을 쥐고 읽게 되었다. 또한 중세 수도원이 배경이라는 점이 주인공 '캐드펠 수사'에게 재밌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생각하였다. 생각해보면, 중세, 혹은 수도원 내지 사찰이 배경인 문학은 거의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신선하다고 느낀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지금도 여름밤이다. 추리 소설은 여름밤에 읽어야 가장 '쫄깃한 심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중세 영국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며 뜨겁게 지나가는 여름을 조금, 서늘하게 느껴보는 것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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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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