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널 보면 난 믿을 수 있어 ② [음악]

Ep 앨범으로 돌아온 라쿠나
글 입력 2024.08.07 14: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일주일 전, [Opinion] 나 유령이 된 것 같아 ① 글을 기고 했다. 오늘은 이전 글의 연장선이다.

 

라쿠나를 좋아한 지 벌써 2년이 넘어간다. 그들의 활발한 음악 활동 덕분에, 나는 몇 번의 신곡 발매를 함께했다. 그 중, 특히 이번 EP 앨범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개인적으로 강한 사운드의 노래를 찾아 듣지 않는다. 나는 잔잔한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라쿠나의 음악은 예외다. 신기하게도, 그들의 음악은 시끄럽다는 느낌보다, 신기하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다.

 

라쿠나는 이전 앨범보다 더욱 강렬해진 기타, 베이스 사운드로 돌아왔다. 하지만, 장경민(보컬, 기타)의 포근한 구름 같은 목소리 덕분일까. 라쿠나의 음악은 과한 느낌이 없다. 그들의 음악의 밸런스는 상당하다.

 

이번 앨범은 라쿠나가 음악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감성, 기술, 이야기들을 몽땅 담은 라쿠나의 자랑스러운 앨범이라고 평하고 싶다. 김호(베이스)는 블로그에 "유령을 발매하며 조금은 기가 살고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번 앨범에는 꽤 만족 중입니다."라며 소회를 풀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본인의 음악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는 행위는,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강한 믿음을 선사한다.

 

지난번은 라쿠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새로운 EP 앨범 '유령'의 타이틀 곡인 [유령]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그들의 색깔이 잔뜩 묻어나 있는 나머지 곡들을 마저 머금어보려고 한다.

 

 

 

Save me!!!


 

타이틀 곡 [유령]보다 더 유령 같은 [Save me!!!]. 유령이 나올 것만 같은 사운드와 도깨비가 등장하는 가사로 인해, 자칫하면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었을 텐데, 중간중간마다 '띵!'하는 소리 덕분에 유쾌한 곡이 탄생 됐다.

 

귀신의 집에 있을 것 같은 으스스한 유령 이미지보다, 하얀 천을 둘러쓴 귀여운 유령이 생각나는 곡이다.

 

기타, 베이스, 드럼이 뽐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선보이는 후반부에선 나의 얕은 음악 지식을 탓하게 된다. 그들의 사운드를 하나하나 뜯어 공부해 보고 싶을 만큼, 라쿠나의 이번 앨범의 사운드는 엄청나다.

 

 

 

 

저길 봐, 도깨비가 춤을 추고 있네

하늘 봐, 밤엔 비가 많이 내리겠네

 

라쿠나 유령 앨범 - [Save Me!!!]

 

 

 

Sober


 

라쿠나의 EP 앨범 '유령'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Sober]라 답할 것이다. [Sober]는 장경민 특유의 다정한 가사로 가득 찬 노래다.

 

라쿠나의 곡의 가사는 모두 장경민이 도맡아 쓰고 있다. 장경민의 가사는 내가 라쿠나를 좋아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쿠나의 가사를 볼 때마다, 장경민이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는 어떤 사랑을 해왔을지 궁금해진다.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사는 [언제나 여름]에서의 '사랑은 그저 단어일 뿐이야'다. 실제로 음악을 들을 때 이 부분이 '사랑은 그저 다 너일 뿐이야.'라고 들리는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나는 이 구절을 들을 때마다 두 가지 장면이 매번 번갈아 가며 떠 오른다.

 

첫 번째, 사랑은 특별하지 않고, 그저 단어인 것뿐이라며, 사랑은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국엔 자기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에게 사랑은 그저 다 너라며 고백하는 장면을.

 

두 번째,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이란 단어엔 사랑이란 감정이 들어 있지 않고, 그저 언어의 사회성 때문에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을.

 

이 가사 외에도 [춤을 춰요] 속 "사랑은 믿기 어렵지만 난 사랑엔 너무 관대해" , [우리 집 강아지 Happy] 속 "눈을 감고 자는 동안에도 나는 종일 네 생각만 해" 등등 참으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가사들이 많다.

 

[Sober] 역시 장경민만의 감성으로 한 줄 한 줄 써졌다. 하이라이트 부분의 가사는 [언제나 여름]의 뒤를 이어 좋아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건

사랑과 지구의 종말밖엔 없다고

널 보면 난 믿을 수 있어

어떤 게 우리에게 먼저 닿는대도

그건 너와 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일 뿐인걸"

 

라쿠나 유령 앨범 - [Sober]

 

 

가사를 통해, 얕게나마 장경민이 생각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엿볼 기회가 주어진다. 주제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장경민의 사랑은 정말 단단한 것만 같다.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임이 가사를 통해 드러나서, 더욱 그를 그리고 라쿠나를 응원하게 된다.

 

종종 그의 가사를 읽을 때면, 장경민의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최진영 작가의 글이 떠 오른다. 그의 사랑은 어쩌면 최진영 작가의 사랑과 결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넌 어쩌면

내 모든 걸 망칠지 몰라

그래 날 무너뜨려 줄래

 

라쿠나 유령 앨범 - [Sober]

 


 

 

 

Lamp


 

이번 앨범에서 [Sober] 다음으로 아끼는 곡이다.

 

 

 

 

도입부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들릴 것만 같은 휑한 바람 소리와 새 소리 음향 효과는 이후 나오는 가사 속에 더욱더 빨려 들어가도록 우리를 이끈다. 잔잔하게 읊으며 시작하는 도입부는 뮤지컬 같기도 하고, 동화책의 첫 장을 읽고 있는 기분을 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반의 잔잔한 분위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나간다. 기타와 드럼이 몰아친다. 가사에 충실한 사운드. 둘만 있던 숲속에 정말 누군가 나타났다 사라진 것처럼 다급하게 외치는 노래. 한 곡에 이렇게 다양한 사운드를 넣을 수 있구나 깨닫게 해준 라쿠나의 네 번째 트랙이다.

 

 

이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아도 돼

우리는 숲을 찾았고 시간은 멈췄지

이윽고 비가 잔뜩 내리네

입을 벌리고 마시자

거대한 사랑을 담은 오래된 예언

 

라쿠나 유령 앨범 - [Lamp]

 

 

 

범람 & 밴드라미


 

2년 전, 라쿠나는 [Far away]로 내게 처음으로 기타로 이런 소리까지 낼 수 있다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번에, [Far away]를 넘어선 곡이 드디어 음원으로 발매되었다. 기타 사운드의 경이로운 충격을 선사해 준 범람과 맨드라미.

 

분명 이런 곡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인데, 지금은 범람과 맨드라미 라이브 영상을 보고 벅차한다. 웅장해진다.

 

 

 

 

원테이크로 촬영해야 했기에 온 힘과 신경을 쏟아부었다는 범람 & 밴드라미 라이브 영상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라쿠나의 청춘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최서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11.1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