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연과 사람, 삶이 함께하는 몽골에서 [여행]

비우고 채워온 나의 몽골 여행기
글 입력 2024.08.0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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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갔던 몽골 고비 사막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끝없는 자연과 마주치는 생명체들, 함께 하는 이들까지. 자연과 사람, 삶이 완전히 조화된 시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홀린 것처럼 또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는 홉스골 지역으로 떠나기로 했다.


미리 비행기 표를 구매하고 1년 가까이 여행을 기다렸다. 공항에 도착해 습기 없는 바람을 마시자 다시 몽골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신선한 공기와 설렘으로 가슴을 부풀리며 여행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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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비를 맞으면 볼 수 있는 것


 

올해 여행 일정은 우기가 겹쳐 여행 도입부터 비가 내렸다. 아마르 야바스갈란트 사원을 가는 길, 비는 그치지 않을 것처럼 점점 거세졌다. 여행 첫날부터 걱정이 피어올랐지만 정해진 일정이기에 우산을 쓰고 사원으로 들어갔다.

 

물안개 속에서 비치는 사원은 묘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희미한 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우고 처마를 따라 떨어지는 빗방울을 고요히 바라보는 순간, 평화를 느꼈다.

 

20분 정도 있었을까 서서히 비가 그쳤다. 축축한 풀을 밟으며 언제까지나 이 풀냄새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번 여행은 세찬 바람과 빗속에서도 고요함을 찾는 여행이 되겠구나, 직감했다.

 

몽골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세찬 비가 내리다가도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날씨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기에 그저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길 뿐이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이 비의 소중함을, 몽골에 오기까지의 나의 일상을 짚어가며 기억을 새겼다.

 

비가 온다고 사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무것도 눈에 담지 못하고 아쉬움만 가득했을 테다. 발을 적셔가면서도 본 그 순간들이 몽골을 퍼즐처럼 완성해 주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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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푸른 산 찾아가기


 

여행을 가기 전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를 읽었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저 멀리 푸른 산에 도달하는 순간 그 산은 더 이상 푸르지 않고 대신 푸름이 그 너머의 산을 물들이는 것처럼. 비극이 희극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미스터리, 어떤 슬픈 노래들과 이야기들이 크나큰 기쁨으로 느껴지는 미스터리가 또한 이 언저리에 있는 일이다. 무언가는 늘 먼 곳에만 있다."]

 

언제나 내가 있는 곳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솔닛의 말을 빌려 '푸른 산'에 대한 막연한 갈망으로 여행을 떠나왔다. 여러 번 여행을 경험하면서 어디로 향하더라도 목적지는 나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일상에서조차 자신이 되기 위해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여행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이번 여행은 그 경계를 허문 첫 여행이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을 마주하면서도 늘 고민하는 가치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 깊은 고민이었던 것들도 물렁물해지고 새로운 생각들이 불현듯 떠올라 그 생각에 집중하기도 했다.


영원히 푸른 산을 찾아다닐 것을 안다. 하지만 몽골에서 녹아내린 고민처럼 모든 것이 영원한 골칫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한마디에 힌트를 찾을 수도 있고, 다른 것에 잠시 잊히기도 할 것이다.

 

사실 푸른 산을 오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곳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목표를 잡고 시도해 보는 것, 그 과정의 반복은 막연한 갈망보다 더 큰 부분을 채워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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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을 보면 이렇게 거대한 세상에서 모두가 자기 몫의 삶을 책임지고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진다. 두 번째 몽골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가슴 깊이 묻는다. 이 기억들이 흡수되도록 꼭꼭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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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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