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퍼펙트 데이즈 - 한 구도자의 깨달음 [영화]

인생의 아름다운 모순이 빚어낸 완벽한 하루
글 입력 2024.07.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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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였던 루 리드의 노래 ‘Perfect Day’를 듣다 보면 이상하게 제목과 가사의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울적함이 찾아온다. 루즈한 템포에 맞춰 홀로 일기를 읊조리듯 노래하는 루 리드의 목소리에서는 쓸쓸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도 그렇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제목과는 달리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밀려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히라야마가 하늘에 떠 있는 붉은 태양을 보며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 지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순간에 기쁨과 슬픔이라는 모순된 감정이 공존할 수 있는 까닭은 인간의 삶 자체가 수많은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삶을 이끌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지만, 삶의 의지가 강력하다고 해서 죽음의 운명이 그를 피해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면서도 끝까지 바뀌지 않고, 많은 것을 배우면서도 그만큼 많이 잊는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매번 똑같이 반복되지만, 실은 모든 것이 새로운 하루’라는 진실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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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는 루틴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는 이른 아침 창밖으로 들려오는 옆집 할머니의 빗자루 쓰는 소리에 눈을 뜨고 작업복을 갈아입은 뒤 자판기에서 보스 캔커피를 하나 뽑아 일터로 향한다. 최선을 다해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서는 근처 신사에 들러 편의점에서 산 우유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필름카메라를 꺼내 코모레비(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를 한 장 찍는다.

 

퇴근 후에는 역사 내 단골 식당에 가서 레몬사와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소설을 읽다가 잠든다. 휴일에는 빨래방에 들러 작업복을 세탁하고, 현상소에 들러 사진을 찾고 새 필름을 맡기고, 목욕탕에 들러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뒤 자전거를 타고 단골 선술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

 

표면적으로 히라야마는 자신만의 고정된 틀 속에서 매일 같은 하루를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매일 무언가를 새롭게 느끼고 알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대개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찾아온다.

 

히라야마는 일에 소홀하던 동료 청소부 타카시가 어릴 적 친구에게 자신의 귀를 내어주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서 다정함을 발견하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볼에 입을 맞춘 타카시의 매력적인 여자 친구 때문에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낀다. 엄마와 싸우고 가출해 자신의 집을 찾아온 조카딸 니코와 이틀을 함께 보내면서 자기 삶에서 지워버렸던 가족을 다시 떠올리기도 하고, 암에 걸린 단골 선술집 주인의 전남편이 아직 모르는 게 많다며 지난 삶에 후회를 드러내자 그와 함께 그림자밟기를 하며 걱정 없던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기도 한다.

 

타인이라는 존재가 계속해서 히라야마의 견고한 일상에 스리슬쩍 침투해 그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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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영화는 단순히 자신의 소소한 일상에 만족하고 기쁨을 느끼는 중년의 남자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지.” 영화는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의 크고 작은 비밀들을 마주하면서 삶의 본질에 점차 가까워지고 이러한 깨달음에서 오는 충만한 감동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한 구도자의 인생을 담아내는 데까지 이어진다.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and I’m feeling good.’ 니나 시몬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푸른 봉고차 안에서 뜨거운 태양 빛을 머금은 히라야마의 형언할 수 없는 마지막 표정이 이를 증명한다.

 

철저히 혼자이면서 절대 혼자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신실한 구도의 현장이 되는 아름다운 인생의 모순 속에서 별 볼 일 없는 우리의 하루는 ‘퍼펙트 데이’가 되고, 별 볼 일 없는 우리의 인생은 ‘퍼펙트 데이즈’가 된다.

 

완벽한 순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이 우리의 가장 완벽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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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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