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서커스 애니메이션을 아시나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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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또래들이 투니버스 전성기 시절을 추억할 때 언급하는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티비를 보는 시간대도 비슷하고 취침 시간도 비슷하니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저녁 황금 시간대가 아닌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나 새벽에 해주는 애니메이션이 찐이라고 생각하는데, 인터넷상에서는 몰라도 주변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자정에서 새벽 시간대에 방영해 준 애니메이션 이름은 잘 들어본 적이 없어 아쉬웠다.
물론 이누야샤, 카드캡터 체리, 오란고교 호스트부 같은 애니메이션도 좋아하지만 내가 진짜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은 카레이도 스타였다. 카레이도 스타는 어릴 때 서커스를 보고 서커스단 입단이라는 꿈을 가지게 된 소라의 성장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단골 소재였던 마법 소녀가 아닌 평범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답게 먼치킨이기는 하지만) 서커스 소재에, 그런 소재를 잘 받쳐주는 안정적인 그림체로 흔히 말하는 작붕, 인삐도 잘 없었다.
또 한일 합작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라 주인공 이름도 국적이 모호한 ‘소라’라서 더빙일 때는 한국인, 자막일 때는 일본인으로 나와서 이질감이 없어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 매번 다른 캐릭터 성우들이 너무 가까이서 보면 눈이 나빠지니 거리를 두고 보라고 발하는 것부터 발랄하고 희망찬 오프닝과는 또 다른 느낌의 센치한 엔딩까지 안 좋은 부분이 없다.
무엇보다도 러브라인 없이 우상이었던 서커스단 선배이자 세계관 내 대스타에게 인정받고 멘토, 멘티로 발전하다 서로에게 시기, 질투하며 성장하는 건강한 관계가 주가 돼서인지 아직도 연례행사처럼 일 년에 한 번은 돌려보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린 왕자를 보면 그때마다 감상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처럼, 카레이도 스타도 볼 때마다 새로운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고충과 트라우마, 서커스 단원이 경제적인 이유로 나가게 된다거나 경쟁 서커스단으로 인해 소라가 소속된 서커스단이 존폐 위기에 놓이는 등 현실적인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소라의 곁에 가디언 같은 정령이 붙어 다니고 기술 이름을 외치면서 묘기를 보여준다거나 초능력 못지않은 묘기를 보여주는 등 애니메이션의 본분을 잊지 않는 비현실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카레이도 스타는 탄탄한 스토리나 완성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언젠가 다시 빛을 봤으면 하는 작품이다. 그래도 흥행이 실패한 건 아닌지 중간에 스토리가 뚝 끊겨서 급하게 완결을 냈다는 느낌도 없고 티비 극장판도 3편이 있어서 본편 이후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조금이나마 더 엿볼 수 있다.
따로 만화책으로 원작이 있었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완벽한 기승전결에 설정 붕괴가 생기는 것보다는 아예 없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ott에서 애니메이션 스트리밍이 가능해졌지만 어느 플랫폼에도 카레이도 스타는 없어서 사람들이 블로그에 아카이빙 해놓은 영상으로만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쉽다.
언젠가 정식으로 ott에서 고화질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신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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