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커튼콜만 20분, "앵콜!" 외치는 락뮤지컬 - 클럽 드바이

글 입력 2024.06.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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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긴 뮤지컬의 커튼콜을 경험하고 왔다. 90분 공연인데, 커튼콜까지 끝난 후 나올 때 시간을 보니 110분이 넘어 있었다. 커튼콜에서 ‘앵콜’ 세례가 나와 커튼콜의 앵콜도 했다. 개막한 지 2주도 안 된 뮤지컬에서 이런 분위기가 나온다는 게 흥미로웠다. 예스24 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클럽 드바이>의 이야기이다.

 

 


프리퀄의 숙명


 

<클럽 드바이>는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프리퀄 작품이다. 프리퀄은 원작의 사건에 앞서 일어난 이야기이자 속편이다. 본디 속편의 숙명은 원작의 이해를 도와 기존 팬들에게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한 더 깊은 공감과 이해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원작이 인기가 많을수록 끌어올 수 있는 팬층도 두텁지만 기대가 커지기에 명과 암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클럽 드바이>에 아쉬운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우선, 작품 내적인 요소가 아닌 외적인 이유로 개막 전부터 잡음이 들렸다. <트레이스 유>는 육연까지 한 공연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속편의 장점은 원작의 팬층이 있다는 것인데, 이 이점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조금 더 원만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핵심인 ‘넘버’는 지켜냈다. 개인적으로도 박정아 작곡가의 넘버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기존 <트레이스 유>의 많은 팬이 좋아했던 ‘미친 밤’ 넘버의 다른 편곡을 들을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스토리라인의 시간상 과거부터 존재해 지켜진 노래가 ‘미친 밤’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다시 뭉클해지는 것이다. 알고 보면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속편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일 것이다.

 

 


Y2K 스토리


 

<클럽 드바이>는 20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다. Y2K와 레트로 감성이 다시 유행하는 요즘, 진정 그 시대를 그려낸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옛날에 썼던 소품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이 공연의 주된 소품 중 하나인 ‘카세트테이프’. 극 중 본하는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고, 이를 통해 노래는 뜻하지 않았던 사람에게까지 닿는다. 그리고, 그렇기에 보존된다. 시대적 배경에 걸맞은 소품을 통해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클리셰적이다. 등장인물과 시놉시스만 봐도 유추할 수 있는 사랑과 갈등이 펼쳐진다. 서로를 싫어하는 혐오 관계, 일명 ‘혐관’에서 시작해 서로에게 스며드는 두 사람과, 다른 한 사람. 다만, 이 세 사람의 관계가 모두 사랑으로 이루어질 수는 있을지언정 삼각관계로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는 관계성. 그래서 흥미로울 수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처음 볼 때는 완전한 공감이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 오기 전 일은 묻지 않는다.’ 우리 룰 잊었어?” 도원의 이 대사로, 서로의 전사를 모르는 등장인물과 똑같이 관객 역시 인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극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그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게 되는데, 이 극은 거의 송스루처럼 진행된다. 등장인물이 노래로 말한다. 그것이 어쩌면, 이 락클럽을 세상의 전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의 기량


 

우선 이 극은 1막 시작부터 약 15분을 노래로 조진다. ‘조진다’는 표현이 정말 어울리는 게, 음향이 매우 크고, 실제 배우들 역시 스탠딩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며, 진짜 락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풍성한 음향에서 높은 고음의 노래들이 휘몰아치는데, 배우들의 성량 역시 아주 크고 풍부하다. 짱짱하고 쫀득하다. 초반에 배우들이 노래로 압도하며 이 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느낌이다.


뒤에 라이브 밴드 세션도 함께 해서 락밴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특히, 본하 역할은 직접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도 많다. 좋아하는 배우가 본하 역할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하다. 애정하는 배우가 직접 기타를 치며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방방 뛰어다니며 강렬한 락클럽의 메인보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으니. 뮤지컬 배우들의 락콘서트를 쾌적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기회랄까.


또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호흡이다. 소극장의 매력 중 하나인, 배우들 간의 애드리브. 맞춘 애드리브이든, 진짜 애드리브이든,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소소하게 잦았고, 그것의 타율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웃음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해 주고,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고, 캐릭터 간 관계성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소로 분명 유의미한 작용을 했다. 여러모로 배우들의 기량이 보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희로애락도 락이다


 

<클럽 드바이>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배우들의 보컬 차력 쇼였다. 거기에 박정아 작곡가 특유의 어둡지만, 신나는 번호도 한몫했다. 배우들의 노래만큼이나 좋았던 것은 조명이었는데, 공간감을 굉장히 잘 살리는 조명이었다. 압생트를 표현한 조명이 기억에 남는데, 일차원적이더라도 오히려 Y2K답게 약간 바랜 낭만을 살린 느낌이랄까. 전반적으로 조명을 통한 연출이 무대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어서 인상적이었다.


<트레이스 유>의 프리퀄이지만, 아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 극 역시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카세트테이프를 뒤감는 것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도원의 기억을 되돌려 재생한 것인지, 아니면 타임리프를 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마지막에 도원이 본하와 오수의 환영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기억인 것인지 확실치 않다. 오수가 <트레이스 유>의 그녀인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다. 원작의 세계관에 더 깊은 공감과 이해를 제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속편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할 테다.


다만 이 작품의 확실한 정체성은 바로 커튼콜이다. 커튼콜이 시작되자 MD인 더 라이트 팔찌를 켜서 반짝이는 관객들과 미친 듯이 뛰어노는 배우들. 너무나 친근하게 관객 사이를 누비고, 개막한 지 2주가 채 안 되었는데도 관객에게 마이크를 돌리는 배우들. 그리고 그 가사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 아직 공연 초반이라 떼창까지는 아니었지만, 마니아층이 점점 쌓일 극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분 내내 뛰고 날아다니면서도 휘몰아치는 고음이 절대 흔들리지 않는 배우들의 타오르는 열정이 빛났다. 배우들이 온전히 이 극에 흠뻑 젖어 즐기는 게 느껴져 덩달아 관객인 나도 그 찬란함에 기쁨을 느꼈다.


20분 하는 커튼콜, 앵콜하는 커튼콜, 배우가 극장 통로가 아니라 긴 중앙 블럭 좌석 사이를 누비는 커튼콜이 있는 뮤지컬 <클럽 드바이>. 뜨거운 클럽 분위기와 시원한 고음으로 파격적인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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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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