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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센티멘털리스트를 위한 앨범들 [음악]

by 강민경 에디터
2024.06.17 02:52

 

 

센티멘털(Sentimental), '감상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이다. 하여, 센티멘털리스트라 함은 '감상주의자'정도의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나 자신이 센티멘털리스트라는 의식은 없더라도, 감상에 빠지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감상에 빠질 때 그 감상은 현재에 대한 감상이 될 수도 있고, 과거에 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중에서 이번에 소개할 앨범들은 10대와 20대 초반을 아우르는 시절을 테마로 하는 앨범들이다.

 

모두 제각기 다른 과거를 갖고 있겠지만,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날서있고 미숙한 감각은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해당 시절을 향한 강한 향수를 느낀 적이 있다면 누구든 공명할 수 있는 '센티멘털'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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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란노을 -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파란노을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1인 슈게이징 아티스트이다. 그는 해당 앨범으로 RYM, 피치포크 등 각종 저명한 음악 매거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와이 슌지의 대표작인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 커버가 인상적인데, 실제로 곡을 만들 당시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글의 테마가 되는 '센티멘털리스트'는 해당 앨범의 수록곡 제목인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센티멘털'이라는 이번 컨셉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6교시가 끝나고 교문 밖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분식집에서 콜팝과 슬러시를 사먹고

그 옆의 조그만 문방구에서 뽑기도 하고 오락기기로 친구들과 놀다가

돈이 떨어지면 해가 저물 때까지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운 다음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나면 브라운관 티비가 나를 반겨줬어

늦게까지 깨어있어도 괜찮아 내일은 노는 토요일이니까

만약 이 모든게 꿈이라면 다시는 깨고 싶지 않을거야

 

《아날로그 센티멘탈리즘》 가사 中

 

  

외부 맥락을 잠시 끌어오자면, 파란노을은 2001년에 출생한 'Z세대'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되어 있는 과도기적 시절에 유년기를 보냈다. 따라서, 그가 유년기에 대한 감상을 떠올리면 아날로그적 향수가 자연히 묻어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청취자 또한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Z세대(혹은 그 이전 세대)라면 그와 유사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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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ar Seat Headrest - Twin Fantasy

 

두 번째로 소개할 앨범은 카 시트 헤드레스트의 대표 앨범인 《Twin Fantasy》이다. 이 앨범은 2011년, 그가 학창시절 '카 시트'에서 녹음한 버젼과 2018년에 재녹음한 버젼으로 구분된다. 가사나 앨범 커버 등 여러 디테일들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날것 그대로를 담아낸다는 전반적 앨범의 테마는 바뀌지 않았다.

 

이 앨범의 서사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일화가 중심이 되는데, 그중에서도 그가 청소년기에 걸쳐 겪어온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이 주된 소재이다.

 

앞서 '개인적인'이라고 언급했으나, 사춘기 시절의 불안정한 정서와 사회에 내던져진 초년생으로서의 불안 등은 사실 누구에게나 공통된 정서이다.

 

 

We said we hated humans

우린 인간을 싫어한다고 말했잖아


We wanted to be humans

우린 인간이 되길 원했잖아 


We said we hated humans

우린 인간을 싫어한다고 말했잖아


We wanted to be humans

우린 인간이 되길 원했잖아

 

《Beach Life-in-Death》 가사 中

 

 

따라서, 곡 제작자인 윌 톨레도가 겪었던 사건들을 우리가 겪지 않았더라도 그와 유사한 센티멘털에 흠뻑 빠져 그의 음악을 즐기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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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Lily Chou-Chou - 呼吸

 

앞서 파란노을의 앨범을 소개하며 언급한 이와이 슌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라는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영화에서는 얼굴없는 가수인 '릴리 슈슈'가 등장하는데, 그의 앨범이라는 설정으로 출시된 앨범이다. 음악 영화인 만큼 훌륭한 음악성은 물론이고, 영화의 서사와 잘 어우러지는 감상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 앨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소개하자면, 영화의 주인공들은 중학생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제각기 다른 혼란을 겪고 있다. 위태로운 그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곧 '릴리 슈슈'의 음악이며, '릴리 슈슈'를 매개체로 연결된다. 이렇게 '릴리 슈슈'라는 가상의 인물을 골자로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이다.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a melody,

just like a simple sound,

like in harmony


I wanna be

I wanna be

I wanna be just like the sky,

just fly so far away,

to another place


To be away from all,

to be one,

of everything


《Glide》가사 中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현실에서의 삶을 외면하고 하늘을 날고 싶고, 다른 곳으로 향하고 싶지만 작중 등장하는 "인간은 날 수 없다."라는 대사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그들은 '릴리 슈슈'의 음악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우리도 인간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괴로움을 겪기도 하겠지만, 음악을 매개체로 이어져 있을 수는 있다. 또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을지언정 음악을 버팀목으로 삼아 나아갈 수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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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Number Girl - School Girl Distortional Addict

 

넘버 걸(Number Girl)은 후쿠오카에서 결성된 일본의 펑크 록 밴드이다. 노이즈 록에 영향을 받은 밴드인 만큼 시끄럽고 지저분한 사운드와 샤우팅에 가까운 보컬 등이 특징적이다.

 

앞선 앨범들과 다른 점은 가사와 곡 테마에 개인적인 경험을 담았기보다는 '여름'이라는 과거의 인상을 반추해봤을 때 대표되는 이미지들을 그들만의 시원한 밴드 사운드와 함께 담아낸 앨범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赤いキセツ 到来告げて

붉은 계절 도래를 알려


今 俺の前にある

지금 내 앞에 있다


軋轢は加速して風景

알력은 풍경을 가속시켜


記憶 妄想に変わる

기억 망상으로 변한다


気づいたら俺はなんとなく夏だった

알고보니 나는 어째선지 여름이었다  

 

《透明少女(투명소녀)》 가사 中

 

 

투명소녀는 그중에서도 가장 '센티멘털'하고, 또 지금 시기인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꼭 특정한 정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현재 밈처럼 쓰이는 '여름이었다'라는 말처럼 각자의 여름에 대한 이미지를 재생산시키기 때문이다.

 

센티멘털의 형태는 때로는 애틋할수도, 혼란스러울수도, 괴로울수도, 기쁠수도 있다. 음악을 통해 제각기 다른 모양의 감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음악으로 시절을 반추하는 과정은 단순히 감상에 빠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절에 대한 자기 나름의 미(美)와 의미(意味)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삶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따라서 센티멘털은 의미가 있다.

 

센티멘털리스트들에게 다가올 여름을 응원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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