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이라는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 트럼펫의 소리를 들었던 것은 이태원의 어느 재즈 바였다. 그때도 딱 지금과 같은 살랑이는 바람이 불던 봄이었는데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들려오는 어떤 새로운 악기 소리에 무대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짝거리는 금색 트럼펫이었다. 다른 악기들과 부드럽게 섞이며 뒤에서 받쳐주기보다는 앞에서 우렁차게 이끌며 따라오라는 듯한 그런 소리였다. 그날이 트럼펫과의 우렁차고 쨍한 첫 만남이었다.
그러한 트럼펫이 메인 파트가 되는 트럼펫 연주회가 있다고 하여 관심이 매우 동했다.
이번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 제8회 정기연주회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되었다.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은 국내 최초 100인조 트럼펫 창단 연주 기록을 가진 국내 최대 규모의 금관 앙상블 단체이며, 트럼펫터 앙상블이니만큼 트럼펫이 메인 파트를 맡고 있고 호른, 트롬본, 튜바의 금관악기가 베이스를 맡고 있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타악기가 있었다.
공연은 다음과 같이 1부 4곡, 2부 5곡 그리고 앙코르 2곡으로 총 11곡을 청하여 들어볼 수 있었다.
PROGRAM
C. Orff - O Fortuna from Cantata
[Carmina Burana]
J.B. Arban - Fantaisie Brillante
* Trumpet 손장원
OST - Gladiator
Medley - Disney Fantasy
J. Bocook(arr.) - Narco
홍난파 - 봄처녀 * Baritone 김동규
S. Cardillo - Core 'ngrato * Baritone 김동규
Medley - Latin Pop Special
Musical OST - West Side Story
공연은 클래식은 물론, 영화 OST를 비롯하여 디즈니 메들리, 가곡, 라틴팝 그리고 뮤지컬 넘버까지 다양한 음악의 장르를 넘나들며 진행되어 금관악기의 매력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 시간 반을 가득 채운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곡은 김동규 바리톤과 호흡을 맞춘 ‘Core’ngrato’, ’무정한 마음’이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이탈리아 나폴리탄 노래로 마음이 변해버린 무정한 사람 때문에 느끼는 슬픔, 고뇌 그리고 좌절 등의 절절하게 표현한 곡인데 김동규 바리톤의 깊고도 중후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마음속 깊은 감정을 건드린다.
애틋하게 애인의 이름인 ‘Catari’를 부르는 곡의 시작부터 점점 격해지는 곡조에 트럼펫의 울림이 더해져 폭발하는 듯한 감정을 배로 이끌어내며 보다 드라마틱한 음악적 표현을 살려주었다. 이 곡뿐만 아니라 2부의 시작을 알렸던 ‘Narco’라는 곡에서 또한 트럼펫은 폭발하는 에너지를 그 어떤 악기보다 강렬하게 펼쳐놓았다.
트럼펫의 벅찬 울림은 우리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다. 금관악기만으로는 클래식의 많은 곡들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존재하겠지만 그러하기에 트럼펫으로 연주되는 곡만의 웅장함과 새로움이 있었다.
제8회 트럼펫터 앙상블은 푸른 생명이 벅차게 생장하는 5월의 남산에 더없이 어울리는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