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키자니아가 “키즈아니야”로 돌아왔다. 어른들을 위해!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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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 단 하루, 400명을 한정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키즈아니야”가 열리게 되었다. 사실 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어릴 적 키자니아를 즐겨 갔던 친구의 제안으로 가보게 되었다. 이젠 이런 이벤트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 되어버렸으니까…
입장 티켓 발권 부스는 입장시간 전부터 운영하기 때문에 빨리 와야 한다. 입장 시간이 생각보다도 매우 중요하다. 2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400명 중 105번의 번호표를 받았다. 이 와중에 안타까운 장면을 하나 목격했다. 한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방문했는데 오늘은 키자니아가 아닌 키즈아니야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에 실망한 기색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주변에 놀 것이 많으니 다른 곳에서 재미있개 놀고 돌아갔길.
대한항공 비행기표와 똑같은 티켓을 받고 입장하니 실제 건물을 2/3가량 크기로 축소해둔 듯한 파크가 굉장히 예뻤다! 가장 인기가 많은 소방관 체험을 하기 위해서 달려갔으나 두 시간 뒤 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30분 간격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고 체험 인원은 6명에서 최대 8명 정도인데, 이 와중에 독점을 막기 위해 한 프로그램의 예약을 걸어 놓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는 뒷 시간대를 걸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포기하고 다른 부스를 체험해야 한다. 그런데 절반 가량의 부스가 운영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얼마 없다. 그래서 나도 두 번째로 하고 싶었던 파일럿 체험을 예약하니 바로 한 시간 반이 떠 버렸다.
대기하는 동안 예약 없이 줄을 서서 참여하는 이벤트 프로그램들을 참여할 수 있다. 삼다수 부스에서는 워터퐁 게임에 참여해서 성공한다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여러 개의 컵 중에서도 지정된 컵에 들어가야지만 뽑기를 진행할 수 있고, 상품도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꽤 어려웠다. 평소에 버즈 케이스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서 두번의 시도 끝에 결국 뽑기에 성공했는데, 세상에 이런일이. 진짜로 버즈 케이스를 뽑아버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체험한 파일럿. 실제 대한항공 여객기를 반으로 갈라 설치해놓은 비주얼이 눈을 이끌었다. 파일럿 복장을 입고 사진 한 방을 찍고서 입장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행기 내부로 들어갔지만 모니터로 펼쳐지는 가상 운전 게임을 하고 나오면 끝이다… 나름 재미는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임팩트 있진 않군.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라디오 디제이 체험을 예약하고서는 다시 무한 대기의 늪에 빠졌다.
롯데리아 부스에서는 매운 김치를 먹고 미니게임을 완수하는 챌린지가 있었다. 햄버거나 감자튀김 쿠폰을 받아서 먹고 싶었는데, 그 대신 감자튀김 모양 미니 가습기를 뽑았다… 물 없이 김치만 들이부으니 입과 목이 타들어갈 것 같아서 입장할 때 받았던 50키조를 그대로 바꾸어 포도 슬러시를 사 먹었다.
두 번째이자 마지막 부스는 라디오 디제이. 미니 버전으로 재현된 스튜디오가 실감났다. 실제 MBC 라디오국에서 사용하는 마이크와 헤드셋을 사용해서 더욱 진짜 느낌이 났다. 리허설을 하고 실제로 방송하는 것처럼 대본을 읽는데, 괜히 긴장되고 너무 재미있었다.
저녁에는 입장할 때 넣었던 표들의 제비뽑기를 통해 경품 당첨 시간을 가졌다. 물론 나는 버즈 케이스에 운을 다 써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플라스틱 직업 카드를 뽑고 마지막으로 사진 찍고 퇴장.
솔직히 말해서 체험 자체만으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별 다섯 개 중에 세 개 정도.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동안 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많아봐야 세 개 정도고, 인기 체험을 원한다면 가장 빨리 입장한 사람들 말고는 우리처럼 두 개가 마지노선인 것 같았다. 뒷번호로 늦게 입장한다면 거의 제대로 된 체험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체험이 성인이 되면 진짜 해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재미있기 힘들다. 이미 운전 면허를 따 봤던 사람이라면 굳이 운전 면허 따기 체험을 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다. 또 비슷한 직종에 종사한다면 큰 매력이 없는 직업도 있을 것이다. 내 친구는 국세청과 기자 체험은 진짜 일하는 것 같아서 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그래서 더 쉽게 해보지 못하는 특수직업들의 수요가 높을 것 같은데, 법원이나 수의사, 경찰, 배우 같은 특수직업들의 대부분이 운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방관이나 승무원, 파일럿 같은 소수의 체험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전술한 이유로 체험이 제한되다보니 결국 이도저도 안된 상태로 시간이 떠버린다는 말이지.
아주 어릴 때 롯데월드를 처음 가봤을 때 끝없이 펼쳐지는 세계같다고 느꼈었는데, 조금 크고 나서 다시 가 보니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서 신기했던 경험이 있다. 만약 나도 어린 시절에 키자니아를 많이 가봤더라면 다르게 느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날의 추억을 재현하려 키즈아니야를 방문한 것 같았다. 나는 그게 아니어서 약간 아쉬웠다. 그래도 만약에 모든 부스를 열어놓고 전일제로 운영한다면 다시 갈 의향은 있다. 과연 그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유! (키자니아 전용 인사이다.)
[우하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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