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을 하며 오랜만에 학교에 다니려니 통학이며 팀 프로젝트며 힘든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 복학 1주 차가 지나니 오랜만에 보는 학교 사람들에 대한 반가움, 즐거움은 사라지고 하고 싶은 일 위주로 하며 살아갔던 휴학 기간에 대한 그리움만 커지며, 하루에 수많은 사람과 마주하니 피곤함은 극에 도달했다.
학교를 마치고 알바를 하거나 과제를 마친 후 집에 돌아가니 휴식이란 명목 하에 핸드폰 숏츠만 주구장창보곤 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평소에 꾸준히 해오던 운동이나 취미 삼아 하던 요리 등은 잊힌 지 오래였다. 몇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 숏츠를 넘기며 보고 잠에 들고 학교에 가고 이런 루틴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숏츠를 보는 시간이 나의 육체적 휴식은 맞았지만, 정신적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늘 피곤했고 기가 빨리며 점점 나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개강 한 달 차, 무엇인가 공허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자주 끼던 비즈 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비즈 반지라도 만들어 봐야겠다!’
비즈 악세사리를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은 날 바로 비즈를 구매했다. 당일배송의 나라답게 다음 날 저녁이 되자 구매했던 알록달록한 비즈 세트가 도착했다. 진주부터 단색, 오로라 등 다양한 컬러의 비즈를 보니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아 들뜬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 비즈 악세사리를 자주 구매했던 터라 여러 색의 비즈를 보니 ‘어떤 조합으로 어떤 악세사리를 만들까?’에 대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얇은 우레탄 줄에 아주 작은 비즈를 한알 한알씩 집어넣는다. 작은 비즈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니, 어떤 조합이 어울릴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음 알을 우레탄 줄에 넣는다. 집중하지 않으면 구슬이 온 방바닥을 뒤덮을 수도 있고, 중간에 한 알이 잘못 들어간다면 옥에 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온 신경을 조그마한 비즈들에 쏟아붓는다.
하루를 지내며 쌓였던 스트레스나 잡생각들은 잠시 잊고 알록달록 개성 있는 비즈들을 만지작거리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아직 실력이 미숙해 매듭이 지저분할 때도 있고 매듭을 묶다가 줄이 풀려 낙담할 때도 있지만, 성과를 위한 것이 아닌 비즈와 나만의 시간을 위함이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즈를 만들며 느껴지는 밤공기는 그야말로 힐링이 따로 없었다.
나만의 온전한 휴식을 위해 시작한 비즈인데, 모순되게도 비즈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들곤 했다. 그럼에도 내가 손수 투박하게 만든 비즈 악세사리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도파민에 피곤함은 잊혀지곤 한다. 그리고 어느새 비즈를 만드는 시간을 고대하며 하루를 살아내는 나만이 남았다.
숏츠로 휴식을 취할 땐 경험할 수 없었던 고요함을 느끼며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새로운 취미를 또 하나 만들어 간다. 소란스럽고 치열한 하루의 마무리는 알록달록 화려하지만 잔잔한 비즈와 함께한다. 이 적적한 시간이 내일의 열정적인 나를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
소음이 가득한 하루 중에 온전히 내가 몰두할 수 있는 고요한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