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갓생에 대하여: 진짜 ‘나를 위한 삶'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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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Z세대로 표상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갓생’과 ‘루틴'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의 ‘생’이 결합된 단어로,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삶'을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 이후 등장한, 시간의 주인성을 획득하고 열심히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경향은 ‘미라클 모닝’, ‘루틴 관리’ 등을 실행하고 인증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며 ‘갓생' 트렌드를 부상시켰다.
그러나 단순히 바쁘고 부지런하기만 삶을 ‘갓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최근 친구와의 대화 중 갓생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를 들었다.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며 ‘바쁘지 않은 상태'에 이유 모를 죄책감과 조급함을 느끼던 친구가 “갓생 살아야 하는데"하고 푸념하자, 갓생의 의미를 오인한 친구의 어머니에게서 “너는 이미 갓생을 살고 있지 않냐"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어머니가 갓생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잔뜩 하며 행복하게 사는 삶'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생긴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갓생’의 가장 표면적인 의미는 ‘신과 같은 삶'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과 같은 삶이 과연 늘 부지런하고 바빠야만 하는 것일까? 혹시 우리가 ‘갓생’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스스로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바쁜 삶을 살아가며 성취감을 느끼는 삶도 물론 가치 있고 중요하지만,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성취를 목도하고 불안감을 느끼며 경쟁에 휘말리게 되는 요즘, 진정한 ‘갓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몰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을 위해 부지런히 사는지, 부지런하게 이루어내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내가 지금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 대한 탐구를 멈춘다면 우리가 부지런히 루틴을 지켜 유지하고자 하는 ‘갓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한, 타인을 위한 것이 되어버릴 수 있다.
‘잘한다'라는 말에는 늘 ‘오래 꾸준히'라는 말이 숨어 있다. 당장 눈앞의 성취보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라는 사람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내 안을 들여다보고, 자기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부지런히 나아가면서도, 적절한 페이스 조절과 ‘내가 좋아하는 것'의 추구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고 부단한 노력을 이어 나간다면, ‘갓생'의 흐름 속에 스스로를 잃지 않고 더 나은 나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갓생’은, 맹목적인 생산성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향해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려나가는 삶이 아닐까?
우리 모두가 타인이나 사회의 흐름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진정한 ‘갓생’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나가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소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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