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리 과정 속 드러나는 나의 세상 - 실종법칙

글 입력 2024.04.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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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유진이 실종되고, 그녀의 자매인 유영은 남자친구 민우를 찾아간다. 남겨진 두 인물, 민우와 유진. 그리고 극 중 등장하지는 않지만 유진이 바람을 피우던 대상인 변리사. 이 세 명의 유력한 용의자를 두고 관객들은 유진이 실종되게 한 장본인인 범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실종법칙 포스터.jpg

 

 

 

민우


 

무엇 하나 빠짐없던 그녀의 여동생 유진에게 언제나 민우는 눈엣가시였다. 만족스러운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빼어나게 잘생긴 것도 아니다. 곰팡이 핀 퀴퀴한 반지하 방에서 사는 그는 위생적으로도 깔끔하지 못해서 집은 잔뜩 어질러져 있었다. 7년을 사귀었다고 했나. 어느 부분으로 보나 불만족스러운 그가 유진이 행방불명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만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유영은 가장 먼저 그를 찾아갔다.


유영의 말에 따르면 유진은 행방불명된 그날, 민우와 헤어지려고 했다고 한다.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말과 함께. 이미 유진에게는 잘 되어가는 다른 남자도 있었다. 잘생긴 변리사다. 이미 민우에게는 출장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유진은 그를 몇 번 만났다고 했다. 그러니 유영의 심증은 확실했다. 오랜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한 것을 듣고 민우가 유진에게 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우는 유진이 절대 그런 말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와 똑같았다고 이야기하는 민우는 사실 알리바이가 확실했다. 민우와 헤어진 이후 유진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그 사실은 CCTV 상으로도 찍혀있었다. 유진은 민우와 헤어진 이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했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향하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러나, 민우 집에서는 유진이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포장 박스가 나왔다. 절대 혼자서는 먹을 수 없는 양의 배달음식 포장지도 함께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말 민우가 범인인 것일까.

 

 

 

유영


 

유진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기 충격기까지 공수해와 민우의 집에 찾아온 그녀는 진심으로 유진을 걱정했다. 혹시나 유진이 어떻게 되었을까 봐, 혹시나 그녀의 생사가 불분명해질까 봐 걱정되어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유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우는 그녀와 대화를 할수록 점점 더 유영을 의심하게 된다.


유영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 참 많이 있었다. 첫 번째, 그녀의 전 여자친구는 유진과 트러블이 있었다. 그녀의 전 여자친구는 금전적으로 유영도, 유진도 힘들게 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유영과 유진은 각자의 보험금이 서로에게 향해있다는 사실도 민우는 알고 있었다. 유진이 이 모든 사실을 민우에게 알렸다고 하자 그녀는 유진을 걱정하던 얼굴을 돌변시킨 뒤 바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두 번째, 유영은 자신의 약을 몰래 여동생에게 먹인 적이 있다. 약의 이름은 졸피뎀, 쉽게 이야기하면 수면제다. 유영은 자신이 먹던 수면제를 유진 몰래 물에 타서 그녀에게 권했고, 그 때문에 유진은 약기운에 취해 중요한 회의에도 결국 참석하지 못했다. 유영은 목소리를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피곤해하는 유진을 위해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잠을 못 자는 것처럼 보이는 유진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그러나 자신이 권하면 안 먹을 것 같아서 몰래 준 것이었다고.


세 번째, 유영은 과거 강아지를 죽인 적이 있다. 유진만 보면 좋아하고, 자신을 보면 으르렁거리는 그 강아지의 이빨이 그리도 싫다고 했다. 그러니 그녀가 강아지를 죽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면서, 자신의 행동에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민우는 말문이 막혔다.

 

 

 

변리사


 

유진은, 민우와 헤어진 다음 헤어숍에 가서 머리를 하고 그다음 변리사를 만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경찰은 극의 막바지에 변리사를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유진을 해할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극 중 그 변리사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것은 그저 그가 괜찮은 외모와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것뿐이었다.


극 중 내내 나는 누가 진짜 범인일지 생각했다. 신경증을 가진 그녀일까, 힘이 센 그일까, 보험금을 노린 그녀일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그일까. 그러나 그 의심 중에는 어떠한 논리적인 이유가 없었다. 이 말은 즉, 단지 신경증을 가졌다고 해서, 힘이 세다고 해서, 보험금이 있다고 해서, 직업이 없다고 해서 그 대상을 의심했다는 사실이 된다.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이 극 뒤에 나타났을 때, 나는 편견으로 누군가를 끊임없이 의심했다는 그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끔찍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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