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검은 잉크에 담긴 형제의 연심 - 브론테

글 입력 2024.04.0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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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은 많이들 싸운다고 한다. 특히 함께 일을 하는 경우, 금시에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어째서'라는 의문을 뒤로하고 그렇다면 여성으로서 글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 서로에게 의지하며 글을 쓰던 영국의 세 자매는 어땠을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뮤지컬 브론테는 글을 쓰며 일어나는 세 자매의 글, 그리고 그 글을 향한 갈망 속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다루고 있다.


상대와 나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우리의 뇌는 상대를 '나'로 인식해버린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는 하지 않을 행동을 할 때,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때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연인이나 형제들 사이에서 다툼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지독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지독하도록 깊고 무거워서 타인을 타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사랑.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것이 어쩌면 여기에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0206_브론테_컨셉포스터.jpg

 

 

그런 의미에서 브론테 세 자매는 서로를 사랑했다. 가난 속에서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는 동안 세 자매의 영혼은 하나로 합쳐졌다. 그렇기에 서로의 글을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삐걱거림의 이유였다.

 

첫째 샬럿 브론테는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글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팔리기를 바랐다. 둘째 에밀리 브론테는 자신의 세계를 구현해 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했다. 첫째 샬럿은 함께 대중성 있는 글을 쓰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고, 둘째 에밀리는 조금 더 스스로의 내면에 솔직하고 싶어 했다. 셋째 앤은, 자신의 글에 대한 막막함 속에서도 오직 자매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그렇기 떄문에, 세 자매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세 자매의 갈등 속에서 자매들은 이상한 편지 하나를 받게 된다. 그들의 죽음을 지켜봤다는 누군가가 보내온 편지다. 특히, 샬럿을 비난하고 에밀리의 글을 칭찬하는 그 편지는 글에 대해서 갈등이 멎지 않던 자매의 인연을 찢어놓기에 충분했다. 결국 샬럿은 집을 나가게 되고, 에밀리와 앤은 함께 살다가 고작 일 년이라는 짧은 간격을 두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데 죽음을 앞에 두고 앤과 에밀리는 말한다. 죽음을 지켜봤다고, 미래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힐난하는 그 편지는 분명 누군가로부터의 연서였다고. 편지는 이후, 앤과 에밀리의 죽음을 마주하고 후회하는 미래의 샬럿이 과거 자신에게 썼던 편지임이 밝혀진다. 결국 끝까지 세 자매의 사랑은 참으로 지독한 사랑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기꺼이 격정적이고 기꺼이 공격적인 연출과 넘버들을 통해 뮤지컬 <브론테>는 그렇게 세 자매의 서로를 향한 연심을 담아낸다. 모질고 슬픈 삶, 가난하고 끊임없이 허덕이던 삶 속에서도 들리던 세 여성의 웃음소리를 관람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각인시키며.


때로는 모질고 때로는 슬프기만 한 삶이었으나

우리는 우리의 이름으로 내내 치열했고

존재했으므로 이미 충분했다


또 어느 곳, 나와 닮은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닿길 바라며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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