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은 아름다운가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원더풀 라이프(1998)
글 입력 2024.03.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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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제 돌아가셨습니다. 조의를 표합니다.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 주세요.

 

여러분이 선택한 추억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 영상으로 재현하며, 토요일에는 그 영상을 시사실에서 관람합니다. 그 추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난 순간, 여러분은 그 추억만을 안고 저세상으로 가게 됩니다.


당신은 어떤 추억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위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만한, 빛나는 단 하나의 추억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행복'에 가까웠던 순간이 있는지, 모든 기억을 잃는 대신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는지 돌아보면서 말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떤 이는 유년 시절의 평화로운 나날들을 회상하고, 어떤 이는 '과거 같은 건 돌아보고 싶지도 않다'며 불평한다. 어떤 이는 마지막 날까지 선택을 미루고, 어떤 이는 결국 선택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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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는 자녀도 없고, 취미도 없고, 추억도 없다고 말하는 노인이었다. 대학 졸업 후에 철강 회사에서 정년까지 일했던 그는, 자신의 삶이 그저 '고만고만'했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평범한 대학을 나와 평범한 직장을 다니고, 평범한 여자를 만나 평범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 와타나베에게 인생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삶이 기록된 비디오를 돌려보는데, 여기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진다. 그의 아내가 한때 약혼했던 사람이, 이곳의 직원인 모치즈키였던 것이다. 모치즈키는 필리핀 해전에 참전하여, 스물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때문에 자신의 약혼녀인 쿄코를 홀로 남겨둔 채 이곳에 왔고,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와타나베가 평범하다고 말했던 모든 일상은, 모치즈키가 닿을 수 없었던 찬란한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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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치즈키는 생전의 삶을 돌아보며, '사람들과 깊이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후회한다. 쿄코가 와타나베에게 마음을 털어놓은 것처럼, 자신은 누군가에게 그렇게 솔직하게 다가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료인 시오리는 그에게 묻는다. "왜 꼭 그렇게 단정해? 모치즈키 씨가 모르는 곳에서 쿄코 씨와 깊은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시오리는 모치즈키를 위해 교코가 선택한 마지막 기억을 찾아주는데, 그 기억의 장소는 공교롭게도 와타나베가 선택한 곳과 같았다. 두 사람이 결혼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영화를 보았던, 그날의 공원. 하지만 날짜는 달랐다. 1943년 8월 3일. 쿄코가 선택한 순간 속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남자는, 새하얀 군복을 입고 있는 모치즈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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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치즈키는 저승으로 품고 떠날 추억을 선택하지 못해 이곳의 직원이 되었고, 아주 오랫동안 방황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곳에 오고 나서 행복한 추억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지만, 50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이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이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말이다.


이 영화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간역 '림보'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 자체가 일종의 '림보'라고 생각한다.삶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에게 '죽음'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특별한 시공간. 그게 바로 『원더풀 라이프』가 품고 있는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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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림보에 도착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져갈 마지막 기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단, 제한 시간은 사흘이며 미래의 기억은 선택할 수 없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대체 왜 이러한 조건이 붙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았는데, 그 답은 '삶의 유한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이 분리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삶은 죽음을 연기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살아간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 스치는 주마등은 단 몇 초에 불과하며, 그제야 삶을 돌아보기엔 너무 늦다.

 

그렇기에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며, 우리가 가진 가장 빛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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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은 '선택한 한 가지 기억 외의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는 것인데, 이 또한 자유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남자는, 다른 모든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며 '어둠'의 기억을 선택하고 떠난다. 그에게 행복이란 어둠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고, 죽음은 일종의 도피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와타나베와 모치즈키의 이야기를 보면서, 행복과 불행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삶에는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관점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다.


삶은 연속적인 것이기에 행복 속에 불행이 스며들어 있거나, 불행 속에 행복이 스며들어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이러한 설정은 평범한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장치이자, 불행하다고 여겼던 시절을 '현재'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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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한 번이 두 번이 되길 바라고, 두 번이 영원이 되길 소망했던 순간이 존재하는가? 한없이 행복했고, 한없이 사랑했던 그런 순간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삶이 주는 고통에 매번 새롭게 아파하지만, 삶이 주는 기쁨에는 너무 쉽게 무뎌진다. 행복은 쫓을수록 달아나지만, 역으로 앉은 자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없이 괴로울 수도, 한없이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

 

나는 그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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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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