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River가 조용히 흐르는 뉴욕의 아침. 노란 택시에서 갓 비누칠을 한 것 같은 키가 크고 말쑥한 아름다운 여인이 내린다. 우아한 검은색 드레스와 진주 장신구로 치장한 여자는 티파니 보석 상점 앞에서 봉지에 든 크루아상과 커피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그녀의 눈은 점잖고도 고급스럽고 화려한 보석 상점을보고 있지만, 정작 관객들은 상점의 유리에 비친 그녀의 모습과 얼굴을 보게 된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은 시그니처인 이 오프닝만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오드리 헵번이 실제로 뮤즈였던 지방시의 의상을 보는 재미부터, 60년대 파르란 뉴욕의 거리, 그리고 불안정한 두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까지 이 영화는 아름다운 그 시대의 공기와 분위기들을 모아놓은 zip 파일처럼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보다도 내 마음을 더 아리게 하는 것은 이러한 화려한 주인공들의 마음속 기저에, 누구보다도 평범하게 땅에 바닥을 붙이고 살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여주인공인 홀리 고라이틀리는 고급 콜걸로 일을 하며 매일 밤 파티를 즐기고, 남성들에게 때로는 집착을 받기도 하는 등 화려하고 피곤한 삶을 산다.
하지만 하얀 셔츠를 입고, 캐리어에 전화기를 넣어두고 사용하는, 잠이 덜 깬 낮의 홀리는 고양이의 이름을 물어보는 옆집 남자 폴의 물음에 대해 고양이의 이름은 단지 “고양이” 일 뿐이라며 이렇게 답을 한다.
“슬플 때면 그냥 택시를 타고 티파니에 가요. 그럼, 금방 기분이 좋아져요. 그 조용함과 고고함이 있죠. 거기선 나쁜 일은 생기지 않아요. 티파니 같은 느낌을 주는 진짜 집을 구할 수 있으면. 그땐 가구도 사고 고양이 이름도 지어주겠어요.”
해당 영화는 트루먼 카포티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소설 속에서는 홀리의 명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녀는 카르티에처럼 아름다운 명함에 “홀리 고-라이틀리, 여행 중”이라는문구만 인쇄해 가지고 있다.
언젠가 티파니 같은집을 구해 그곳에 살고 싶다는 것. 크림색 고급의 명함 위에 “여행 중”이라는 쓸데없는 문장을 인쇄한 것 .이런 모습들 속에서 홀리가 가지고 있는 허영심과 바보 같은면 역시 분명 존재한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생활의 감각을 느끼려 하지 않고 여전히 꿈을 꾸고, 바보 같은상상을 하며 때론 흥청망청 돈을 써버린다.
“난 홀리도, 룰러메이도 아니에요. 난 내가 누군지 몰라요. 난 이 고양이처럼 이름도 없고, 누구의 소유도 아니에요.”
그런 것들을 보며, 내 주변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일상을 같이 할 수 있는 안정된 배우자도 없고, 그냥 단지 하루하루를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있는 것만 같은 나 자신에 화가 나고, 무엇인가 세상에 발을 붙이지 못한 채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소소한 일상의 것들이 안정적으로 확립해 나가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홀리와 폴도 마찬가지였었을 것이다. 폴의 내뱉듯 뱉은 저 말에 결국 홀리는 빗속을 뚫고 다시 폴에게 돌아왔으니까. 그 둘의 사랑과 삶이 그 이후로도 평탄했을지는 모른다. 땅에 발붙이고 안정적으로 살아가다가도, 때론 방황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까.
하지만, 뉴욕의 길거리에서 뚱뚱하고 늙은 '고양이'를 다시 찾았다는 것. 그 고양이를 두 사람이 꼭 껴안고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도 아름다워서, 그리고 나의 미래 역시 그렇길 바라서, 그 두 청춘이 티파니같이 깨끗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아 고양이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며 어딘가 발붙이고 살아갔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