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캘리] 환생을 믿으시나요?

글 입력 2024.03.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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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슬픈환생.jpg

[illust by 나캘리]

 


오늘 소개해 드릴 시는 이운진 시인의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에 수록된 '슬픈 환생' 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알게 되고 나서 너무 표현이 마음에 들었고, 수록된 다른 시들이 궁금해져 바로 당일에 시집을 구매했습니다.

 

몽골인들은 자유롭게 유목 생활을 하던 문화가 있습니다. 지금도 전체는 아니지만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요. 그들과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함께하는 개와 관련된 문화가 담긴 내용입니다. 개가 죽어도 죽는다기보다는 다시 인간으로 환생한다고 믿으며 개의 꼬리를 잘라주는 주인. 그러더라도 소중한 이의 죽음 앞에 슬프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마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던 사랑하는 개의 명복을 빌어주는 그들의 마음이 담긴 문화 같습니다.

 

시에서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화자가 자신도 해당 문화처럼 생각을 해봅니다. 환생 전 개였을 적 꼬리를 잘라준 주인과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태입니다. 몽골인들과 함께 개로 살았다면, 드넓은 초원 위에서 힘차게 마음껏 달리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살기도 했을 것입니다.

 

죽고 나서 자신과 함께했던 개의 환생이 더 좋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주인은 꼬리도 잘라주고 사람이 되길 빌어주었을 텐데, 자신은 그렇게 해서 사람이 되었는데 정말 지금이 더 나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읽다보면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화자가 정말 많이 돈을 가지고 명예를 이루면서 사는 것보다는 사회의 기준보다는 좀 적고 부족하다 판단되는 상태일지라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것을 더 바라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향과는 조금은 다른 주관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좀더 예민한 감각으로 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민하다는 것은 까다롭다거나 하는 의미라기 보다는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의 반응의 역치나 그렇게 반응하는 정도의 섬세함이라 얘기하고 싶습니다.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바꿔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 시 중 일부

 

 

여러 종류의 시를 읽을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시를 읽어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놓칠 수 있는 아주 찰나의 감정도 붙들어 놓고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문장들의 모음이라 생각하기에, 도서관이든 서점에서 구입하든 검색을 통해서든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왠지 개의 순하고 맑은 까만 눈망울과 헥헥 이는 귀여운 혓바닥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 날입니다.

 

나는 어떤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것인지 각자 깊이 생각해보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처럼 나도 누군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유롭게 살던 소중한 개였다고 해도 환생한 '나'를 이렇게 살게 둘까? 가상의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하염없이 무사히 인간이 된 나의 행복만을 온전히 빌고 또 당하게 염원하는 누군가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좀 더 당차게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김성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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