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하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외침 - 피에타

글 입력 2024.03.1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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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피에타'는 들어봤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듣고 보았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의 조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틈새로 살짝 보았는데도 압도감이 장난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21세기의 피에타는 조각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로 구현되고 있다. 영화, 연극, 그리고 오늘 소개할 뮤지컬까지.

 

 

뮤지컬_피에타_포스터.jpg

 

 

뮤지컬 <피에타>은 여성 1인 뮤지컬이다. 주인공 마리아는 김사라 배우가 단독 캐스트였다.

 

이전에 뮤지컬 <영웅>, <위대한 개츠비>, <에드거 앨런 포> 등의 굵직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로 필모그래피를 쌓은 프로 배우셨는데, 이번 뮤지컬 <피에타>에서도 다년간의 경력을 증명하는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_김사라(원_캐스트).jpg

 
 

전체적인 줄거리는 마리아의 삶이다. 어린 예수를 키울 때부터 예수의 죽음을 보기까지의 일대기를 마리아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앞서 말했듯, 1인극이기 때문에 예수는 등장하지 않는다. 상상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예수가 나이가 들듯, 마리아도 나이가 든다. 시간의 흐름을 한 사람이 몇 가지 소품과 오로지 연기로 표현을 해내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노래와 관객과의 소통까지 소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김사라 배우는 혼자서 1인 다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였다.

 

사실 나는 무교에 가까운 사람이다. 따라서 피에타의 줄거리가 익숙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종교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한 어머니의 삶이라는 관점으로 보아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성모 마리아이기 이전에, 한 아들의 어미로서 느끼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구원자일지라도, 마리아에게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탄생의 순간부터 이미 정해진 운명이 있었기에 찢어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세상에 양보한 것이다. 뮤지컬 <피에타>는 사랑하는 아들이 고된 길을 걸으며 핍박을 받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며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던 한 어머니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아무리 공연을 보았다 한들, 마리아의 마음을 전부 다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조금의 비슷한 경험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입장일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공연에서는 마리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장치로 빛과 음악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극의 시작 알림이 역시 빛과 음악이었다.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라기엔 다소 긴 그 음악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분위기를 앞서 경험할 수 있도록, 관객들이 극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오래 지속되었다. 그와 동시에 빛이 쏘아졌는데, 마리아의 찢어지는 심정을 시각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뮤지컬 <피에타>는 본질에 충실한 극이었다. 다른 것은 관점의 주인공이 예수가 아닌 마리아였다는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예수를 바라보던 순간의 엄마 마리아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였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 모든 과정을 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도 퀄리티의 높은 극을 완성시켰다.

 

뮤지컬 <피에타>는 마리아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하면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을 공연이었다. 물론 극을 보다 보면, 이 이야기가 성경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배경이 없다 하더라도 가능한 접근 방식이기에, 단순히 제목만 보고 관람을 포기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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