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얄미울 정도로 현실적인 스토아주의 - 해법 철학

삶의 문제를 산뜻하게 풀어주는 해법 철학
글 입력 2024.03.0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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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업무적으로 혼나는 일이 잦았다.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엉망이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면역이 없어서 적잖이 흐트러졌었다. 애를 쓰면 실적과 칭찬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었나? 오만한 삶의 공식이 깨지자 매일 밤 베개가 축축해졌다.

 

 

해법철학 표1.jpg

 

 

그러던 중에 '워드 판즈워스'가 스토아 철학자들의 말을 엮어서 만든 「해법 철학」을 접하게 됐다.

 

삶의 문제를 산뜻하게 풀어준다고 했다. 철학 사용자를 인생 매뉴얼이랬다. 그래서 무언가를 절제하고 해탈하는 방법을 배울 줄 알았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라도 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스토아 철학자들은 생각보다 더 열려있었고, 위대한 철학자들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나 싶지만, 생각보다 더 이기적이었다.

 

 

 

가장 자발적인 죽음이 가장 아름답다


 

뻔한 이야기들은 잠시 제쳐두고 파격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스토아 철학에서 자신의 삶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자유다. 삶이 견딜 수 없어진다면, 에픽테토스의 표현처럼 "출구는 열려 있다."

 

평생 삶은 고결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살아왔다. 죽음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주장은 주로 패배자들의 합리화로 여겨져서, 양지로 올라오지 못하고 사그라들곤 한다.

 

하지만 스토아철학은 자발적인 죽음을 산뜻하게 표현한다.


 

영원의 법이 정한 최고의 규정은,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하나이나 나오는 출구는 많다는 것이지요. 나 스스로 고통 밖으로 나와 내 모든 문제를 털어버릴 수 있는데, 질병이나 인간의 잔인성을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게 우리가 삶에 대해 불평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입니다. 삶은 우리를 억지로 붙들지 않습니다. ... 삶이 마음에 든다면 살아가십시오. 아니라면, 당신이 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세네카, 「서한집」70.14~15 (126p)

 

 

삶이 고통뿐이라면 기꺼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니. 처음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힘드세요? 그럼 죽으세요. 마치 그런 종용처럼 느껴져서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테뉴는 '가장 자발적인 죽음이 가장 아름답다'고 까지 표현했다.

 

하지만 세네카의 글을 곱씹다 보니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말들은 모두 차치하고, 죽음은 분명한 개인의 자유다. 고통에서의 해방인 것이다. 우리는 차마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몰려올 때 그것을 끊어내고 무의 상태로 돌아갈 자유를 손에 쥐고 살아간다.

 

생각해 보면 이것은 실로 대단한 티켓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해방될 자유를 가지고 있으니 덮쳐오는 해일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불확실한 인생의 앞날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동시에 죽음을 감수할 정도가 아닌 고통을 무감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충분히 견뎌낼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일에 절망하여 삶을 불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불쌍한 자의 처지를 보고 위안을 찾으라


 

다시 한번 파격적인 부분이다. 놀랍게도 위의 주장은 숨겨진 속뜻이나 반전이 없으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자세히 설명하려면 '욕망'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스토아학파에서 욕망은 가치가 없는 일로 여겨진다. 우리는 뭔가를 좇으면서 더 행복함을 느끼고, 그것을 손에 쥐고 난 뒤에는 싫증을 낸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항상 무언가를 갈망하며 따라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부와 명예, 외모, 사랑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러니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후기 스토아학파는 그 방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심리적 전략을 제안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우리보다 위에 있는 존재와 자기 자신을 비교하고, 우리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우리보다 밑에 있는 존재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자. 위로가 될 만한 사례를 1000개쯤 찾지 못할 만큼 비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몽테뉴, 「허영에 대하여」(1580) (165p)

 

 

바람직하지 않은 욕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이러한 비교를 추천하는 것이 바로 스토아학파다. 물론 자만이나 무시를 걸러낸 건강한 비교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가히 파격적이긴 하다. 철학이 엄숙하고 선하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착각이었던 것 같다.

 

 

 

집착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한 돈을 소유할 수 있다


 

핵심은 모든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을 소유하는 방식에 있다. 즉, 무언가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부와 명예 역시 집착하지 않는 선에서 가까이할 수 있다.


 

"왜 철학자는 재산을 경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리고 오래 사나 오래 살지 못하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면서도, 왜 별문제가 없는 한 오래 살고, 노령에도 정정하며, 평화롭게 잘 살아갑니까?" 그가 그런 것들을 경멸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것들을 소유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키느라 노심초사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세네카, 「행복록」21.1~2 (188p)

 

 

그리고 무언가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의 상실을 마음속으로 연습해 볼 수 있다. 부와 명성과 권력을 즐기되, 그것이 없어지는 상상을 해도 전혀 두렵지 않을 때 그 사람은 쾌락을 바람직하게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한 스토아학파로 분류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가 되어 20년이나 통치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 아마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을 믿기 힘든 시대였다. 이외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주요 관직을 차지하거나 부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니 그들의 언행이 일치했으며,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았음을 이해할 수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스토아학파


 

스토아학파의 충격적인 세 가지 주장을 가지고 와 봤다. 자발적 죽음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욕망에 사로잡힐 땐 나보다 못한 처지인 사람들을 생각하고, 부와 명예를 기꺼이 가지라고 주장하는 것이 스토아학파다.

 

그들의 주장은 얼핏 속물적인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그들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실용적인 방안을 추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틀에 박힌 딱딱한 소리로 우리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러니 「해법 철학」을 읽으며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전략들을 배울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데 생각이 너무 많다면, 혹은 어려움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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