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의 미궁 속 감정 - 뮤지컬 '아가사' [공연]

글 입력 2024.03.0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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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사는 2013년 초연 공연 이후 재연, 삼연을 거쳐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로 3월 3일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1926년 12월 3일,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되어 사라진 열하루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사라진 기간 동안 아가사와 함께 있었던 의문의 남자 로이. 아가사의 실종 사건 발생 27년 후인 1953년. 작가로서의 슬럼프에 빠진 레이몬드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아가사가 실종되었던 그날로 돌아가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한 실종으로 당시 신인 작가였던 아가사는 유명 작가가 되었다.

 

이후 저택과 멀리 떨어져 있는 변두리 호텔에서 아가사를 발견했을 때는 실종되었던 11일 동안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남아있다. 더불어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실종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기 때문에 사라졌던 기간의 아가사의 행보가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가사에서는 남편 아치볼드의 불륜, 아가사 어머니의 죽음, 작품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편집장, 그리고 사생활에 대한 기사와 작품에 대한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쓰는 기자들로 사람들에 대한 상처와 오랜 고통이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그 한계가 살의라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인물을 ‘미궁 속의 티타임’이라는 제목의 추리소설을 휘갈겨 쓰고 자신의 미궁 속 숨겨두었던 살의와 함께 이성적인 사고가 아닌 감정적으로 아가사가 잘 알고 있는 독을 활용하여 소설 속 인물이자 실제 인물들을 해치려 한다. 하지만 길을 잃지 않기 위할 용도로 풀어낸 붉은 실을 보고 자기 자신의 살의에 먹히지 않고 이성적인 아가사로 돌아오게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추리'라는 장르에 열광하고 좋아하는 것일까?

 

미디어의 발달로 추리 소설뿐만 아니라 ‘크라임씬’, ‘여고추리반’과 같은 추리 예능, '셜록 홈즈' 같은 추리 영화들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게다가 방 탈출 카페까지 추리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들이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스토리와 테마를 직접 체험하기 위한 마니아들이 생기기도 했다.


추리라는 장르를 가진 콘텐츠들은 대부분 살인사건이 벌어지거나, 실종 사건이 발생하거나 미스터리한 상황을 주고 그곳에서 사건 현장의 단서를 찾거나 인물들 간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서 추리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짜릿함과 우리가 모르고 있던 숨겨진 서사를 알아간다는 점에서 추리는 그 장르보다 몰입할수록 콘텐츠 향유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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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뮤지컬 아가사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살의'가 각자의 미궁 속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있고, 그 상처와 고통이 억눌리다 어느새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러한 분노와 상처가 뭉쳐 살의를 갖게 될 수 있다. 이 작품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느낀 살의라는 감정을, 추리소설을 쓰는 데에 활용한 것처럼 표현했다.


이처럼 추리라는 장르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개개인이 가진 살의를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자기 속으로 삭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계속 묵히다 보면 언젠가 속은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좋은 일이나 슬픈 일, 혹은 화가 나는 일이든 누군가에서 이야기하면서 털어내거나 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담담히 풀어나가거나, 각자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 휩싸여서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선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


뮤지컬 아가사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람을 얼마나 갉아먹는지 알아요?”

“그러다 스스로를 죽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듣는 것.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나 자신을 죽이지 않고 건강하게 해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조수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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