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약하지 않은 나를 믿어 보기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글 입력 2024.02.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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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유행하며 활발해진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이제는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인스타툰'이다. 공감, 일상, 법, 고민, 경험 등 각자 주제를 정해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함으로써 연재가 이루어진다. 뒷 내용을 궁금하게 하거나 개성 있는 그림체,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특성 등을 장점으로 하여 연재되기에 우리가 줄곧 보던 웹툰과는 여러 차이가 있으며, 저마다의 콘텐츠를 잘 살려 독자를 탄탄히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는 현재 인스타툰을 연재 중이면서 여행 유튜버이자 작가인 윤수훈 작가의 작품이 모여 있는 책이다. 에세이를 그림으로 그여, 독자들에게 따뜻함과 위안을 주는 것이 작가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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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염세적이기 짝이 없는 이 이야기 속,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름 아닌 '믿음'에 대한 것이다. 나를 둘러싼 어떤 변화에도 이제는 전처럼 쉬이 불안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루를 언제 시작했느냐는 더 이상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남들보다 늦은 출발에 마음을 졸이기보다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을 우선으로 살핀다. 어차피 내가 저지른 일, 수습도 나의 몫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나를 책임지겠다는 믿음이다. 이것을 나는 '나로 귀결되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으면서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될 때가 있다. 저 사람은 벌써 저만큼을 했네, 저 사람은 저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등으로 말이다. 비교하며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다르게 고작 이만큼 와 있는 내가 때때로 처량하게 느껴질 뿐이다. 비교하며 우울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인데 우울해질 게 뭐 있겠는가. 그저 '발견'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을 왜 하냐 싶을 수 있지만 이건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일종의 본능 같은 것이다.

 

작가는 어떻게 보면 그런 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생각을 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믿음'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책임지려는 마음, 나에 대한 믿음. 그 믿음을 배우고 싶어졌다.

 

 

분노에도, 후회에도, 기쁨에도, 슬픔에도 온통 사랑이 묻어 있다.

 

주고 또 줘도 모자라지 않은,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은, 주면 줄수록 차갑게 녹아 버리고 또다시 뜨겁게 얼어 버리는, 그 형태도 늘 동사인 '사랑해.'

 

사랑한다는 자체만으로 벅차오르는, 외칠수록 슬퍼지기도 하는 참 아이러니한 감정이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 많아졌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그만큼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가는 잘 알 수 없다만, 계속계속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사랑은 그에 대해 생각할수록 잘 알지 못하겠다는 한계가 있다. 아마 끊임없이 그에 대해 정의하려 하기 때문이리라. '이것'이 수반되어야 사랑이다, '이것'을 해야만 사랑이다, 하며 나 혼자 틀을 만들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언니와 더위사냥을 먹으며 크게 잘린 것을 주는 것도, 더운 날 하나 틀어 놓은 선풍기를 동생 쪽으로 가까이 돌려주는 것도, 전에 마음을 나누던 친구에게 안부 연락을 보내는 것도 모두 사랑임을 안다. 뜨겁게 끓다가도 금세 식어 버리고 말 때가 있지만 결국은 또 많은 사랑을 하며 사는 게 사람이니까, 그 벅차오름과 서글픔 따위를 즐기며 사랑하고 싶다.

 

 

해 볼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이유는 결국 나를 위해서다. 설령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후회나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으니까. 모든 게 끝났을 때 처참하게 무너지고 싶지 않다. 하릴없이 망가지고 싶지 않다. 그러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자책의 굴레에서 허우적대고 싶지 않다.

 

나를 위해서.

 

 

한때는 무엇인가를 시작하고도 금세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는 언어를 공부하겠다고 사 둔 책이 쌓여 있고, 커피를 즐겨 보겠다고 산 날짜 지난 커피들이 있고, 읽겠다고 사 놓고 펼치지 않은 책들이 있다. 남겨진 것들은 후회로 다가오곤 했다. '이럴 거면 왜 샀는가.' 내가 금세 포기해버린 것은 탄탄하지 않은 의지도 있겠지만, 해 볼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겠다는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우니 그만두고, 어쩐지 애정이 가지 않으니 그만두고, 다른 것에 빠져 그만두고. 이러나 저러나 그만두더라고 끝까지 부딪혔다면 이토록 후회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안다. 일단 하고 최대한 하는 것이 진짜 나를 위한 일임을. 그런 측면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

 

몇 년 전에 잠시 에세이에 빠진 때가 있었다.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처럼 만화로 된 것도 있었고, 줄글로 된 것도 있었다. (모든 에세이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에세이의 공통점은 대단하든 대단하지 않든 그런대로 나를 믿어 보려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게 에세이의 장점이면서 조심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생각이 너무 많이 담겨 있고, 그것이 주는 다정함을 주체 없이 받아들이게 되곤 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것이 많으면서도,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가를 많이 생각하며 읽었다.

 

귀여운 그림체의 만화로 그려진 덕에 쉬우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기 좋다. 누군가 툭툭 던진 말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이런 걸 보면서 느낀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을 부분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기도 하니까. 그 또한 에세이의 한 가지 매력이리라.

 

열심히 살 필요는 없지만 소중한 삶이기에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지만 나로부터든 남으로부터든 오는 상처를 피할 수 없는 현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곤 하는 상황, 반복되는 듯 보여도 매일 새로워지는 하루, 내가 계속 나일 수 있게 내가 하는 일들을 그림으로써 풀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혹은 비운 채로 가벼운 책을 읽고 싶을 때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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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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