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트루먼과 함께하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영화]

트루먼쇼와 글쓰기
글 입력 2024.02.2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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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내 글을 감평 카페에 올린 적이 있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그럴듯하게 쓴 글이었다. 누군가 그걸 보고 최소 고등학생 혹은 성인의 솜씨라며 칭찬해 줬고, 나는 우쭐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레발이었다.

 

내 글을 좋게 봐주신 분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아직은 많이 멀었음을 알고 있다. 글 쓰며 사는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지금은 겨우 근육을 붙여가는 단계다. 준비한 만큼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이니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한다.


나도 처음부터 느긋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는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이고 싶었는데, 성인이 되니 나보다 재능이 많고 어린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이야 누구나 먹는 거지만, 슬슬 '흐른 세월에 비례한 최대한의 실력을 갖추고 싶다'는 가성비를 원했다고 할까. 저 때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텐데 같은.


그러나 계속 글을 써간 결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여러 것들을 눈에 담고 내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서였다. 특히 이런 마음을 키워준 것은 영화 '트루먼 쇼'였다.


영화를 본 분은 아시겠지만,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만났던 여자 외 트루먼과 진정으로 관계를 맺은 인물은 없었다. 비밀이 들켰을 때, 트루먼의 아내역을 맡은 배우는 해명은 커녕 특정 물건을 비추며 광고를 한다. 그 순간만큼은 한낱 사물이 사람보다도 우선시된다.


트루먼의 아내 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패닉에 빠진 트루먼에게 진실을 밝힌다’라는 도덕적인 선택을 하는 것보다는, 지금 이 코코아가 얼마나 맛있는지 홍보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시청자들도 그의 인생을 관음한다. 이곳은 트루먼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진정 트루먼을 위한 것은 없다.


물론 이렇게도 물어볼 수 있겠다. 만들어진 인생을 꼭 부정적으로 봐야만 할까? 새장 속에 갇힌 주인공이 나가길 바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트루먼은 친구도 있고, 아내도 있고, 취직도 했는데. 그래도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그의 입장에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진실을 안 트루먼은 사람들을 역으로 골려주고 싶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스스로를 착취당하며 나는 얻는 것 없이 다른 사람들만 재미를 본다면 누구든 짜증나지 않을까. 그래서 트루먼은 똑같이 갚아준 거다. 나를 착취해서 돌아가는 이기적인 세상을 향한, 주인공인 내가 나감으로서 당신네들이 그렇게도 사랑하던 이야기를 끝내겠다는 (시청자와 감독의 입장에서) 이기적인 선택.

 

트루먼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떠나고 싶어하고, 나가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앞으로도 불안한 순간은 찾아오겠지만, 같은 모험심을 가지고 글을 써나갈 것이다.


나에게는 나 스스로가 내 작품의 꾸준한 독자로 남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나는 내 글을 사랑하므로, 민망함을 감수하고 계속 정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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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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