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오리 한 마리와 매트리스, 홀로 남은 자취방

글 입력 2024.02.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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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OO님 안녕하십니까?

□□구 전입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앞으로 귀하께서 사용하실 집 주소는 서울특별시 □□구 △△로..
 

자취를 시작했다. 전입신고를 했던 날은 눈이 내렸고, 그 눈은 삶의 터전이 완전히 옮겨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나는 인제야 혼자가 되어 자취방에 덩그러니 놓였다. 새로 산 매트리스에 몇 번이고 온 몸을 던지며 낮은 천장을 바라봤다. 본가에 살 적에는 그런 습관이 있었더랬지. 방문을 닫아두고 음악을 몇 시간씩 내리 듣던 습관. 방 안과 밖을 구분해 혼자 있겠다는 일종의 선언, 리추얼에 가까운 행위였지만, 자취방은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그런 의식 없이도 너는 철저한 혼자라고.
 
대학가 자취방은 홀로 있으면서도 다 같이 사는 공간이라 생활 소음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이를테면 세탁기 돌리는 소리나 복도의 문 여닫는 소리. 그러니 "철저한 혼자"는 조금 어색한 단어다. 하지만 '어느 오리 친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부터는 혼자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무드등은 오리 친구가 되었다. 꽥꽥거리지 않는 어느 조용한 오리 한 마리가 나와 함께 산다.

기숙사 살 적에 쓰던 스탠드는 빛이 강해서 밤중에는 오리 무드등을 쓰곤 했었다. 어쩌다가 가끔, 룸메이트가 잠을 먼저 청하고 나서야 글을 마감해야 했을 때 은은한 빛을 내는 용도였다. 급작스런 흰 빛은 눈이 피로하기에. 그러나 지금은 거의 매일 오리 친구의 등을 톡톡 두드린다. 이 오리 친구는 매일 밤 자취방이 나보다 먼저 눈을 감아버릴 때마다 진가를 발휘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오리는 여전히 은은한 달빛을 낸다. 하루 종일 빛을 낸 오리의 매끄러운 등은 따뜻하다. 너는 항상 누워 있으니, 내가 누울 때마다 눈높이가 똑같아지겠지. 매일 눈을 마주하며 누우니 정을 오래도록 붙일 수도 있겠어.

사실 이 오리는 온전히 가까운 친구는 될 수 없다. 오리 친구의 온기는 손끝으로 만져지지만, 마음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온기는 당장 눈앞에 없어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넓은 세상에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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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와 나로만 가득 찬 세상을 살다가, 이제야 나와 당신들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발을 옮겨오니 알 것도 같다. 나의 방어적인 태도에, 내가 무심코 선 그어버린 말에 상처받은 사람이 적지 않았겠다고. 나의 서툶을 몇 번이고 인내하다 이미 떠난 사람을 내려놓을 수 있겠다고. 내가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사실은 이 사람들 사이에 한 발을 걸치고 있어서라고.
 
어제도 눈이 내렸다. 집주인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의 혼잣말에 대한 민원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방패를 쳐들 준비를 했지만, 다름 아닌 안부 인사였다. 오늘은 날이 추우니 온돌을 켜놓고 잠을 자라고. 밥은 굶고 다니지 말라고. 나는 그런 말을 많이 해본 기억이 없었다. 수많은 소리와 함께 지내면서도, 당신들의 안위를 묻는 수많은 발화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 잘 지내냐는 말을 겨우 습관처럼 소리내어 말할 뿐.

알고 지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라지만, 안부 묻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구나.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며 웅크릴 준비를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감정에 논리를 자꾸만 붙여서 방어막을 겹겹이 세우지 않아도 괜찮다.

낮은 천장을 바라봤다. 새로 산 매트리스에 몇 번이고 온 몸을 던졌다. 나의 무딘 모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온전히 이해했던 사람들이 매트리스가 아니었을까. 나도 단단한 매트리스가 되어 자취방의 단단한 콘크리트를 뚫고서 도착한 온기와 위안을 돌려주고 싶다. 나의 온도가 밤새 빛을 낸 오리보다 서늘할지는 몰라도.
 
 
[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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