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도 그래? 차마 묻지 못한 한마디에 위로를 - 약한 게 아니라 슌한 거야

내가 ‘나’로서 살아가면 된다는 간단한 정답
글 입력 2024.02.1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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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기준과 시선들이 정형화되면서,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됐을 때 ‘내’가 중심이 아닌 타인의 잣대에 맞춰 모든 것을 평가하고 결론을 내린다. 심지어는 충분히 슬퍼해 주고 위로해 줘야 할 나의 슬픔과 고통까지도. 어느샌가부터 우리에게 약함은 숨기고 함부로 꺼내선 안 될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되었고, 슬픔을 마음껏 흘려보낼 애도의 시간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

   

내가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이 옳은가, 넘쳐흐르는 감정의 파도를 어떻게 표출해야 하는가, 남들은 다 참고 사는데 내가 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내 감정을 알아 달라 외치는가,라는 끝이 없는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다 보면 겨우내 터질 것 같던 감정들은 그 존재마저 부정당한 채 깊숙이 파묻히게 된다.

 

일기장조차 누군가 볼까 두려워 꺼내놓지 못하는 내 감정들의 안식처는 어디이며, 나는 그것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약한게아니라슌한거야_표지 평면 2.jpg

 

 

위 책의 저자, 윤수훈 작가는 이에 대해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왜 진작 떠올리지 못했을까, 의문을 남기게 되는 정답을 참으로 따뜻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그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삶을 단숨에 바꿔줄 해답을 기대했다면 미안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떠한 거창한 변화가 아님을 먼저 명확히 이야기한다.

 

대신, ‘나로 귀결되기’라는 소박한 정답을, 자신이 겪어온 삶과 때로는 애틋하고, 우울하기도 하며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속삭여준다.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바꾸려 하지 말고, 그마저도 나 자신이었음을 인정해 주고 품어줄 수 있도록.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깊숙이 숨겨두었던 나의 글들이 콕 콕 마음에 박혔다. 자그마한 시집에, 노트북의 잠긴 메모장에, 반쯤 채워진 노트들에 흩뿌려진 나의 감정과 기억들은 다시 꺼내보기 두려워 계절과 유행을 지나 방치된 옷가지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제는 그것들을 다시 꺼내어 빛바랜 먼지를 털어주고, 주름도 펴주며 처음 그 글을 써 내려갈 때의 설렘을 기억해 줄 때가 오지 않았을까. 그래야 이후로의 감정들도 그 위에 차곡차곡 쌓이고 보관될 수 있을 터였다.

 

윤수훈 작가 특유의 동글동글한 그림체 속에, 풍성하게 묘사된 하나하나의 표정과 사물들의 생생함은 마치 책 속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조금이라도 글을 써보고 그림을 그려본 이들은 누구나 알 것이다. 이 자그마한 장면 하나를 그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이 이어졌을 것이며 얼마나 애틋한 마음으로 연필 끝에 담겨 우리에게 이 책으로 전해져 오게 되었을지.

 

우리는 아마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넘어지고,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을 위로 삼아 다시 일어나며 또 넘어지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최고의 내가 아니어도 괜찮고, 최대한의 나로 살면 충분하다.

 

이 책을 읽은 우리들은 적어도 이 말 하나만큼은 언제든 힘들 때 꺼내 읽고 나에게 위로 삼아 토닥여줄 수 있지 않은가. 무수히 많은 나를 만나고 함께 붙잡고 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 끝에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온전한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상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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