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슷해서 원망스럽다. - 이상한 나라의 아빠 [공연]

원망은 우리와 제일 가깝고 비슷한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글 입력 2024.02.1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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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를 닮았음을 걸음걸이에서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아빠와 내가 나란히 걸을 때 둘로 나눌 수 없는 똑같음을 느낀다고 자주 언급한다. 나는 나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지라 실감하고 있지 못했는데, 제3자의 시선으로 동영상으로 찍어준 엄마의 동영상을 들여다보자마자 한 번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3자의 시선에서는 정확함이 비친다.

 

하지만, 난 아빠와 내가 닮은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개별의 개인으로 존중받고 싶은 지나친 욕심 때문일까. 나는 누군가와 닮아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이라도 차이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당연히 아빠와의 관계뿐만이 아니더라도.

 

이번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는 누군가에게는 뻔한 스토리를 제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유사성으로 인한 불쾌함에 대한 현상을 나는 이번 뮤지컬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우선 먼저 내가 향유하고 온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아빠>의 시놉시스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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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동화작가 지망생 주영은 어린 시절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특별한 동화를 쓰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항상 가로막는다.


어느 날 아빠의 암 소식에 토끼굴에 빠진 것처럼 나락으로 추락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아빠가 있는 부산으로 간다. 아빠와 보내는 병원생활은 마치 이상한 나라처럼 느껴지고 토끼와 체셔고양이, 도도새가 나타나 주영에게 말을 건다.


암이 뇌로 전이되어 자신을 열아홉살로 착각하는 아빠와 함께 과거를 여행하며 주영이는 자신이 그동안 왜 동화를 쓸 수 없었는지도 알게되는데…

 

주영이는 자신만의 진짜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

 

동화작가 지망생 주영은 자신이 과거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동화를 쓰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극 중에서 그녀가 원하는 이상적인 그녀의 모습, 그리고 가족들 간의 모습도 분명히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아빠의 암소식 그 외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그녀의 꿈과 이상을 가로막자 그녀의 우선순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앨리스와 같이 행복하고, 환상 속에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 줄 알았겠지만, 현실은 더더욱 각박하다. 그녀는 현실의 앨리스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아 토끼를 따라갈 여유조차 없다.

 

그러다 우연히 실제로 동화 속에 나오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고 암에 걸려 자신을 열아홉 살로 착각하는 아빠와의 모험이 시작된다. 아빠와의 모험을 떠날수록 주영은 아빠에게 향했던 답답함이 사실은 자신을 향한 답답함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답답함은 아빠에게 상처가 되고, 현실에 대한 원망을 되려 아빠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

 

 

리플렛 삽입 사진5.JPG

 

 

주영은 이를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나는 왜 이렇게 사는 것일까,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주영처럼 우리도 이러한 질문들에 둘러싸여 24시간 혹은 그 이상을 살아간다. 늘 답에 배고픈 우리들은 이 질문들에 대해 원망하기 쉽고, 이 원망은 우리와 제일 가깝고 비슷한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나와 가장 비슷해서, 답답하고 미운 그 마음. 주영이 느꼈던 미묘한 설움은 나도 충분히 공감됐다.

 

그래서인지, 가족의 입장을 깊이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열아홉 살의 아빠를 마주했던 것처럼 아빠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가족들은 나의 가족이기 전에 한 개인이고, 나 또한 가족들의 구성원이자 나다. 원망의 대상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질타를 내뱉는 것은 옳지 않다. 탓이 아닌 개인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 나와 유사하고 똑같은 사람을 향할 때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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