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상의 반짝이는 별들에게, [사람]

글 입력 2024.02.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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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임을 동경했다.

 

까맣도록 어두운 하늘에 촘촘히 수놓은 밝은 별, 맑은 하늘과 햇살 아래 반짝이는 윤슬, 탁 트인 한강 뒤로 보이는 수많은 건물의 불빛들. 얼음이 녹아드는 유리잔을 타고 들어와 책에 닿는 무지갯빛의 조각. 어둡고 무성한 풀숲 사이 보이는 노란빛의 작은 반딧불이.

 

내가 보는 세상은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난히 빨갛고 주황색인 하늘이 저물어가는 23년 늦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세상의 빛이 현실 같지 않게 느껴졌고, 눈을 비볐지만 똑같았다.

 

마치 필름 카메라의 뷰파인더 속 세상이 현실에 옮겨져,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과학적인 현상으로 지금 이 순간이 이렇게 보이는 거겠지. 운이 좋게도 나는 한강의 한쪽 돌계단에 앉아있었다. 아주 기분 좋은 늦여름의 살랑이는 바람을 맞으며. 앞에선 누군가 노을이 황홀하게 녹아들고 있는 배경을 무대 삼아 기타와 함께 노래를 선물해 주었고,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대교를 한참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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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아날로그 빛은 빠르게 저물었고 그 자리에는 까만색 하늘이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내 시선이 대교에 머물렀을 때 세상이 밝아 보이지 않던 반짝이는 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 위에는 수많은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건물에는 밝은 조명이, 거리에는 은은한 가로등과 불이 켜진 가게의 간판들. 하늘이 깜깜해지자 지상의 별들이 어둠을 밝혔다. 이 빛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자세히 봐야 비로소 보인다. 삶에 투영되어 나오는 사람의 반짝임.

 

나는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을 해보기도 새벽 첫 차를 타고 퇴근해 보기도 했었다. 꽤 힘들었지만 같이 타고 가는 대중교통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또 출퇴근을 하는 나를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버스기사님도 계셨다. 그렇게 생각하니 안면 식도 없는 모두가 내 위로가 되어주었다. 새벽잠에 꾸벅이는 뒤통수와 묵묵히 새벽잠을 안고 운전을 하는 뒷모습으로, 부지런히 뜨는 아침의 태양에게 삶의 위안을 받았다.

 

지상의 빛은 꺼지지 않는다. 내가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 그때 비로소 내 세상의 빛은 꺼진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자고 있을 시간에도 세상은 사람으로 어두운 밤을 밝힌다. 장차 본인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지상의 별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가 빛나고 있음에도 가장 가까운 자신을 볼 수 없기에 그 빛을 판단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수많은 불빛 속에는 자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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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 되려고 한다. 무엇이든 되어야 자신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허용하는 틀의 강박으로 제 나이에 무언갈 해내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 빛나고 있음에도 스스로 그 빛을 꺼트린다.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한 인간이 큰 시대의 흐름에서 역행하여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냥 그렇게 시대가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지.

 

그냥 심심한 내 마음이 쓰인 글에서의 바람을 적어보자면, 사람들마다 만족과 행복의 척도는 다르니,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 시대는 타인의 삶을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고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비교 되도록 노출되어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누군가를 보면 자연스레 부러워지고, 누군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가졌다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마음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삶이 희(僖)로 비추어 질지라도 그 세상을 가까이서 보면 비(悲)도 함께 공존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타인과 비교하며 살아가지 않았으면 한다.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조금 더 편안하게, 자신이 가진 것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돌봤으면 좋겠다.

 

참으로 공평하지 못한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삶이 너무 힘들 수도 있다. 타인들은 다 행복하고 잘 사는 것 같은데 본인의 삶만 불행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생각들은 자신의 빛만 꺼트릴 뿐이지, 냉정하게 잘나가는 타인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의 빛을 더 어두운 심해 속으로 아주 깊게 잠기게 만들 뿐이다. 

 

타인의 보석같이 반짝이는 삶을 보고 똑같은 보석을 만들려 따라가기보다, 내가 가진 빛들로 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 있는 보석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타인을 보며 따라가다 보면 내 삶에서의 소중한 부분들과 귀한 시간 안에 녹아든 가치들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가치는 오로지 상대방의 것이기 때문에 따라 만들어도 그것은 모조품일 뿐이다. 그러니 자신이 가진 가치와 삶의 빛을 꺼내어 스스로의 색이 담긴 보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본인이 가진 것에 있어서 가장 좋을 대로 살라는 말이다. 누가 뭐라 하든 본인이 좋으면 된 것이니,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가 만족하느냐"만 생각하라는 말이다. 그게 자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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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떠한 삶을 살아도 모든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공평해진다. 어떤 선택을 해도 내가 했기 때문에 기뻐도 슬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란다. 

 

사회가 만든 틀 안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써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도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지상의 별들. 점점 꿈이 사라져 가는 이들의 청춘이 아쉽다. 그런 모든 청춘들을 응원한다. 그 청춘 안에 있는 필자 본인도. 세상은 여전히 자신의 빛을 찾는 여러 색의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지닌 빛의 가치를 동경한다.

 

 

[황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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