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집에 열리는 크고 작은 전시회 - 디어 컬렉션

글 입력 2024.01.30 19: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디어컬렉터_표1.jpg

 

 

나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따위에 해박하지 않다. 어느 건물의 건출 양식이 특이하다거나 정교하다고 해도 그렇구나, 할 뿐이지 그 아름다움이나 체계에 대해 통 이애하지를 못한다. 다만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서는 나름 감탄을 하는 편이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본 건물인데, 현대식 건물과 황토가 있는 가옥이 이어져 있는 집이었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집 주인이 직접 인테리어했다고 했나,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저 크고 넓고 깔끔한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던 나에게 그 집은 어느 신비로운 공간 같은 기분에 빠지게 했다.

 

<디어 컬렉터- 집과 예술, 소통하는 아트 컬렉션>은 집이라는 곳, 나아가서 어느 공간에 담기는 누군가의 예술 세계를 만나 보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공간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이유 때문일까, 책 전체에 다양한 사진이 가득 채워져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인테리어와 관련되어 있다기보다는 집에 전시되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인데, 그림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화들이 하나하나 감탄을 하게 만들곤 했다.


 

현대미술은 어렵다고들 한다. 피카소는 알겠는데 조지 콘도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피카소는 100년 동안 해석되고 정리되어왔으니까. "현대미술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 친구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벽에 걸린 그림이다. 커피 테이블 위의 조각이다. 현대미술은 '현재성nowness'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현재성은 지금 일어나고 있거나 시작된 일이다. 예민한 예술가들은 자신, 사회, 그리고 시대가 던진 현재의 질문에 답한다. 오히려 질문을 세상에 던질 때도 있다. 컬렉터는 그렇게 구현된 작품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내는 현대적 고고학자다. 자신만의 안목으로 작품들을 배치해 새로운 의미의 집을 짓는 건축가다. 그리고 작품과 떨어지면 분리불안이 생기고 마는 어린아이다.

 

 

나는 좋아하는 화가는 있지만, 집에 그림을 걸어 두는 편은 아니다. 그림을 구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라면 이유지만, 구해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의 공간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단지 색감과 분위기만 어우러지게 해 놓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진들이 종종 있었다.

 

주제 때문인지 마음이 가는 것이 있었는데 '고독은 나의 집(키어와 그레그)'이다.

 

 

"예술이란 인간 영혼의 물리적 실현이라고 생각해. 작품들이 내게 말을 걸 때면 인간의 영혼이 시간을 초월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느껴. 특히 집에 있는 작품들은 객관적으로도 가치가 있고 아름답지만, 작가들을 사적으로도 잘 알기 때문에 작품에서 또다른 감정이 느껴져. 그림이나 조각들은 그 사람의 일부이고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어. (...)"

 

 

K. 욜런드의 「보더 스톰」 속 한 여인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있는 치와와 사막의 황량한 땅에 붉은색 종이 땅의 경계를 나누고 있다. 종이 국경이라는 이 황당한 발상은 국경의 자의성, 인간의 소유 본능을 들여다보게 한다.

 

키어가 20년 전에 살았던 캐나다 몬트리올의 낡은 아파트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은 「몬트리올 아파트」가 부엌 싱크대 맞은편에 걸려 있다.

 

 

코로나 시대 때 다수가 동시적으로 겪었고, 모든 사람은 때때로 각자만의 고독이나 우울에 빠지곤 한다.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해소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럴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그림을 통해 그 답을 찾은 듯하다. 작품 자체에서 오는 감정도 있지만, 그림을 그린 작가가 사적으로도 잘 아는 인물이기에 그들과 함께 있는 듯하다고 하지 않는가. 예술적인 것이 공존하는 공간은 비단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감사자로 하여금 어떤 의미가 되어 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예술가들은 이미 고독에 뿌리를 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고독이야말로 모든 예술가들의 변치 않는 '집'이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집에 두는 건, 그 고독을 연민하고 연대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키어 부부는 중첩된 고독이라는 집 안에서 살고 있다.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되는 문구다. 우울이나 고독에서 소재를 찾고, 그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을 본 적이 많다. 누군가를 위로하려 하면서 자신 또한 위로받고, 또 다른 이의 작품으로 나도 위로받고.......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안아주며 사는 세상 같아서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외에도 여러 작가들과 (책을 쓴) 김지은 작가 주변 인물들로 하여금 집을 어떻게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승화시켜 놓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책이 두꺼워서 놀랄 수 있는데, 대부분이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 읽는 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집에 그림을 건다면 나는 어떤 작품을 걸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박수근 작가의 그림이 걸고 싶어졌다. 어떤 시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향수와 한편으로는 애잔함이 일기도 하는 그 작품들을 인상적으로 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그 취향은 입는 옷이나 읽는 책, 듣는 음악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리라 생각한다. 그림이나 집을 꾸미는 데도 하나하나의 취향이 많이 담길 텐데, 그걸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 흥미로웠다. 집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