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에 끼어든 철학, 철학에 끼어든 일상 -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

글 입력 2024.01.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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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철학은 어렵다. 인간과 세계, 삶에 대한 근본 원리와 본질을 탐구하는 사유의 학문이라니. 말로 길게 풀어놓고 보아도 역시 모르겠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표1]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jpg


 

그래서 『나를 채우는 일상 철학』을 펼쳤다. 이 책과 함께라면 철학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걸 시작으로 철학과 친해지고 싶다, 라는 희망사항을 품고서.

 

책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법 ▼관계에서 중심을 잡는 법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법 크게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고, 40가지의 철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철학은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가질 법한 고민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네 가지 챕터 중에서도 나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가장 인상 깊었다. 사회 초년생인 내가 요즘 특히나 많이 하는 생각들이 그 안에 모여 있었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철학이 우리 삶에, 내 삶에 이토록 맞닿아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그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에 와닿은 철학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빈틈없이 완벽할 수 있을까?



 

임마누엘 칸트_

 

“인간을 구성하는 굽은 나무로 완전히 곧은 것은 결코 만들 수 없다”


 

무엇이든지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욕심이라고 표현할 만큼 뭐든 완벽하게 해내는 게 어렵다는 것을,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랬다.


내가 쓴 글은 완벽해야 한다. 내가 정리한 데이터는 완벽해야 한다. 하물며 내가 보내는 비즈니스 이메일 본문까지도 완벽해야만 한다. 글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인 완벽함은 있을 수 없는데도 그러한 이상한 욕심과 고집에 시달렸다.


완벽함을 추구하려면 신중함과 정확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신중함과 정확성이 언제나 최우선 순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다. 때로는 유추하여 나온 추론과 신속성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너무 신중하다 보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보다 속도감있게 처리하며 고쳐가야 할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에서도 완벽함이 능사가 아니듯, 사람도 뭐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사람이 완벽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그 어떤 결함도 없이 온전히 완벽할 수는 없지 않을까. 칸트의 말처럼 인간은 이성과 고귀한 지성만큼이나 정념과 그릇된 본능 또한 지닌 생물이라, 인간이 하는 일은 어딘가 허술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라는 '육각형 인간'에 가까워지려고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집안, 직업, 외모, 성격, 학력, 자산 모든 면에서 뛰어난, 말 그대로 보편적인 완벽한 인간이 되지 않아도, 나만의 기준에서 '나다운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의 지름길이 아닐까.

 

여기저기 조금씩 빈틈이 있더라도, 약간의 허술함이 있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완벽함과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실수하면 모든 게 끝일까?



 

선불교_

 

긴쓰기, 깨어짐 속의 희망

 

 

과거에는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실수하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이번 생이 처음이기에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다. 특히 처음 발을 내딛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입사원에게 허니문 기간을 암묵적으로 적용해주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에는 잘 못하고 서툴더라도 쉽게 이해해주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한 것'이 아니라, 그 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이다.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어떤 면에서 깨어진 피조물이다. 다만 그 깨어진 조각들을 어떤 마음으로 이어붙이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바뀔 모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너무나도 달라진다.


그러니 나도 어떤 일에 있어서 깨어질 때마다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피하지 않고, 정성스럽게 잘 이어붙여야겠다. 때로는 깨어졌더라도 잘 이어붙였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고 오랜 시간 동안 단단하게 유지되기도 하니까.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_

 

“삶의 단편을 두고 눈물지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삶 전체가 눈물을 부르거늘”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모든 일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행하는 모든 일마다 기대라는 풍선을 너무 많이 불어넣으면, 그것이 터졌을 때 생기는 실망감은 때로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거대하다.

 

삶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그 무게와 크기를 경험하는 때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면 좋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학교와 회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회사 프로젝트나 승진에서 미끄러지고, 단단하다고 생각했던 사랑과 우정도 때로는 별 것 아닌 일로 깨어진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고,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수 김광석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는 매번 실패하며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실패할 때마다 너무 크게 낙담하며 실망하기 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담담히 받아들이고 세네카처럼 음울한 유머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 우울하면서도 씁쓸한 유머가 결국은 더 큰 좌절과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글을 많이 읽다보면 글에 대한 나만의 취향이 생긴다. 그러다 어느새 나만의 글을 지어가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철학도 많이 접하다 보면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와닿는 철학이 생기고, 또 더 나아가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철학이 인생에서 우리가 수없이 맞이하는 다양한 고민들에 명확한 정답지를 제공해주지는 않더라도, 아주 훌륭한 시작점이 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작점.

 

 

 

컬쳐리스트.임정화.jpg

 

 

[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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