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끝없이 충격을 받는 눈 - 전시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빅토르 바자렐리가 선사하는 시각적 충격
글 입력 2024.01.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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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분야에서 새로운 장르, 하나의 사조를 창조한 예술가들을 존경한다. 새로운 사조는 기존에 보지 못한 흐름, 형식, 질서, 규칙을 발견하고 정제하는 과정을 통해 탄생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는 옵아트의 선구자이다. 20세기 추상미술의 한 장르인 '옵아트(Op Art)'를 대표하는 화가이면서 옵아트라는 미술 사조를 탄생시킨 예술가다. 1965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빅토르 바자렐리의 전시 <반응하는 눈>을 계기로 <타임>지 기자가 해당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옵티컬아트의 줄임말인 ‘옵아트’로 명명하며 역사가 시작되었다. 빅토르 바자렐리는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고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시각적인 마법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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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반응하는 눈>은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이래 33년 만에 다시 열리는 빅토르 바자렐리 전시다. 빅토르 바자렐리의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걸작들과 그의 예술 철학을 시기별로 상세하게 정리한 설명까지, 올해 첫 전시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빅토르 바자렐리 전시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시각적 충격'이다. 압도적인 작품 크기에 형형색색, 규칙이 있으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없는 질서 속의 무질서, 평면에 표현되었지만 입체적인 옵아트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거지?"라는 감탄과 함께 직관적인 예술적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옵아트(Op Art) : 기하학적 추상 미술

 

빅토르 바자렐리가 창조해 낸 옵아트는 무엇일까? 옵아트는 독일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전통과 러시아 구조주의라는 두 개의 미술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탄생한 현대미술 사조 중 하나로, 옵티컬아트(Opticlal Art)의 줄임말이다. 기하하적 추상의 일종을 뜻한다.


1950년대 초기 선만으로 화면에 입체감을 부여하던 바자렐리는 흑백의 사각형을 활용하여 지금의 옵아트를 ‘발명’한다. “사각형을 약간 회전시켜 마름모를 만들어 새로운 환상적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옵아트의 개념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포맷변환][크기변환]Victor Vasarely, 1957, Vega, Vasarely Museum, Budapest.jpg

Victor Vasarely, 1957, Vega, Silkscreen print, paper

 

 

옵아트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기하학적 형태와 단순하면서 미묘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색채 관계, 광학, 원근법 등을 활용하여 착시를 일으키는 과학적 예술 기법이다. 원근법 상의 착시나 색채를 통해 긴장상태를 유발해 입체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당시에는 컴퓨터가 일반화되기도 전이었기에 철저한 수학적 계산과 광학 이론을 기반으로 작업이 진행이 되었다. 도형의 배치, 크기, 색상, 원근법과 각도 등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계산해 평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하학적이고 입체적인 공간을 탄생시켰다. 얼마나 치밀하게 계산하고 배열했는지, 작품을 ‘설계’했다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모두 다 손으로 작업했다는 것을 알면 경악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바자렐리는 어디에나 있다(Vasarely is Everywhere). 빅토르 바자렐리의 영향력을 요약한 문장이다. 빅토르 바자렐리의 혁신적인 예술 기법은 과학과 예술의 조화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 탄생했고 많은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주며 지금까지도 예술뿐만 아니라 패션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테크노, 맥스 쿠퍼(Max Cooper)

 

만약 빅토르 바자렐리의 전시를 보러 갈 계획이 있다면 ‘맥스 쿠퍼(Max Cooper)’의 음악을 들으면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그의 옵아트 작품들을 보면서 테크노 장르, 그중에서 가장 예술적인 형태의 테크노를 작곡하는 ‘맥스 쿠퍼’의 음악을 형상화한다면 옵아트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하지만 이번 전시는 작품을 탐구하는 방식보다는 직관적 느낌을 살펴보는 방향으로 관람을 했다. 전시 초반부에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를 반복재생하면서 관람했다. 중반부부터 화려한 옵아트 작품들이 나오면서 갑자기 머릿속에 ‘테크노를 시각화하면 옵아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 맥스 쿠퍼의 음악들이 떠올랐고 그의 대표곡인 'Repitition'을 재생시켰다. 맥스 쿠퍼의 구조적이면서 변칙적인 음악과 도형의 반복과 강렬한 색채를 뽐내는 기하학적인 옵아트 작품들이 어우러지면서 예상치 못한 입체적인 관람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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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바자렐리의 작품들은 색채의 대비, 빛과 음영에 대한 끝없는 연구를 통해 탄생한 산물이다. 작품 속 요소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본적인 점, 선, 면만 보이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약간씩 비틀고 변화를 주고 배치를 해 하나의 입체적인 공간을 형상화한다.


나는 이 점에서 맥스 쿠퍼의 음악과 옵아트가 유사하다고 생각을 했다. 옵아트가 비슷한 도형들이 반복되며 규칙과 질서를 생성하는 과정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공간을 탄생시키고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전달한다. 맥스쿠퍼의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그의 대표곡인 ‘Repetition’ 이 유사하다고 본다. 'Repetition'은 간결하게 반복되는 소리들로 5분 동안 꽉 채워져 있다.

 

단순히 동일한 음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같은 음이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약간씩 변화를 주고 배치를 하며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한다. 맥스 쿠퍼의 트랙 중 제일 좋아하는 트랙이지만 구체적으로 왜 이 트랙이 좋은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계속 동일한 패턴이 5분 동안 반복이 되는데 이게 왜 좋은 거지?" 근데 이번 전시를 통해 'Repetition'에 숨겨진 미학을 이해하게 되었다.

 

 

[포맷변환][크기변환]Victor Vasarely, 1964-1974, Marsan-2, Vasarely Museum, Budapest.jpg

Victor Vasarely, 1964-1974, Marsan-2, Acrylic on canvas

 

 

전시를 통해 떠오른 옵아트와 테크노와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추후에 좀 더 깊게 서술한 칼럼을 기획해보려고 한다. 'Repetition'과 함께 'Order of Chaos', 'In Threes'를 들으면서 관람을 했더니 색다른 미학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 Marsan-2 >를 'In Threes'를 들으면서 관람했는데 악기들이 추가되면서 빌드업을 해나가는 과정이 해당 작품 속 끝없이 분열하는 도형들의 배치와 맞물리는 경험을 했다. 만약 내가 해당 전시 기획에 참여를 했다면 조심스럽게 맥스 쿠퍼의 음원과 함께 들으라는 문구를 적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단순한 형태와 색과 도형들을 단순하지 않게, 정교한 패턴으로 착시를 일으키는, 우주를 담아내고자 끊임없이 자연 속 규칙과 질서에 대한 탐구.

 

<반응하는 눈>이라는 전시의 제목이 단번에 이해가 되는 화려하고 강렬함으로 가득 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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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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