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학과 예술의 경계,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

눈이 즐거웠던 옵아트 전시
글 입력 2024.01.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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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1).jpg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33년 만에 빅토르 바자렐리가 한국에 찾아왔다. 헝가리 국립 부다페스트 뮤지엄과 바자렐리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바자렐리의 작품 140점이 출품되어 국내 최초로 그의 전생애를 볼 수 있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의학 전공자에서 그래픽 광고 디자이너, 상업 광고 디자이너, 그리고 수많은 시도 끝에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며 옵아트의 창시자가 되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바자렐리의 작품세계와 인생을 이해해 볼 수 있다.

 

 

 

빅토르 바자렐리


 

헝가리 태생의 빅토르 바자렐리, 본래 그의 전공은 의학이었으나 데생과 드로잉을 배우고는 '뮤힐리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다. 이곳에서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 추상 예술을 접한다.

 

파리로 이주한 바자렐리는 그래픽 디자이너, 상업 광고 디자이너로 성공한다. 그는 상업예술가에 그치지 않고 순수예술을 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게 된다. '잘못된 길'이라 자칭했던 시기엔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고 추상적 화풍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했다. 그래픽 아티스트에서 순수 미술가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던 시기다.  많은 실험적 시도 끝에 바라렐리는 결국 그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낸다.

 

빅토르 바자렐리는 옵아트의 창시자라 불린다. 옵티컬 아트는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 원근법 등으로 착시를 일으켜 환상을 보이게 하는 과학적 예술이다. 감성, 정서보단 순수한 시각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바자렐리의 옵아트는 엄격한 구상, 도형의 반복, 다양한 색의 활용으로 신비로운 착란을 만들어낸다. 

 

 

 

초기 작품



프랑스로 이주하여 예술 활동을 이어갔던 바자렐리는 헝가리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했다. 헝가리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그린 이 그림은 기하학적인 형상에 헝가리적 표현을 곁들였다.

 

눈코입이 그려지지 않은 여성은 기하학적 패턴으로 그려진 드레스를 입고 있다. 소녀의 머리에 있는 화관은 헝가리 전통 결혼식에서 신부들이 쓰는 꽃장식이다. 작가는 헝가리의 전통과 자신의 출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옵아트의 기하학적 구조를 보여주었다. 

 

 


순수 예술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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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은 부다페스트 바자렐리 미술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바자렐리는 그래픽 시대라 불리는 기간 동안 선과 빛, 그림자의 상호작용들에 집중하고 자신만의 미적 이론을 착실히 쌓아간다.

 

<얼룩말>에서는  흑과 백의 교차된 선만으로 두 마리의 얼룩말의 모습이 생생히 전해진다. 윤곽선이나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얼룩말의 형체가 생생히 보이고 두 생물의 생동감까지도 느껴졌다. 바자렐리의 빛의 연구가 빛을 발하는 작품 같았다.

 

바자렐리는 이 시기 광학 효과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색채의 대비, 빛과 음영의 관계, 물성의 표현력, 움직임에 대한 연구를 하며 이를 그림에 표현한다. 화풍이 이전 시기와는 확연히 달라지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바자렐리를 볼 수 있다. 이때는 훗날 광학예술의 토대가 되어주는 시기다.

 

 

 

옵아트의 시작


 

Victor Vasarely, 1957, Vega, Vasarely Museum, Budapest.jpg

 

 

움직임에 대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키네티아트는 흑백대비와 이진법의 사용으로 탄생했다. 흑백의 차이를 사용하는 것은 가장 큰 색상의 대비, 생동감, 착시 효과가 컸다. 이를 활용한 키네틱 아트는 '흑백의 대비'를 작품의 주요 주제로 표현했다.

 

"사각형을 약간 회전시켜 마름모를 만들어 새로운 환상적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바자렐리가 옵아트의 저명한 창시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주의 구조


 

"내가 플라스틱 유닛이라고 부르는 나의 조형 언어인 원, 사각형, 여러 가지 색의 마름모는 궁극적으로 별, 원자 세포, 분자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래알, 자각, 나뭇잎, 꽃을 상징할 수도 있다"

 

바자렐리는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원소의 세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망막을 자극하고 관람객의 감각적 경험을 위해 그림의 구조는 점점 복잡해졌다. 2차원도형은 자극 효과를 극대화했는데, 바자렐리는 이를 '팽창하는 우주' 그리고 '은하들의 밀집과 무의미한 탈출'이라 묘사했다.

 

 

Victor Vasarely, 1979, Stri-oet, Vasarely Museum, Budapest.jpg

 

 

"흑백의 선명한 대비 리듬감 있는 네트워크와 순열 구조의 깜박임. 내 작품의 조형적 현상은 더 이상 우리를 감탄이나 달콤한 우울에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도록 자극하고 거친 쾌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바자렐리는 눈의 망막에 도달하는 강한 자극은 사람의 시각뿐만 아니라 의식도 결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순수한 색상 220가지 색조만을 자신의 작품에 사용했다. 형태와 색상만이 작품의 디테일을 구성한다. 색상의 변화는 형태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깨닫고 작품 속에서 구현했다.

 

젊은 시절부터 작가는 현대과학, 물리학, 수학, 심리학을 연구하고 자신의 색채이론에 활용했다. 유클리드의 기하학 규칙, 케플러의 큐브 법칙, 무아레 효과, 게슈탈트 심리학의 기본 이론, 헤르만 격자 착시 현상 등을 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학적 이론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작품들이었기에 우리에게 더욱 큰 영향과 감각적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었다.

 

그의 분석적이고 과학적인 작품 전개방식은 작품을 관람객으로 하여금 더 큰 시각적 충격과 새로운 느낌을 받게 만든다. 그의 그림을 계속 보고 있자니 실제로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평평한 캔버스임에도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듯한 시각적 자극과 색상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느껴졌다.

 

. . .

 

눈의 즐거움이 가득한 전시였다.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된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각적 경험은 짜릿했고 환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긴 설명이 필요 없이 그저 바라보면 느껴지는 전시였다.

기존의  새로운 형식의, 새로운 감상을 느끼게 하는 신선한 그림이었다. 


빅토르 바자렐리는 예술의 틀을 깨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예술은 일부 계층만이 향유해야 한다"라는 관념을 벗어나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옵아트를 생산하고, 과학과 예술을 본격적으로 융합했다. 그의 신선한 행보는 영감을 주고 예술의 순기능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하는 전시 <빅토르 바자렐리: 반응하는 눈>에서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시선의 확장을 느끼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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