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다 [문화 전반]

'글월'의 펜팔서비스
글 입력 2023.12.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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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많은 사람들은 한 해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손편지를 주고받곤 한다.

 

한 해동안 고마웠던 순간들을 편지를 통해 그려보기도,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손편지는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향수를 느끼게 만든다.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면서 한층 긴밀해진다.


도착지 없는 손편지를 써본 적이 있을까?

 

받는 이가 누구인지, 어디로 보내지는지 모르는 비밀 펜팔 같은 편지는 나의 긴밀한 이야기를 담기 더 편할 것이다. 가령 우리가 택시 기사님, 카페 사장님처럼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에게 더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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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다 못해 나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편지지이다.


‘모르는 이와 주고받는 한 통의 편지’ 성수동 [글월 letter room]의 펜팔 서비스.

  

글월의 펜팔서비스는 모르는 이와 한 통의 편지를 교환하는 시그니처 레터 서비스인데,  펜팔키트를 구매하여 편지를 작성한다. 무명의 누군가에게 상담, 일기, 응원, 비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특히 편지의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열어두었다는 점이 편지의 가치를 높여준다. 자유롭게 편지를 쓰고 나면, 이제 내가 편지를 고를 차례이다. 내가 전달한 편지가 접수되면 운명의 편지를 골라야 할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편지 봉투에는 여러 가지 형용사들 중에서 편지 발신자가 선택한 몇 가지의 단서가 있는데, 내가 끌리고, 읽어보고 싶은 편지를 그중에서 고르는 것이다. 익명성은 유지하지만, 편지를 쓴 자신을 드러내는 글월만의 독특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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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에 적인 형용사, 표식, 글씨체 등의 단서만으로 상대방의 편지를 고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작은 단서일지 몰라도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오히려 나이, 성별을 모른다는 것이 편지를 읽는 내내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나에 대한 어떠한 소개도, 대화도 없는 상태에서 나의 이야기를 적는다는 것. 익명의 누군가에게 비밀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특별하다. 서로에 대해 기대와 의무로 기념일마다  편지를 쓰는 행위가 아닌 ‘진짜 편지’의 맛을 느끼게 된다.

 

언젠가부터 편지 쓰기의 행위는 깊은 관계에서만 이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군가를 위해 펜을 잡고, 편지지를 사서 어떠한 이모티콘 없이 글로 마음을 전달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편지를 주게 되면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고, 주는 사람도 다소 머쓱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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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월의 온라인 펜팔서비스는 우편함을 뒤적거리며 설렘을 느끼고, 다소 번거롭지만 뭉클한 감정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익명의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도 있다.


글월의 펜팔서비스를 통해 펜을 잡으며 글을 써내려 갈 때, 그 순간에는 나와 익명의 누군가에게 온전히 솔직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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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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