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새로운 취미 없음

별거 아니어도 좋으니 새로운 취미가 필요하다
글 입력 2023.12.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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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친구와 무료하다는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나눴다. 팬데믹으로 생활에 제약이 있었을 때는 활동 구역도 범위도 시간도 작게 썼고 몸도 그런 생활에 맞춰졌는데 다시 자유롭게 지내려니 뭔가 허전했다. 이렇게까지 무료한 적이 없었는데, 예전에는 시간을 어떻게 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빈 시간이 종종 생기곤 했다.


무료함을 떨치지 못하고 그저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외국어 공부용으로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새로 생긴 취미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코로나라서, 코로나였으니까 하는 말과 함께 누구는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고 누구는 캠핑을 시작했다고 했다. 장비를 알아보고 모으고 준비해서 떠난다. 극도의 인도어 성향인 나로서는 앞으로 낚시든 캠핑이든 거의 할 일이 없어 흘려들었는데 어느 날 다시 떠올랐다. '최근에 생긴 취미'라는 말이.


10대와 20대를 나눠서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그때만의 취미가 있었다. 세상에 새로운 게 많았고, 눈에 보이는 것 그 자체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새로운 시작이 아닌 연장선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서 새로워질 생각을 못 했던 걸까. 취미마저 이어져 온 취향에서 주워다 쓰고 있었다.

 

연말이 되면 그해에 기억에 남았던 것들을 정리한다. 작년부터는 '연말 챌린지'라고 1일부터 31일까지 하나씩 쓰는 걸 하고 있는데 작년까지는 그냥 넘어갔던 '올해의 취미'가 올해는 다르게 보였다. 아직 모르는 세상이 있고, 알아도 안 해본 일이 수두룩한데 너무 몸을 사리면서 지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취미는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새로운 곳에 눈을 돌리지 못했다. 취향과 취미 사이의 어떤 게 눈에 띄면 잠시 간을 보고 돌아 나오는 것만 몇 번 반복했었다. 취미에 깊이가 생겨 심화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아직 그렇게까지는 해보지 않았다. 취미는 언제부터 그렇게 고정되었고 그게 당연해졌다.


새로운 취미 없음, 하던 대로만 살고 있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 나는 자각하지 못하지만 남이 봤을 때 취미처럼 보이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취미라고 하면 조금이라도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한국 사람의 마인드를 탈피하지 못한 것 같아서 더 고민했는데 관대하게 생각해도 역시나 없었다.


그래서 내년 목표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취미 만들기가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실 장기 프로젝트로 10대/20대/30대를 나눠봤을 때 대표적인 취미라고 할 만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다. 새롭게 뭔가를 깔짝이는 걸 넘어서 '30대의 취미 만들기'가 목표고 내년은 아마 그 기반을 다지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덕질을 하면 일상을 많이 저당 잡히는 편인데 쉼 없이 덕질을 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취미가 덕질인데 누군가에게 말하기 쉽지 않으니 대외용 취미도 필요해졌다. 퇴근하고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 드라마는 완결이 나야 몰아보는 사람처럼 꾸준히 본인만의 패턴을 가지고 하는 일상적인 어떤 것. 일주일에 몇 번씩 밖에 나가 산책하는 시간이 모아보면 두 자릿수가 되는 일은 내 일상에 찾아오지 않겠다마는 어쨌든 단순하지만 성실한 느낌이 드는 그런 것. 그게 필요하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말에 내년 이맘때는 평소와 다른 대답을 하고 싶다. ‘어떤 거에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고 있어요,“, ”최근에 뭘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같은 별 거 아닌 이야기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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