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단순한 삶과 사랑의 영화 - 사랑은 낙엽을 타고 [영화]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리뷰
글 입력 2023.12.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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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포스터-2.jpg

 

 

사랑은 원래 단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두 사람이 바에서 우연히 만난다. 빨간 셔츠와 파란 외투를 즐겨 입는 여자와 무채색 옷을 입는 남자. 서로 알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첫 만남이 으레 그렇듯 제 감정을 알아챌 새도 없이 헤어지지만, 일상을 살면서 그 사람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한 사람이 먼저 손을 내민다. 다시 만난다. “이제 뭐 할까요” 묻는다.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번호를 교환한다. 서로의 집에 초대한다. 가까워진다. 서로의 싫은 점을 발견하고 싸운다. 헤어진다. 하지만 다시 만난다.”


여기에 어떤 디테일을 덧붙이냐에 따라 뻔한 사랑 이야기는 다채로워진다. 작품에서 사랑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작가가 사랑과 삶을, 세상을 보는 방식, 그리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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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분위기.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정색이다. 사랑을 말할 때도, 우울할 때도, 유머스러울때도. 삶의 다양한 폭력에 지친 인물의 고독과 고통은 배우의 무미건조하나 이유를 알 것 같은 표정들 앞에서 한 번 걸러져 아주 당연한 것이 된다. “우리 모두 삶이 그렇다는 걸 알고 있잖아"라고 말하는 듯.


우스꽝스러운 감정이나 헛웃음을 자아내는 지경까지만 도달하며 그 이상의 주제로 발전하지 않는 인물들의 대화는 그러므로 피상적인 층위에만 머무른다. 매일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이들의 생각과 말이 그렇듯, 혹은 이제는 그런 것만을 원한다는 듯이.

 

시덥잖은 얘기만 하다가 비로소 말을 꺼내려다 멈춘, 미처 발화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영화에서 노래가 대신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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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금방 공허해지기를 반복하는 흐름 속에서 그러나 마음이 꽤 안도하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삶과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겪어 봤다면, 알고 있으니 이 정도의 온도로 머물길 선택하는 인물들에 공감하기 어렵지 않았다.


한 화면에서 빨강, 파랑, 노랑, 초록색이 반복해 배치된 의도도 비슷할까. 영화는 사랑과 삶과 사람과 관계를 딱히 고상하게 만들지도, 그것에 낭만을 입히지도 않는다. 섞이지 않고 희석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색깔들, 원색처럼. 단지 슬픔의 우물만을 제거하였을 뿐, 이것 마저도 그저 지나간 단계에 불과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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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도 그저 ‘낙엽(fallen leaves)’이다.

 

한국에서 개봉한 제목도 그대로였으면 어땠을까? 어쩌면 관객은 낙엽과 사랑과 삶을 같은 중요도로 여겼을 수도 있다.

 

낙엽처럼, 삶에 그저 있는 걸 그린 영화라고 느꼈다. 세상에 당연한 것처럼 존재하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 같은 거대한 폭력이나 사회적 폭력,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사는 개인들, 연약하나 바라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

 

삶의 명암이 당연한 것처럼 존재하니까 묻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아주 묻는 것에는 초점을 두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로 느껴졌다. 우리가 일상에서 정말로 전쟁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지 않은지, 그렇게만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이 영화가 아주 편안했다.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지는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적당한 온도의 속이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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