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성과 본능, 사랑의 차이 - 340일간의 유예 [만화]

글 입력 2023.12.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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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모두 버릴 정도로 이성적이지 못하게 되는 모습과 그들이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의 교류를 가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많은 생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평생 이성적으로 살아오던 사람이 무너지기도 하고, 도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함에도 선을 넘어버리게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난제를 우리는 아직 풀지 못한 상태이다. 나 또한 이러한 난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선호하기에 같은 ‘사랑’이란 주제를 다루더라도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보다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야기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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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340일간의 유예>도 조금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읽은 시기는 대략 7년 전으로 상당히 옛날에 본 작품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이 작품을 상당히 아끼는 편인데,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내 선호를 충분히 만족시키면서, 난제를 던져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에 새롭게 개장판이 나왔다니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종족’이라는 이름이 주는 제약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사람에게 ‘종족’이라는 특성을 부여했다. 세계관에 다양한 종족이 등장하지만, 주로 나타나는 종족은 리스와 셧, 디스트로이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리스는 아무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종이다.

 

셧은 여자주인공인 린의 종족으로 평생 단 한 명의 사람만 사랑하는, 마치 사랑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듯한 종족이다. 이들은 일생 자신의 짝을 찾아다니며, 만약 짝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삶을 끝내는 등 비극적인 인종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종 자체가 외모적인 면모와 성격으로 만인에게 사랑받는 종족이기에, 만인의 사랑을 받지만 단 하나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죽는다니 아이러니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디스트로이는 이와 대척점에 있는 존재로 만인에게 두려움을 사는 존재이다. 남자주인공인 도성이 속한 종족으로 선천적으로 전두엽 일부가 손상되어 태어나기에 자신의 욕망 위주로 행동하는 충동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또한, 이들은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타고난 두뇌를 가지고 있기에, 힘은 있으나 제약이 약해 사람들에게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관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단순하게 진행될 수 있던 부분에 운명과 필연성을 부여하고, 인물들에게 간절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부분이 다채롭게 변한다면 독자 또한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독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운명 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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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도성이 자신의 짝임을 알아본 린이 도성을 향해 구애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과거와 종족의 특성, 외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사건이 함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린은 거리에서 처음 도성을 발견하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서 전학을 오지만, 도성은 매정하게 그녀를 거부한다. 그는 대외적으로 리스임을 위장하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저 디스트로이기 때문에 그녀를 거부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고 마침내 제목인 <340일간의 유예>가 무슨 뜻인지 밝혀지면서 작품은 마무리된다.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작가가 ‘사랑’이란 주제를 정말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것이었다. 린은 ‘운명’으로 도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운명’인 종족 특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특히, 이런 부분에 있어서 도성의 고뇌가 정말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는데, 디스트로이는 선천적인 특성으로 인간에 대한 살육을 즐기는 편인데, 상대를 사랑하기에 아이러니하게 죽이고 싶어 한다.

 

사랑에는 흔히 고난이 따른다고들 한다. 인간관계에 따른 고난일 수도, 외부적인 압력에 의한 고난일 수도 있다. 여기서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선천적인 부분을 고난으로 가져왔다.

 

과연,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똑같이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존을 선택할 것인가, 아님, 모든 것을 걸고 사랑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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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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