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군지 알 수 없기에 더욱 진심으로 쓰인 바다로부터의 이야기 [전시]

바다에서 온 편지 - 당신이 누군가를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이 있듯이, 당신에게도 '누군가(바다)'가 있다.
글 입력 2023.12.14 12: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31214_184517213.jpg

 

 

 

전북대학교 융합학부 예술융합창작 주관 공개 전시 - 바다에서 온 편지

(기획, 디자인, 전시 도슨트 참여)


 

당신이 누군가를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이 있듯이, 당신에게도 '누군가(바다)'가 있다.

 

이 전시는 바다가 지닌 상징성을 통해 우리의 감정, 경험, 그리고 연결에 집중한다. '바다에서 온 편지'는 바다라는 불특정 형체로부터 우리에게 닿는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바다는 관람객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할 것이며, 이 전시는 누군지 알 수 없기에 더욱 진심으로 쓰인 바다로부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KakaoTalk_20231214_182612874_01.jpg

 

 

바다에서 밀려오는 유리병 편지는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불특정 다수와 연결되며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한다. 당신은 당신의 감정을 편지에 담아 바다에 전하고, 파도는 그 편지를 더 넓은 감정의 바다로 확장한다.

 


전시포스처처어어.png

 

 

관람객들은 후회, 동경, 끝, 운명, 영원의 다섯 가지 단어 중 하나를 선택해 외부와 단절된, 바다와 나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는 바다의 향기가 물씬 나는 디퓨저와 고요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 영상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다.

 

 

KakaoTalk_20231214_182612874_03.jpg

 

KakaoTalk_20231214_182612874_08.jpg

 

KakaoTalk_20231214_182612874_04.jpg

 

 

우리는 관람객들의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전에 아카이빙 될 수 있다고 공지함) 그들이 우리의 전시를 통해 단절된 세상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감정을 어루만질 수 있었기를 바란다.

 

아래의 편지는 내가 누군가에게 쓴 편지이다. 이 편지 자체가 나에게 전시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

 

시간의 장점은 흐른다는 것, 단점도 흐른다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끝없이 무한한 우주, 크고 둥근 지구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가끔은 내가 이 크고 무한한, 광활한 우주 속에서 고작 100년 언저리(어쩌면 더 적을 수도 있겠죠) 잠시 살다가는,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치열하게, 그럼에도 나태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모든 것에 유효기간이 있듯, 우리의 삶과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사랑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 씰이라든지, 아직 쌀쌀할 때 보러 가는 벚꽃이라든지. 굳이 굳이 그때만 할 수 있는 것에 더 시선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인생의, 하루의, 어떤 지점에서, 어떤 시점에서 이 편지를 받아보실지 모르겠지만 바쁘고 이기적인 세상에서 잠시 사유하는 편지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편지를 쓰는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자주 듣는 노래를 하나 추천해 드릴게요! ‘DREAM LIKE ME - 노광중 & 검정치마’ 꼭 들어보세요


안녕


2023년 12월 11일

오전 9시 37분

 

*


나는 이 전시를 통해 타인에게 받는 위로가 주는 힘을 말하고자 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받는 위로가 가장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단절된 우리는 타인과의 접촉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우리는 코로나 시대보다 더욱 연대와 존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단절된 사회를 극복하려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각자의 이야기로 위로를 건네는 장을 만든 것이다.

 

전시를 참여한 관람객들도 나와 같은 마음을 느꼈기를 간절히 바라고,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역시 단절된 사회에서 연대와 존중에 대해 생각하며 타인과 주고받는 위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민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