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와 타인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 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서로가 서로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글 입력 2023.12.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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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컴프롬어웨이’가 한국 초연을 올렸다.

 

컴프롬어웨이는 브로드웨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등 다수의 수상을 통해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공연이다.


앙상블 배우들이 따로 있는 대부분의 공연과 다르게 12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맡으며 주.조연, 앙상블의 구분 없이 한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며 공연한다는 것이 컴프롬어웨이의 특별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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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프롬어웨이는 9.11테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9.11테러로 인해 미국으로 향하던 38대의 비행기가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로 불시착하게 된다. 예고도 없이 갠더의 인구수에 맞먹는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게 된 갠더 주민들은 당황하지만, 모두가 나서서 승객들을 진심으로 돕는다.


갠더 주민들은 ‘도와달라고 하면 뭐든 도와주는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갠더의 모든 공공건물을 보호소로 전환하여 승객들을 위한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먹을 것을 내어준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 씻게 해주며, 승객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버스 파업조차 중단한다.


그렇게 국적도, 언어도 모든 게 다른 이들은 갠더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며 작은 마을에서 큰 기적을 만들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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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프롬어웨이는 9.11테러의 참혹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참사를 마주한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위로받는 ‘사람 간의 연대’를 보여준다.

 

12명의 배우는 무대 위에서 함께 눈을 맞추고 화음을 쌓아가며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들 속에서 피어나는 인류애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그래서 비극적인 참사를 다룬 작품이지만 극의 분위기는 대체로 밝고, 따뜻하고 뭉클하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조건 없는 친절과 다정을 베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정도로 갠더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은 마치 비현실적인 동화 속 이야기 같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더욱 완벽한 이유는 컴프롬어웨이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아낌없는 친절을 베푼 갠더 주민들, 그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승객들까지.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정말 이토록 다정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이 극을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게끔 한다.


나와 타인의 경계가 더욱 명확해져 가는 이 시대에 그 경계를 허물고 '우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컴프롬어웨이는 지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류애가 넘치는 작품이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너도나도 더 센 바람을 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상 속에서 컴프롬어웨이가 따뜻한 햇볕 같은 공연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누구나 이 뮤지컬을 보고 나면 조건 없는 다정함이 주는 힘을 마음 깊이 느끼고 갠더를 방문했던 승객들이 그랬던 것처럼 갠더에 마음 한조각을 두고 올 수밖에 없을것이다.


그렇게 갠더에 두고 온 각자의 마음 조각들은 사라지지 않고 차곡차곡 모여 더 큰 사랑으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게 바로 다정함이 갖는 힘이자 컴프롬어웨이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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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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