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린아이도 되기 어려운 -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 [전시]

찰리와 롤라를 마주했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글 입력 2023.12.01 01:0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로렌차일드 포스터.jpg

 

 

어렸을 적 책장에 하루 종일 꽂혀있던 <찰리와 롤라>. 그 책을 참 많이도 애독했다.

 

그래서 그런지 로렌 차일드의 문학은 나에게 또 다른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번 로렌 차일드의 특별 전시 <요정처럼 생각하기>는 여러 사람들의 ’어린아이의 모습‘을 다시 끌어내는 전시였다.

 

지금은 세상을 살아가며 어린 모습보다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야 한다는 관념을 가진 그저 평범한 어른이 되었다. 그다지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씩 그런 생각들이 나를 지독하게도 괴롭히기도 했다.

 

그래서 어른이 되기 위한 자격이 어린이가 되기 위한 자격보다 훨씬 더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책임져야 하고,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

 

 

005The Secret Garden by Frances Hodgson Burnett, illustrated by Lauren Child, published by Puffin.jpg

 

 

어른은 그렇게 성장이라는 말로 도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아이가 되기 위한 자격도 필요함을 그리고 그 자격요건도 꽤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시회장을 들어서자마자 내가 직접 책장을 넘기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렸을 적 책을 넘겼던 7살의 임주은이 이제 직접 책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전시회의 구성은 심플했다. 동선이 복잡하지 않고, 한쪽으로 흐르는 전시의 흐름은 로렌 차일드가 전하고자 하는 문학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듯했다.

 

 

IAmNotSleepy_p10_11.jpg

 

 

찰리와 롤라를 마주했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나뿐인 것이 매우 슬펐지만 그들은 여전히 풍부한 상상력과 터무니없는 공상을 함께했다. 어렸을 적 웃어넘길 수 있던 그들의 혹은 로렌 차일드의 유머는 이제 나를 울리기에 이르렀다.

 

나는 아직도 내가 왜 울컥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만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터무니없음이 사라졌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난 너무나 벗어나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린아이와 어른의 경계는 사실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경계를 나를 통해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난 어린아이 실격자였다. 나에겐 인간실격보다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만 변한 것 같은 외로움. 그 안에서 허덕였다. 하지만 이 우울함이 다 번지기도 전에 로렌 차일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나에게 다가왔다. 전시장에서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걸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모습이 어린이일지 어른일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똑같은 모습, 행복한 모습만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기에. 전시장을 걸으면서 그 어려운 것을 해나가는 나의 모습을 먼저 인식하기로 다짐했다. 진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어린이의 모습인지 아닌지는 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그런 순간마다 로렌 차일드의 찰리와 롤라가 생각날 것 같다.

 

아.. 책을 다시 보러 가야겠다. 찰리와 롤라를 만나러.

 

 

NeverEatTomato_p20_21.jpg

 

 

[임주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