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부모 상담 지침서 [도서/문학]

학부모와 평화로운 관계 맺기 연습
글 입력 2023.11.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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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말'에 이어 쓰는 나의 이야기.

 

개강까지 일주일 남았다.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부모 상담을 진행한다. 전화를 받는 반응에서 각 사람의 성향이 보인다. “여보세요,” “누구시죠,” “그런데요,” “말하시죠,” “어머어머” 그리고 “.....” 까지.

 

어떤 어머님은 취조하듯 질문하고, 어떤 아버님은 자녀를 디스하고, 어떤 이모님은 겉핧기 칭찬만 하고, 어떤 보호자는 스파르타 교육을 강권한다. 잠시 잠깐의 통화이지만 그 가정의 언어문화가, 교육방식이, 전체 분위기가 보인다. 출석부에 적힌 학생들이 더욱 자세히 보인다.

 

수업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학부모 상담은 신호음이 울리는 순간부터 적지 않은 에너지가 든다. 경청뿐만 아니라 공감과 대안 제시의 조화를 이루려고 할수록 내적 여유와 힘의 필요성을 느낀다. 학생과의 신뢰가 중요한 만큼이나 학부모와의 신뢰 관계 형성에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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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 『지혜로운 교사는 어떻게 학부모 상담을 하는가?』를 통해 얻은 팁과 이를 기반으로 내가 했던 상담 기록이다.

 

학부모 상담을 할 때는 교사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좋게 생각하며, 교사가 부모와 한편이 되어 아이를 도우려고 한다는 생각을 학부모가 갖도록 해야 대화가 편안하게 진행된다. 학부모라면 어떻게 이 말을 받아들일지 감정 이입을 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p.125)

 

A님의 경우 의욕이 매우 커서 하나부터 열까지 파악하길 원한다. 그녀의 요구사항은 뾰족하고 강력하며 딸에 대한 의심과 기대가 크다. 귀는 조금 아프지만 큰 관심에 감사하고 놀랍기도 하다. 딸은 이런 통제에 익숙해졌거나 지쳐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감하는 마음으로 듣고 또 듣다가 말씀을 드리고 마친다.

 

“의견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님의 열정 덕분에 우리 학생이 지금까지 잘 성장할 수 있었나 봐요. 부탁하신 것들을 제가 메모해뒀으니 상황에 따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우리 학생이 지치지 않도록 묵묵히 믿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온전히 믿어준다면 그 사람은 더 잘될 수밖에 없지요. 같이 믿어주세요.”

 

반면에 B님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예의를 갖춘다. 아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아들 때문에 답답하여 낮은 자세로 일관한다. 뭐든 느리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아이라며 이런 말을 예전부터 자주 들었다고 한다. 누가 들으면 뒤땅인가 싶을 수 있지만, 내 귀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배려를 부탁하는 어미의 당부로 들린다. B님의 목소리는 중간중간 떨린다. 뭔가 거북이스러운 아들에 대해 속상한 말을 들었거나 일을 겪었던 느낌이다. 잘 부탁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B님께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린다.

 

“내가 낳았음에도 나와 너무 다른 모습을 볼 때면 많이 답답하고 힘드시죠? 안 좋은 얘기가 들릴 때는 억울하기도 하고요. 우리 학생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느려보일 수 있지만, 자신의 속도로만 본다면 느리지 않을 수 있어요. 분명 자기 생각과 속도가 있어요. 같이 응원하며 기다려봐요.”

 

그러나 좋은 마음으로 애를 써도 선을 넘는 학부모도 있다.

 

말하긴 입 아프니 대신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중심을 잡아준다.

 

교사(선생으)로서의 존엄은 자기 통제를 못 하는 한 인간의 감정적 배설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우리는 대한민국 교사(선생이)라는 자부심으로 상처받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그런 사람을 보듬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p.210)

 

우리는 하나님과 부처님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보듬기는 어렵겠지만 학부모와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연습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점점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아무리 부정적인 상황이라도 그 안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p.77)

 

아멘, 옴!

 

 

 

김윤 에디터 명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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