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이 되어도 괜찮은 앨범, 따마의 WOOOF! [음악]

따마의 정규 2집 [WOOOF!] 리뷰
글 입력 2023.11.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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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MA(따마)의 정규 2집 [WOOOF!]가 세상에 나온 지 6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이어폰을 끼거나 스피커를 틀 수 있는 모든 시간에 들었다.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듣고 있다. 여전히 따마의 음악은 그런 것이다. 자주 그리고 오래 들을 수 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 세상에 좋은 음악은 많지만 자주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려면 내겐 몇 가지 조건을 갖는다. 첫 번째, 질리지 않아야 한다. 너무 단조롭지 않거나, 많이 들어 후천적으로 단조로워지더라도 처음의 좋은 느낌이 변질되지 않고 마음 한 켠에 간직되어 추억처럼 늘 상기되어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만나는 애인처럼 느껴져야 한다.


두 번째, 무겁지 않아야 한다. 일상이 특정 의미에 짓눌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가벼워야 한다. 가볍다는 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그저 우리가 일상을 다루는 마음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매 순간 호흡에 불규칙한 변주를 주는 걸 삶의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은 없듯이 전반적인 일상의 기류에 안온한 느낌을 주고 청각적으로도 부드럽게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좋은 음악이어야 한다. 좋다는 기준은 모두에게 지극히 개인적이다. 각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수준의 음악이어야 한다. 어떤 음악을 자주 듣는 일은 일상의 감각 하나를 내어주는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되며, 이에 마땅한 수준을 요구한다는 건 내게 당연해 보인다.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듣는 대로 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 나에게 따마는 늘 해내는 아티스트다. 적어도 그는 음악 안에서 명백히 삶을 긍정한다. 일상을 사랑하고 사랑의 힘을 잘 안다. 돈만 숭배하지 않고 심장도 따라가려 한다. 그 다짐을 음악으로 손실 없이 전환한다. 긍정하는 마음은 일로 이어진다. 음악은 그의 업. 그걸 듣는 이들이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는 좋은 업. 삶을 긍정하고 사랑의 힘을 믿으며 심장이 향하는 일을 열정으로 행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며, 단지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우리가 그 에너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건 음악이 선사하는 축복이다.


따마의 부드러운 보이스와 편안한 톤. 알앤비&소울이라는 장르.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 삶을 대하는 가치관. 뛰어난 음악적 재능.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 시선이 합치하는 접점에서 그의 음악은 탄생한다. 그런 건 우리에게 운명처럼 다가온다. 나의 삶이 되어도 괜찮은 음악. 이상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삶에게 삐뚤어지고 싶을 때 서둘러 재생하면 어긋나려던 사고가 곧바로 가운데로 정렬되는 효능이 있다. 재작년에 발매된 1집 [Don’t Die Colors]을 작년에 알게 되었고 질리도록 돌려 들었지만 (한 트랙이 끝나면 무의식적으로 다음 트랙 도입부를 흥얼거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번 2집 [WOOOF!]는 전작 너머로 한층 더 나아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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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발을 디딘 곳은 피부. 그 감촉. 지극히 일상적인 그 감각에서 문득 따마는 출발한다. (‘Voices’)


시작은 비였다. 비가 피부에 닿으며 선사한 촉감, 단순히 비가 내림을 넘어 시원하다는 촉감이 생생히 다가온다. 일상적인 순간이 어색해지고 그 속에서 비일상적인 생경함이 떠오를 때 예술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언제부터인가 느낌보단 계산적인 걸 쫒아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좋았던 시절은 느낌과 바이브로 가득했다는 걸. (‘Baby I Know’) 따마에게 ‘느낌’은 아주 중요해 보인다. 그의 음악 역시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사운드가 배치되었더라도 모든 건 그 완결된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위해서 한데 소집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그의 가사를 신경 쓰지 않더라도 멜로디가 머금은 느낌만으로 ‘좋다’고 느끼며 그의 가사가 아, 음, 우 정도로만 구성되어 있더라도 듣는 빈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사랑 역시 그의 음악을 관통하는 대주제다. 사랑이 부풀리는 삶의 풍성함을 그는 애정한다.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상대를 궁금해한다. (‘Won’t you’) 궁금함은 사랑의 시작이자 삶을 다루는 능동적인 마음가짐이다.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싶어하고, 상대방이 나오는 꿈을 꾸고, 자신이 주변에 없더라도 그 향수를 뿌리는지 궁금해한다. (‘Breeze’) 그는 계속해서 가슴이 뛰는 곳으로 자신을 몰아가고 그게 좋은 삶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사랑은 그의 업인 음악에 향한 사랑으로 확장된다. 친구들과 음악 이야기를 하며 날밤을 지새우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수백 장의 앨범을 꺼내 든다. (‘Cutty Sark’) 싸구려 위스키는 음악을 위해 존재하는 밤의 시간을 지탱하는 명분일 뿐이다. 그 스스로도 ‘순수한 낭만’이라 칭한다. 낭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때론 그 단어가 품은 비밀스런 빛을 바래게 하지만, 낭만 속에 있으면서 낭만임을 아는 본인은 얼마나 황홀한가. 그 낭만이 평생을 함께할 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는 그런 음악을 만국공통어로 삼으며 온 마음을 다해 순수하게 즐기고자 한다. (‘Bump it up’)


따마는 일상에서도 ‘굿 바이브’를 발견한다. 비는 여전히 그에게 좋은 것이다. 따가운 햇살보다 촉촉한 비에서 매력을 느낀다. 완전히 즐기는 방법을 모른다면 차가운 빗방울들을 아무 생각 없이 맞이하는 널 보여 달라고도 말한다. (‘Coffee to go’) 우리 삶이 그렇듯이 일상과 사랑이 자연스레 뒤섞인다. 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진심을 담아 전하기도 하고 (‘You’) 아무도 없는 카페에 홀로 앉아 느낀 고요와 여유를 섬세히 묘사하기도 한다. (‘Kaffe’) 치열한 하루를 마치고 늦은 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온 후 느낀 희열과 보람 역시 예민하게 포착해 한 트랙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Shower’)


앨범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선형적인 서사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 사랑, 음악, 삶, 사랑, 음악… 둥글게 감도는 주제들이 일렁거리며 그려내는 실루엣은 결국 인생의 형상. 따마는 앨범으로 글보단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이고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는, 또 그 타이틀이 삶의 긍정성이라면, 매 순간 찾아오는 좋은 느낌을 충만하게 감응하는데 온 마음을 집중하느라 질릴 틈새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앨범의 태도는 11번째 트랙 ‘Passion’에서 절정에 도달한다. 모든 건 흘러가고, 사라지고, 무너진다. 그러니 그저 느낌대로 돌아다니라고, 넘겨버리라고. 우리는 사랑과 함께 죽게 될 거라고. 그리고 하다못해 마지막 트랙(‘I Feel Love’)에서는 노골적으로 사랑을 찬양하며 앨범은 자신을 그리던 붓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놓는다.


피부에 닿는 빗방울의 감촉, 즉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문득 출발한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주제까지 닿으며 일단락된다. 이런 앨범이다. 각설하고 바로 들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듣기를 바란다. 분명 듣게 될 것이다. ‘굿 바이브’가 일상을 지배하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 그리고 겨울의 초입에 이런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 이건 사실 추운 겨울을 견뎌낼 우리를 위한 따마의 재능기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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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충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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