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예능]

사람과 사랑의 발음이 비슷한 이유를 찾자면
글 입력 2023.11.0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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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공효진과 조인성을 중심으로 아주 유명했던 드라마이다. 나는 당시에는 사랑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후 우연히 이 드라마의 ost를 접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이란 뭔지, 무엇이 그것을 그렇게 만드는지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재열과 해수는 모두 각자의 상처와 아픔이 있다. 해수는 어린 시절 엄마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뒤로 사랑하는 사람과 스킨십을 하는 것에 있어 큰 거부감이 있다. 재열은 의붓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트라우마가 있고 이로 인해 형과 오해를 쌓게 된다. 특히 과거의 자신을 투영한 가상의 인물을 보는 조현병을 앓고 있고, 잠을 욕조에서 자는 특이한 버릇이자 안타까운 트라우마가 있다.

내가 재열이나 해수와 같은 트라우마가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사랑은 무슨, 아무와도 만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나는 워낙 감정에 잘 휘둘리는 사람이기에 트라우마가 나를 집어삼켜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트라우마를 해결하고 사랑으로 극복하는 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겠지. 재열과 해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서로를 만난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만나려는 적극적 행동을 했기에 트라우마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침대가 아닌 화장실에서 자고, 엄마가 1년 365일 문이 열린 찬 거실에서 자고, 형이 14년 감방에서 지난 얘기. 너 말고 또다시 구구절절 다른 여자한테 할 자신이 없어. 내 그런 얘기 듣고 보고도 싫어하거나 불쌍하게가 아니라 너처럼 담담히 들을 수 있는 여자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드라마를 본 당시의 나는 어떻게 트라우마이자 콤플렉스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히 다 드러낼 수 있을까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고 싶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마음을 먹고 나의 트라우마를 드러냈을 때 떠나가지 않고 곁에 있어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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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나는 자존감은 높지만 그만큼 나의 약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누군가와 사랑하고 인연을 이어나갈 때, 나의 어떤 모습을 왜 사랑하는 건지, 이 질문이 그렇게도 궁금했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어떤 이미지일지, 당신이 보는 나는 어떨지, 나의 약점이 잘 드러나는지. 그게 궁금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 위의 질문에 그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했다. 나의 아주 사소한 부분이, 너무나도 사소해서 나조차도 몰랐던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람에게 나의 가장 허약한 부분을 드러냈을 때도, 정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만 골라서 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때 나는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에서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를 온전히 드러내는 법을 배웠다.

 

 
늘 강하고 독하고 이기적인 나지만 너한테만큼은 무너져도 될 거 같거든. 나한텐 사랑이 그런 거니까.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싫었다. 감정선을 따라가자면 내가 더 힘들었고 그냥 보자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의 트라우마를 온전히 보듬어주고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이 드라마 역시 나의 사고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제발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나의 오랜 바람이 이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이 사람이라면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줘도 되겠구나, 이 사람이라면 나의 가장 허약한 부분마저 사랑해 주겠구나, 하는 확신 아닌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목처럼 사랑이라면 괜찮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사랑도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기에 불완전한 사랑을 한다. 불완전한 우리는 불완전한 누군가를 만나서 완전함의 형태로 나아간다. 그 과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랑과 사람이 발음이 비슷한 것이 아닐까.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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